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3일 화요일 날씨 : 맑음 -> 흐림
기술학교의 생활도 1주일 남짓 남았다
이번 주는 학과들이 모두 마지막이므로,
재입대를 하거나 유급이 아니고서야 들고,
배울 일이 없다
훈련소도 그렇지만 이곳에서도 시간에 비해
배우고 외우고 익혀야 할 양이 많다
긴 기간 동안 공부하면, 모두 고득점을 받을 수 있겠다
그러나 모두의 고득점이 아닌 시험이 목적이므로
그런 여유 있는 시간은 주지 않는다
기술학교 1단지의 생활이 마지막이고,
살면서 이곳에 다시 오고 싶어도 오지 않을
그 시간을 기다리는 때이다
식당에서 한창 나오던 군가 중 하나인
"보라매의 꿈"의 가사 중,
"이곳이 내 집이다 내 목숨 건 곳"의 가사처럼
집처럼 생활했던 곳을 곧 떠나
남은 2년 2개월을 어딘가에서 생활해야 한다
그곳이 원하는 곳이길 바라지만,
지옥 어디를 가도 좋은 곳이 있을까?
남은 군 생활이 까마득하다
내일 남은 시험은 종합평가와 3차 평가
한 달여 공부한 것을 이 마지막 과정을 통해
평가받는다
아침을 맞이하며
감기 기운이 있어서 약을 먹고 잤더니
오전 5시 40분까지 쭉 잠을 잘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긴장하고 잠을 자기 때문에
이따금 새벽에 번쩍 눈을 뜨기도 했다
그리고 시계를 본 뒤, 아직 기상 시간까지
한참 남았으면, 안도하고 더 잘 수 있다고 생각하며
눈을 붙이곤 했다
고작 2달 남짓 군생활을 했는데, 그 교육 기간이
얼마나 집요했는지 휴가를 나가 지하철을 탈 때,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공간이 보이면
"앞으로 밀착"
그리고 지하철을 타면,
"시설 입장"
이라고 말하며 들어가고
사람들이 타고 내릴 때는
"좌우로 밀착, 원위치"
이렇게 해동하고 이야기하는 건 아닐까 하는
끔찍한 상상을 했었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으나
이곳에서 유머가 없다면 살기 힘든 곳이니
쓸데없는 상상을 한 것이다
종평을 앞두고
내일이 종합 평가일이므로 군사 수업은 길지 않았다
한 30분 수업하고 나머지는 공부하거나
동기들과 떠들고 있었는데, 조교가 들이닥쳐선
여기 인원 모두 CP 근무 세운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오늘은 밥 먹는 줄도 마지막에 자꾸 걸리더니,
이런 사달이 났다
문제는 몰려온다고 했던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수진 갔던 동기들이
수진 가서 몰래 전화하려고 공중전화 앞에서
줄 서 있다가 중대장한테 걸렸다
수많은 기수를 봐왔던 중대장이니,
여기 오면 무슨 짓을 할지 알고 있던 게 아닐까
기교 2단지 조교가 왜 전화시키냐고 하니까
항의전대 말년 병장은
"이곳의 업무는 내 업무다"라고 조교와 싸웠다고 한다
당시에는 어떻게 조교와 싸울 수 있을까 했지만
둘 사이는 대대도 다른 사이이므로,
남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었다
단체 생활이란 게 누구 하나 잘못하면 연대 책임이라
그게 참 골치 아픈 일이다
하라는 것만 하면 되는데, 유혹에 못 이겨
결국 꼬리가 밟힌 셈이다
원래 오늘 회식을 하기로 되어있었으나
비정규 학과로 인해 회식이 취소되었다
군생활을 하며 태권도 1단을 따야 한다고 하는데,
그러려면 1장부터 8장까지 모두 외워야 했다
나중에 자대 가 보니, 따고 싶으면 따고
안 딴다고 해도 전혀 지장이 없었다
이 때는 반드시 따야 하는 줄 알고,
세상 쓸데없이 1단을 따야 하는지
딴다고 해도 어디에 쓸 수도 없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니 스트레스가 되었다
군대는 오후 6시에 국기 강하식을 한다
이때, 애국가가 나오고 밖에 있는 군인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국기 쪽을 바라봐야 한다
사회의 오후 6시에는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이다
우습기도 하고, 이해도 안 됐지만 하라면 해야 했다
겹쳐 온 나쁜 일들 중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건빵 배식이 나왔단 것이다
별 다른 군것질 거리가 없었기에
건빵은 별미 중 하나였다
오후 8시 50분
수진 갔던 동기들을 호출하는 방송이 나왔고,
육하원칙에 맞게 오늘의 사건 경유서를 써 오라 했다
비행을 막는 길이라고 하는데, 다음 주면 안 볼 사이지만
잘못에 대한 대가는 치루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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