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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55] 기술학교 수료식

by G-Kyu 2023.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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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29일 월요일 날씨 : 맑음 -> 흐림

 

이제는 꿈에서도 군인인 걸 인식하게 된다

더 슬픈 건 눈을 뜨며, 여기가 군대라는 걸

다시 한번 인식하며 일어나는 것이다

 

오늘은 이곳을 떠나기 하루 전날이다

처음보다는 마지막이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다

 

그 이유에 대해선 과학자들이 밝혔을지 모르겠지만,

경험상 어떤 단체에서 지내게 될 때

첫날보다는 마지막 날의 기억이 더 선명하다

 

입학의 설렘보다는 졸업의 아쉬움과 후련함이

더 인상 깊은 걸 보면 과학적 근거가 없어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인솔 조교는 학과장으로 향하기 전,

영화 보고 과자 먹느라 늦게 나오지 말라고 했다

 

영화와 과자라니, 그런 일이 가능할까 라는 의심과

이제 더 이상 진도 나갈 것도 없으니, 

그럴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학과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마지막이라고 대충 놀리는 법이 없었다

조교는 마지막 날을 그렇게 보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1교시부터 약 한 달간 사용했던 공간을

청소하게 되었다

 

교관은 교육생들이 초코파이 1개 정도는 먹을 수 있도록

한두 상자를 사와서 먹게 했고,

1.5리터 음료수를 사 와서 나눠 마시게 했다

 

넉넉한 양의 음료수는 아니었지만, 침 모아서 삼키라는

말을 안 들은게 어딜까 하는 생각과 함께

배정받은 대로 청소를 했다

 

난 책 찢는 파트에 배정을 받아서 그동안 배웠던 책들을

과감히 찢어 버리고 있었는데,

 

지난 번 턱 맞고 입실했던 동기가 불쑥 찾아왔다

* 공군 이야기 53화 참고 (아래 링크)

 

 

 

[공군 이야기 53] 수료를 앞둔 토요일의 기술 학교

2004년 3월 27일 (토) 날씨 : 맑음 더 이상 평가를 위한 수업은 없다 3월 30일 화요일이면 이곳을 떠나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이제 남은 건 시간이 지나는 것뿐 자대를 바꾸기 위해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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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실해 있는 동안 티브이로 사회 소식을 보고 온 얘기다

그런데 전혀 관심이 없는 분야를 당당히 이야기하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노래가 있는데,

브레인 서바이벌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율동과 함께 유행하는

노래라고 한다

 

"올챙이와 개구리" 라는 동요인데,

앞다리가 쑥, 뒷다리가 쑥 팔딱팔딱 개구리 됐네

 

이런 가사라고 알려 주는데, 당최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회에서 편지 받았을 때도 들었던 가수인데,

테이 (Tei)가 뜨고 있다고 한다

 

이름만 들어서는 여자 가수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남자 가수여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그런 이야기와 함께 여자 가수가 

예뻐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그 얘기를 왜 내게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원치 않은 정보를 접하고, 다시 책 찢기에 집중한다

 

청소를 하면서도 사주경계 철저히 하며, 교관의 

동태를 살펴야 한다

 

마지막이 가까워 왔다고 해서, 청소 빨리 하고 쉬어야지

라는 마인드로 청소했다가는 교관 눈에 띄어서

 

지금 맡은 청소 후에

다른 구역 청소까지 지원 나가게 된다

 

자대를 떠 올리며

 

어디로 배정 받았는지 결과는 나왔겠지만,

교육생들은 알 수 없었다

 

모든 학과 과정은 끝이 났고,

수료식을 하는 날임에도 

 

마음 한켠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불안함이 남아있다

그것이 바로 어디로 자대 배치다

 

생각에 잠기면 사고가 나기 때문에,

정신없이 만들려는지 몰라도 청소를 하게 되면서

자대가 어딜까 라는 생각을 멈출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완전히 그 생각을 막을 순 없다

이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전력운영병의 운명은 기구하다

 

