탈 것에 대한 욕망
예부터 남자들은 신분이 상승되면, 타는 것에 큰 관심을 가졌다.
남자의 몸 안에 DNA 중, 무엇인가 타는 것에 대해 환장하게 만드는 게 있는 것 같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엔 말을 타거나 마차를 타면서 남들과 다른 신분임을 증명했고,
지금은 자동차로 그 욕망을 증명하고 있다.
그저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신분과 재력을 과시할 수 있던 탈 것들은
지금 시대에 와서는 자동차가 된 것이다.
자동차가 정수기처럼 대중화되면서, 신차부터 중고차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자동차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비싸서 엄두도 못낼 것 같던 자동차도 이제 눈앞에 와 있는 것 같다.
마치 우주에 있는 화성이 멀다 멀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화성을 테라포밍 하자고 외치고
실현하기 위해 화성에 우주선을 쏴 올리는 이야기를 주구장창 하자
왠지 갈 수 있을 것 같고, 영화 마션이 실제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싸서 꿈의 자동차라고 인식되던 자동차가 중고 자동차 사이트에서 자주 보니,
이것저것 아끼고, 조금만 더 모으면 당장이라도 구매할 것 같은 희망에 찬다.
언젠가 사야지 하고 꿈으로 생각했던 드림카 (Dream Car)가 이젠 리얼카가 될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중고 자동차 사이트 중, 대표적인 곳인 SK엔카는 남자들에겐 보물단지다.
한 자리에서 신차급 수입, 국산 중고차부터 보기 힘든 자동차까지 모여있기 때문이다.
가시권에 보이는 자동차
자동차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두 가지 부류로 나뉘게 된다.
현재 조건에서 가장 최고의 자동차를 구매하고 싶은 사람과 현실은 구매하면 안 되지만,
마음이 구매를 충동질하는 사람이다.
이런 타입은 자칫 잘못하면 장래희망은 아니었지만, 미래의 카푸어가 되는 길로 갈 수 있다.
어떤 마음으로 SK 엔카를 접속해서 자동차를 찾든 간에 SK 엔카는 클릭 몇 번 만으로
온갖 자동차를 한 자리에서 보여주고 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보던 자동차지만, 생각보다 저렴하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고,
만만하게 봤는데, 생각보다 비싸다고 생각되는 자동차도 있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처음에는 보기만 해야겠다고 생각한 자동차들이
이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대입해 보니, 구매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지막엔 결제할 용기만 있으면, 될 것 같은 희망에 차기도 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꿈의 자동차부터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구매하려면 무리를 해야 하는 자동차를 바라보다 본다.
중고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이미 신차 가격을 알고 검색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기까지 한다.
스트레스 해소
어차피 가지지 못할 거 바라보지 말자는 것은 합리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사람의 뇌가 디지털처럼,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확하게 나눈다면
그와 같이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람은 컴퓨터가 아니다.
사람은 합리적인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감정과 감성이 있다.
하지 말아야 하지만 하게 되고, 하기 싫지만 할 때도 있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은 희망이 있어야 살아갈 힘이 있다.
지금 못 살 줄 알지만, 앞으로 구매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구매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기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가 해소되기 때문에
남자들은 엔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희망 고문이며, 바라본다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해변가에 갔을 때, 바다를 구매해야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해변가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그 자연 풍경이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때가 있는 것과 같다.
우주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도, 지금은 갈 수 없는 화성을 보며 가슴이 뛰고 미래를 계획하며
삶의 활력소로 생각한 일론 머스크도 있다.
현실적으로 보면, 구매하지 못할 자동차임에 틀림없다 할지라도 바라보지도 못하게 하면,
그게 더 스트레스가 된다.
되는 것만 하면, 그게 동물과 무엇이 다르겠나. 일론 머스크가 화성을 테라포밍 한다고 할 때,
그럴 바에는 지구를 지금보다 더 살기 좋게 만드는 게 더 현실적이라며, 말린다면 과연 도움이 될까?
엔카에서 자동차를 검색하는 모습은 본인이 봐도 한심하고, 남이 봐도 한심 해 보일 수 있다.
이해 안 가는 행동일 수도 있다. 그래도 큰돈 쓰지 않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그 모습이 유익해 보이기까지 할 수 있다.
윈도쇼핑
쇼핑을 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힘들게 번 돈을 소비하면서 어떻게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것일까?
심지어 매장으로 쇼핑을 가면, 돌아다니고 비교하고, 이것저것 보느라 체력도 소비된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것은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로 치환하기 때문이다.
돈은 교환가치로써 큰 가치가 있는 것이지 당장 입고 다니거나, 먹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쌓아 두기만 해도 든든한 돈이라고 할지라도,
당장 내게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지 못하면 돈이 무슨 가치가 있는 것일까?
쇼핑을 한다는 것은 돈을 통해 현재 내게 필요한 것과 교환하면서, 필요했던 부분이 해소되고,
그 결과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과정을 거친 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는 게 인생이다.
분명 구매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될 것이 눈에 보이지만 당장 자동차를 구매하면,
스트레스 해소된 기쁨보다 스트레스를 받는 고통이 더 길 수도 있다.
그래서 백화점을 가도 제품을 바라보는 윈도쇼핑을 하며, 소유하지는 못했지만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상상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처럼 남자들이 엔카를 바라보는 것은 윈도쇼핑을 하는 것과 같다.
당장 구매할 수 없지만, 이 과정을 통해 희망을 갖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자동차를 바라보며
지금 시대에 자동차는 탈 것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패션이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 주는 것처럼, 자동차도 그와 같은 포지션에 있다.
자동차를 보면, 그 사라의 성향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는 중고 차건 신차건 비싼 재화임엔 틀림없다.
그리고 한정된 자원으로 소비를 해야 하다 보니, 갖고 싶은 모든 자동차를 소유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때가 있다.
남자들은 중고차를 모아 놓은 엔카를 바라보며,
왠지 구매 문턱이 낮아진 것 같은 착각과 함께 지금은 안되지만,
앞으로 조금만 더 하면 될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엔카를 바라보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지금도 엔카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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