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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51] TO가 나오고, 자대를 고르다

by G-Kyu 2022.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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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25일 목요일 날씨 : 흐림 -> 맑음

아침 일찍 일어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건강 해 진다고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생활한다고 해도, 마음이 편하고

생활환경이 좋아야 가능한 것 같다

 

임상 실험을 본의 아니게 한 결과로

내리게 된 결론이다

 

감기가 낫지 않고, 발목 부위의 염증이

그대로 인걸 보면 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군화 독이었다

의학 용어로는 봉와직염인데, 청결하지 못해서

생기는 병이라고 한다

 

똑같이 씻어도 개인에 따라 생기는 피부병이니,

잘 씻어도 걸린 걸 보면 군대 체질이 아닌 게

확실 해 졌다

 

시험도 봤겠다 이제 남은 건 TO를 받아 들고,

그 인원에 맞게 지망하는 일이 남았다

 

대학 입시처럼, 정원이 정해져 있고

본인이 가고 싶은 자대를 지원하는 것이다

 

TO (Table of organization)

 

서로의 점수를 알 수 없었다

나 자신을 알고, 소신 지원하거나

되든 안되든 가고 싶은데 고르거나

 

괜히 경쟁이 치열한 곳 썼다가 다 떨어지고

밀리고 밀려서 아무도 지원하지 않은 곳을 가거나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생각하니 복잡했다

 

그런데 이런 걱정을 생각도 하지 않았는지,

교관의 말에 의하면 답안지를 보니

백지를 낸 교육생이 절반 정도 된다는 것이다

 

이전에 기수는 백지가 하나라도 나오면 굴렸다는데,

백지의 비율이 높아서 굴릴 가치가 없었던 것 같다

 

실습 만점은 46점이고, 과락은 32점이었다

과락을 하면, 재시험을 봐야 하고 자대 선택에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오전 9시 22분 기다리던 TO가 나왔다

 

604기 04-2차

제 3 훈련 비행단 (경남 사천) 4명
제 5 전투 비행단 (김해) 3명
제 8 전투 비행단 (원주) 2명
제 10 전투 비행단 (수원) 3명
제 11 전투 비행단 (대구) 4명
제 15 혼성 비행단 (성남) 2명
제 16 전투 비행단 (예천) 4명

기무사 (서울 근처인데, 보안이라 알 수 없다) 1명

7전대 (오산) 1명
25전대 (청주, 비행단보다 숫자는 적음) 1명

111대대 (부산) 2명
122대대 (천안시 성환읍) 3명
133대대 (전라도 나주) 2명

155대대 (춘천) 2명
166대대 (시흥, 독산동 근처) 2명
277대대 (대천) 3명
정통대대 (방포 사격부대, 오산이 있을 수 있으나 주로 방공포로 파견 나간다) 5명

공군 사관학교 (청주) 2명
30단 3명
근무지원단(근지단) (오산, 작전사령부 지원) 4명

총 53명

 

3차 지망까지 쓰는데,

모두 비행단을 쓰는 교육생도 있고

1차는 비행단 2차와 3차는 대대나 전대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대 : 200명 내외 (+-30명)

전대 : 600명 내외

비행단은 약 1,500명 ~ 2,000명 정도가 생활한다

 

일반적으로 부대의 규모가 클수록 체계도 있고,

시설이 좋다

 

체계라는 것은 자신의 특기에 맞는 일만 한다는 것이다

추후 방공포 간 동기의 말을 들어 보니,

 

대부분 공군에 왔다면, 비행단에 가고자 한다

다른 곳도 좋지만, 공군 하면 떠오르는 게 비행기이 때문이다

 

그리고 시설 또한 모두 갖춰져 있다

비행단마다 다르지만 골프장 (사병이 이용할 일은 거의 없다)

볼링장, 노래방, 수영장, 당구장 등등

조종사들이 기지 안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군은 전쟁 시,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게 목적이므로

기지 내에서 생활하다가 출격하는 것이다

 

도심 근처에 있으므로 비행단을 가게 되면,

오지에 떨어져서 생활하지 않는다는

심적 위안도 있었다

 

 

눈치 게임

 

자리는 정해져 있으나 지원자가 많다

그래서 혼선을 줄이고, 가능하면 원하는 자대로

갈 수 있도록 상호 간의 협의를 한다

 

1차 예비 조사를 하니, 제15 혼성 비행단은

4명이었다

 

그리고 2차 조사를 진행하자 5명으로 늘었고,

나중엔 8명이 지원을 한다고 했다

 

교육생들끼리 뻥카를 날린 건지 모르겠지만,

이왕 한번 쓰는 거 원하는 곳 쓰자는 것 같았다

 

수도원의 비행단은 성남과 수원인데,

이곳의 경쟁은 꽤 치열했다

 