모든 특기든 마찬가지겠지만, 비행단을 가야 한다

그리고 전기반과 발전반 중, 발전받을 배정받아야

몸으로 하는 고생을 덜 하게 된다

 

비행단 -> 발전반

 

이 두 가지가 성립이 된다고 해도,

비행단을 교육생이 원하는 곳으로 배정받아야 한다

 

내 경우로 보면,

제15 혼성 비행단 -> 발전반

 

이렇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서울 강남 바로 아래에 있는 성남

이곳이 서울 근교의 사람들에겐 

가장 가깝고, 가고 싶어 하는 비행단이었다

 

가고 싶은 발전반을 가도 꼽창 같은 고참을 만나거나

기수가 꼬여서 막내가 늦게 들어오는 등의 

 

문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현재 가장 바람은

원하는 자대로 가야 남은 걱정들이 의미 있게 된다

 

비행단은 고사하고 싸이트, 30단, 전대 등등

비행단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시간이다

 

생각에 생각을 하다 보니, 지난 2004년 1월 26일

처음 입대한 때가 생각이 난다

 

입대 풍경과 팁

 

시간이 흐르면서, 당시에는 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 와서는 별 의미 없는 팁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군입대라는 큰 틀 안에서 보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일은 아닐 것 같아 남겨 본다

 

기술학교 (군수학교)에 온 첫날의 일기는 있지만

입대한 첫 날의 일기는 없다

 

종이와 펜도 없었고, 그걸 기록할만한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다만,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말고 언젠간 써야겠다는

다짐만 있었을 뿐이다

 

입대하는 날 점심시간

흐린 날 오후 12시 50분에 비행기를 타고

1시 10분에 사천 공항을 나오게 된다

 

다행인지 몰라도 날씨는 쾌청하게 맑았다

김포보다 규모가 작고 허름한 공항

 

김포보다 따뜻한 날씨 속에  아는 사람은 없지만

부르는 사람이 있었으니 군 입대하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 기사다

 

사투리 억양을 들으니 이곳이 진주라는 걸 깨닫는다

 

가격은 당시에 정문은 12,000원이고 후문은 15,000원이다

그런데 톨게이트 이야기는 없었는데

 

여기를 지난다고 하면서 3,000원을 추가로 지불하게 됐다

당시에 톨게이트 편도로만 1,100원인가 1,200원으로 기억하는데

웃돈을 얹은 왕복 톨게이트 비용을 받은 셈이다

 

가격이 싼 정문으로 목적지를 말했다

정문 앞에서 내리니 각지에서 온 차량들이 즐비했다

 

번호판을 보니, 충청, 경기, 서울, 인천 등등 다양했다

 

입구의 헌병에게 입대 장소를 물어보니,

셔틀버스가 다니므로, 그 버스를 타면 된다고 했다

 

입대 장소는 후문이 훨씬 가까웠지만, 정문이라고 해도

무료 셔틀 버스가 주기적으로 다니므로 문제없다

 

5분여를 기다리자 버스가 왔고, 사람들과 섞여 버스를 탄다

5분여를 달리자 목적지인 입대 장소까지 왔다

 

가족 대기소에서 내린 뒤, 시간을 보니 오후 1시 35분이다

서울에서 지금 이곳까지 오는데 45분 걸린 셈이다

 

도착해서 주변을 보니,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

부모님과 함께 온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한 내용들은 아래 포스팅에 적혀있다

 

 

 

[공군 이야기 3] 입대 (2) & 군대의 첫 식사

2시 입영 셔틀 버스가 왔고, 이제 언제 이곳의 풍경을 볼 수 있을지 모르기에창 밖의 풍경을 눈에 담아두려 했다 비행기 표도 편도였는데, 이 길도 편도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입소 후, 5일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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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를 하고 보니,

형식을 보면 자원입대인데, 마음은 강제 징집 당한 마음이다

 

