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한국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던 시기엔 일과 생활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데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는 것은 사치로 보였고,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때는 이렇게 사는 게 당연한 듯 살았고, 이렇게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워라밸을 외치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경제 성장률은 높지 않지만, 이미 먹고살 만큼 성장했으므로 더 이상 성장률은 의미가 없는 시기다.
사람이 일만 하도록 태어난 것도 아니고, 일 하는 시간과 삶의 시간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주 5일 근무와 정시 퇴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주말에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되고, 야근만 없다면 시간상 여유로운 삶을 보낼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금요일 밤 비행기를 타고 가까운 해외를 가서 여행을 즐긴 뒤
일요일 저녁에 귀국하면, 2박 3일 동안 해외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해외가 아니더라도 국내 여행도 가능하다. 일주일 중 이틀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경제는 성장했고, 시간은 넉넉 해 졌음에도 워라밸은 다른 나라 이야기 같고,
투잡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 이상 일을 하는 이른바 'N잡러'까지 생겼다.
균형 있는 삶
사람들은 아슬아슬한 것보다는 균형이 잘 잡힌 상태를 원한다.
균형 잡힌 삶에서 자극을 주기 위해 불안정한 상태를 잠시 즐길 수는 있지만
안정적인 상황을 이어 가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현재 한국의 경제 수치를 보면 이제는 더 이상 일만 하며 살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사는 것 같다.
주 5일 일하고, 정시 퇴근 하고, 주말을 즐기는 삶이 당연한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23년 자료는 아직 집계가 안 되었지만, 2021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2021년 자료 기준으로 그 이유를 찾아보았다.
2년 전 자료인 2021년 통계청 수치를 보면 한국 1인당 소득은 35,110달러다.
환율 1,300원으로 계산해 보면, 국민 1인당 1년에 45,643,000원을 소득으로 얻고 있다.
한 사람이 1년에 약 4,560만 원을 벌기 위해선 세후 월급은 380만 원은 되어야 한다.
이 자료를 보면 국민 평균 1인당 380만 원을 소득으로 얻고 있는 것 같지만 과연 그럴까?
2023년 2월 신문기사를 보면, 2021년 월평균 임금은 333만 원이고,
임금 근로자 중 절반이 250만 원이 안되었고, 대기업은 563만 원,
중소기업 266만 원으로 그 격차는 2배였다.
즉, 직장인이라면 월 380만 원을 버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소득 격차가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장인은 이 금액을 체감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차이를 메꾸기 위해 투잡 또는 N잡러가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돈을 조금 벌더라도 한 가지 일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생활물가다.
2023년 한국의 생활 물가는 세계 2등이다.
사치 부린 것도 아니고, 그저 생존하기 위해 식료품을 구매하는데 물가가 비싸니 돈이 모자란다.
장보기 물가 1위인 스위스는 국민 1인당 소득이 88,910달러 (약 1억 1천500만 원 / 월 960만 원)이다.
우리나라는 그 절반 밖에 안 되는데도 세계 2등이다.
그마저도 소득 격차로 인해 월 380만 원을 벌지 못하는 직장인이 절반이다.
3위인 아이슬란드는 63,140 달러 (약 8,200만 원 / 월 684만 원)이다.
돈에 환장해서 투잡을 하거나 N잡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산다는 것
한국적 상황에서 한 가지 직업 이상은 필수일까?
추가 수입을 얻을 곳이 없다면, 안타깝지만 그렇다라고 할 수밖에 없다.
헬스장에서 하는 유머가 있다.
바벨을 들 때, 봉의 무게는 생각하지 않고 원판 무게만 생각할 때,
' 봉은 조상님이 들어주냐? '
이 유머는 추가 수입을 원하는데, 다른 일을 하지 않고서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답도 된다.
사실 한 가지 일만 해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는 구조가 맞다.
사람이 한 가지 일도 힘든데, 본업을 하고 퇴근해서 또 다른 일을 하고,
쉬는 날에도 다른 일을 찾아 하고, 일하는 중간에 틈틈이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게 맞는 삶인가?
일 많이 한다고 알려진 개미도 이렇게 일하지 않는다.
만약 한 가지 일을 하며 직장인 평균 월급이라고 알려진 월 380만 원을 번다면,
수치상 중산층에 속하는 것이고, 미래에 대한 불안만 아니라면 지금 수준을 벌어도
그 이상의 일을 추가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추가 수입을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게 현재 상황이다.
월 380만 원은 있어야 한국의 물가를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다.
팔방미인의 함정
현재 흐름을 보면 직장인으로 살기 위해선 팔방미인이 되어야 한다.
업무에서 다방면으로 능한 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직업을 가질 수 있어야 함을 뜻한다.
직장인은 돈이 된다는 이유로 본업 외에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일을 찾아 추가로 해야 하고,
심지어 직장으론 답이 없다 생각하고 사업에 재능은 없지만 돈을 더 벌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큰 욕심을 가지고 떵떵 거리며 살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다고 생각하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답이 없어서 생계형 자영업자가 되는 경우가 다수다.
과연 한 가지 일만 잘하는 사람은 가치가 없는 것일까?
중산층 이상을 살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일까?
그렇게 생각하기 싫어도 현실을 맞닥 드리는 순간 그렇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당장 기본적인 사항을 하지 못하고 사는데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인으로서 한국에서 중산층으로 살기 위해서는 팔방미인으로 살아야 할 확률이 높지만
사람이 여러 일을 동시에 하거나 그래야 하는 사회적 구조가 맞는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중산층을 꿈꾸며
보통으로 사는 것이 가장 힘들다는 말이 와닿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이 살 수 있는 집, 자동차, 여가 있는 삶 이런 것을 바라는 게
문장으로 보면 중산층의 삶의 모습이지만 큰 꿈이 되어버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직장인은 투잡에 N잡까지 하는 삶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워라밸은커녕 생존이 위협받는 것 같다.
열심히 일 했는데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보통을 살기 위해 투잡과 N잡을 하는 것이 이성적으로 보면 필수이지만
세상엔 반드시 해 뜰 날이 온다.
투잡과 N잡을 통해 적성을 발견하여 한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예기치 않은 기회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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