서울대가 경쟁률이 낮다고 해서,

허접한 학교가 아닌 것처럼

성남의 경쟁률은 최고치가 아니었다

 

지원 인원만 보면,

성남 8명 , 수원 11명, 원주 9명이었다

 

성남에 있다고 하지만 강남과 맞닿아 있어서,

지리적으로는 최고의 지역이었다

 

수도권에 살고 있다면

휴가 나갈 때, 버스, 지하철을 타고 가니

오지에 떨어져 생활하는 느낌을 지울 수 있었다

 

자대 위치도 그렇지만, 휴가 때,

집에 빨리 갈 수 있는 것이

굉장히 큰 장점으로 보였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자대 지망을 하는

과정이 마무리되었다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 56분이었다

 

이때 소문은 수도권은 빽들의 전쟁이라고 했다

시험 성적이 좋아도, 빽 있는 교육생들만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모두 정확한 증거로 이야기하기보다는

그렇게 들었다로 시작된 소문이기 때문이다

 

제15 혼성 비행단을 1 지망으로 적어냈는데,

그런 소문을 들으니, 괜스레 쫄리는 마음이 생겼다

 

자대 결과는 기술학교를 퇴소하고,

자대를 가기 위해 터미널 혹은 기차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바로 직전에 알려 준다

 

이유는 간단하다

결과를 미리 알려 주면, 원하는 자대에

배속이 안됐을 때 자살하는 교육생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 그런 사고 사례들이 있었으니,

기술학교에서는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

 

미리 어디 간다고 알아서 좋은 교육생은

원하는 자대에 가는 교육생 밖에 없다

 

그러나 그 수가 많지 않으니,

퇴소를 앞두고 해결도 안 될 일로

근심 걱정 주어서 좋을 건 없었다

 

궁금했지만, 최악의 경우 원치 않는 사실을

미리 아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란 마음으로

남은 시간을 지내야 했다

 

오후 학과

 

군대는 어떻게 해서든 그날 일과를 지낸다

시험 끝났으니, 자대 다 썼으니 놀고먹자는 없다

 

시험은 끝났지만 정해진 수업을 해야 했고,

CP 근무도 서야 했다

 

오늘 근무는 밤 10시 ~ 새벽 12시까지이므로

어차피 서야 하는 근무라면 제일 좋은 시간대였다

 

남은 학과는 절연유를 테스트하는 시험

혹은 작게 만든 미니 활주로에서 등기구의 등을

갈아 끼우는 실습을 했다

 

비행단에 가지 않으면, 활주로를 볼 일도 없지만

배워야 하는 과정이므로 실습해야 했다

 

비록 미니 활주로지만, 활주로에 있어야 할 건

갖춘 실습장이었다

 

다른 건 눈에 안 들어왔지만, 잔디를 마음껏 밟을 수

있는 그 자체가 좋았다

 

잔디는 보호해야 했기 때문에 마음껏 밟을 곳이

별로 없었는데, 비행기를 위해 심은 것이지만

여기선 밟으라고 심어 놓은 것이기도 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지난번 토목반은

벽돌 시멘트 공사하고, 지난번 만든 구조물에

페인트 칠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오후 6시만 되면, 조교와 부사관이 한 팀

교육생이 한 팀이 되어 3대 3 농구를 하는 풍경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농구에 흥미도 없었기에 관심은 없었지만,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었다

 

이번 주 월요일에 607기까지

입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종참 갈 때 기지 강당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봤다

 

지난날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군가 수업 중이었을 것이다

 

입소한 지 3일째 되는데, 군가 수업이라니

한창 집이 그리울 때, 잡생각 하지 말라고

정신 교육 중인 것 같았다

 

조교들은 기지 강당 밖에 무리 지어서

군가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거의 두 달 전 내 모습을 보는 듯했다

 

오늘 저녁은 회식을 하는데,

땅콩 샌드, 초코 레떼, 엔초 또는 스크류바, 약과,

밀큐 (딸기)가 메뉴였다

 

밤에 CP 근무 설 때, 벤딩 속에 간식 숨겨서

먹으려 했는데, 공직 기강 확립이라고 해서

순찰을 돌 수 있다고 한다

 

그때, 먹을 걸 걸리면 좋을 게 없으니

아예 가지고 나가지 말라는 지침이 있었다

 

교육생을 쥐 잡듯이 잡아서 뭐 하려고

그런 일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위험 요소를 둬서

좋을 건 없으므로 2시간 못 먹는다고 죽지도 않으니

간식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이곳 생활도 끝나가다 보니,

회식 때 받은 간식들은 자기 것만 먹자고 서로 합의하고

부식으로 받은 자기 건빵을 내무실에 뿌리는 동기도

나타났다

 

공군 이야기 전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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