전쟁 때, 포로로 붙잡혀서 고문을 당하고,

고문에 못 이겨서 하게 된 거짓 자백을 근거로

형벌을 주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첫날밤의 감정은

군 입대를 했던 남자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입대한 첫 날 내무실에 오면, 재활용 전투복을 입는다

마치 수련회로 병영 체험을 온 것 같은 느낌

 

그러나 현실은 이제 2년 4개월 뒤에나 자유의 몸이 된다

 

훈련소라고 하면 티브이에서 보는 것처럼

유격, 화생방 등을 훈련받는 곳인 줄로만 알았다

 

우울이라는 단어보다 더 강력한 단어가 있다면

사용하고 싶을 정도로 우울한 감정 이상을 느끼게 된다

 

멈춰있는 시간 속에 있는 것 같고

절망, 후회, 외로움이 뒤섞인 채 사회인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동시에 몰려온다

 

그중 굳이 좋은 점을 하나 뽑자면,

첫날은 청소를 안 한다

 

수료식

 

감상에 젖어있지만, 그 감정을 유지할 순 없었다

아직 이곳 생활이 끝난 것이 아니기에 

다음 일과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마지막 날은 내일이지만,

내일은 일과를 하는 게 아니라

아침에 버스를 타고 이곳을 떠나게 된다

 

그래서 오늘 수료식을 한다

 

학과장에선 가져가 봐야 쓸모없는 TO 족보를

누군가 가져갔다고 하는 소식이 들리고

 

오후 2시 30분이 수료식이라서 분주했다

 

이때 다른 특기 (과정) 동기들에게 소식을 들어 보니,

오전 내내 놀았다고 한다

 

우리는 노가다 특기라서 그런가

마지막까지 부려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추가로 창고 정리를 한다고 해서,

줄 세운뒤, 몇 명은 창고 정리와 잡일을 해야 해서

수료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 참석하지 못한 사람 중 한 명이 내가 되었다

 

15톤 트럭에 나무를 싣고, 창고를 정리했는데

약복 입고 밖에 서 있는 것이 좋은지

그냥 전투복 입고 잡일하는 게 좋은지 모르겠다

 

수료식은 소령 참가 하에 야외 학과장에서 했다

 

수료식이 끝나고, 오후 3시 40분부터

짐을 싸기 시작한다

 

오후 4시 10분엔 약복을 입고 검사를 했다

옷은 잘 맞는지, 잃어버린 건 없는지 확인하는 셈이다

 

철통 보안은 없었는지, 내무실에서 교관 일을 도와주던

동기가 자기가 어느 자대로 가는지 알고,

 

순식간에 명단을 보다 보고, 또 다른 동기생 한 명의 자대를

알려 주었다

 

그 동기가 말하길 자기는 원주 비행단 (8비)로 가고,

다른 동기는 춘천 155에 간다고 했다

 

등수까지 봐서 그런지 서울대생인 누군가가 1등을 했다고 한다

 

마지막 저녁 식사

 

오늘부터 했던 모든 것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하게 될 일들이다

 

저녁이 되니 더 실감되었는데,

진주에서 마지막 저녁식사가 그것이다

 

닭도리탕(닭볶음탕)+동그랑땡+케찹+배추김치+우유+맛스타(사과)

 

이것이 마지막 저녁식사다

 

식사를 마치니 약복 입고 오후 6시 20분까지

대기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구보로 식당에서 내무실 (기교 1단지)까지 왔다

정말로 대령이 와서 약복 검사를 했고,

 

내일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다

오전 5시 30분 기상하여 이곳 생활의 마무리를 짓는다

 

약 두 달간 604기 교육생들은 온갖 루머와 함께

이 시간을 지내왔다

 

원하는 자대를 가기 위해 시험도 잘 보고, 실습도 잘하고,

근무를 맡아서 남들보다 종합 점수를 더 얻고자 했다

 

그 가운데 나온 말들은 과정불패, 식기만세 

근무자가 되는 것보다 과정 파워가 더 세 보였다

 

이유는 교관과 더 밀접하게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제 정말 마지막 밤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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