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겨울
우리나라의 여름과 겨울은 해당 극과 극을 보여 준다.
여름엔 대프리카라고 할 정도로 아프리카 보다 대구의 기온이 견디기 힘들고,
지금은 숏패딩이 유행할 것이라고 하지만 히말라야 등산 갈 때 필요한 브랜드와
예전엔 돕바라고 불렀는데 롱패딩이 전국을 휩쓸었다.
우리 조상님들은 이런 날씨를 어떻게 견뎌왔는지 2023년을 살아가는 후손들이 지내는
여름과 겨울은 생활이 아닌 생존 그 자체다.
영상이 대부분인 겨울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영하는 물론 한파 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확실한 추위가 찾아온다.
한파가 찾아오면 피부가 노출된 곳은 아플 정도로 춥고, 버스나 열차를 기다릴 때
가만히 서 있을 수가 없다. 마치 클럽에라도 온 듯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야 버틸 수 있다.
여름도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여름은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있고, 정 안되면
샤워라도 한번 하고 나면 버텨낼 수 있었지만 한파가 찾아오는 겨울은 돈이 많이 든다.
난방비, 옷 등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선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
겨울철 추위로 인해 사건사고도 많고, 야외 활동은 물론 실내 생활도 힘든 걸 보니
2015년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슬픔이 (Sadness)'가 떠 오른다.
혹독하지만 필요한 계절
인사이드 아웃에서 5가지 감정을 갖은 캐릭터들이 나온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인데, 주인공 라일리 속에 있는 감정들이며,
각자 이름에 맞게 행동을 하여 감정을 조절한다.
그중 기쁨이는 항상 밝고, 행복하고, 활기차다.
영화에서는 5가지 감정이지만, 4계절로 보면 기쁨이의 모습은
여름을 형상화 한 모습이다. 4계절 중 가장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여름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슬픔이는 필요 없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고, 슬프게 만들기 때문에 그 모습은 겨울과도 같다.
겨울의 아름다운 모습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것은 따뜻한 실내에서 실외를 바라볼 때 드는 생각이다.
찬 바람이 실내로 들어오고, 난방 없는 방 안에 있다면 겨울의 낭만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왜 이런 계절이 있어서 사람을 춥게 만들고 병들게 만드는지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기쁨이도 그랬다. 주인공인 라일리를 슬프게 만들기 때문에 슬픔이를 배척했지만,
결국엔 슬픔이 있어야 기쁨을 알게 되고, 성장을 하게 된다고 깨닫게 되는 순간
슬픔의 감정을 받아들인다.
겨울은 필요하다
겨울은 생명의 계절이라기 보단 생존의 계절이다.
이는 마치 죽음이 있어서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사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이 나오고
슬픔이 있어야 기쁨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것과 같다.
겨울에 한파가 오면 장점이 없어 보인다.
혹독한 추위에 외부 활동도 어렵고 좋은 게 하나 없어 보이지만
이 가운데서 장점을 찾아보면 몇 가지 있다.
미세 먼지 없는 맑은 하늘
지리적 특성상 우리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 먼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파가 오면 서쪽의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을 받아 중국에서 오는 공기를 차단한다.
그 결과 날은 춥고 건조하지만 물감을 뿌려 놓은 것 같은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한국에서 맑은 하늘과 공기 좋은 날을 만나기 힘들었는데,
한파로 인해 쾌청한 하늘을 만나게 된다.
따뜻한 음식의 소중함
슬픔이 있어야 기쁨의 가치가 더 소중한 것을 알게 되듯 추위가 있어야
따뜻한 음식의 소중함을 더 깨닫게 된다.
여름에 내리쬐는 태양 아래 김이 나는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것은 고통이지만,
추운 겨울에 먹는 따뜻한 음식은 그 맛이 배가 되어 별미로 느껴진다.
따뜻한 고구마, 국물 요리, 붕어빵, 호두과자 등등
우리나라 겨울을 대표하는 따뜻한 음식들은 추위가 없었다면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겨울이 주는 감성
겨울이 유난히 긴 나라들이 우울할 것 같지만 그들만의 감성이 특별하다.
지금도 그 인기가 식지 않은 감성 중 하나는 북유럽 감성이다.
미니멀리즘 하지만 초라하지 않은 가구, 인테리어 등의 모습과
산타 클로스와 무민의 고향도 북유럽이다.
겨울의 우리나라에서는 오후 5시에 어둑어둑 해 지면서 그 시간만의 추억이
하나 둘 떠 오른다.
그 추위에도 밖에서 놀다가 해가 지면 저녁 먹기 위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던 어린 시절부터 춥고 어두운 것이 반드시 우울하지만은 않다고 생각되는 추억들
개인마다 다르지만 여름이었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감성들이다.
한파와 슬픔이
할 수 만 있다면 따뜻한 나라에서 365일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겨울이다.
겨울을 좋아하면 겨울만한 나라가 없겠지만, 길이 얼고, 눈이 와서 미끄럽고,
추워서 밖을 나가기 힘들고, 활동에 제한이 생기며, 각 종 바이러스가 활동하여
건강 유지하는 것이 힘든 겨울은 고통의 계절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슬픔이 있어야 기쁨이 있고, 겨울이 있어야 여름이 있다.
만사를 입맛대로 살 수는 없지만, 서로 극과 극인 상황이 있어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며 살 수 있다.
곧 12월이 되고, 내년 2월까지는 영하권 추위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4계절 중 반드시 필요한 겨울을 지혜롭게 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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