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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50] 기술학교의 모든 시험이 끝나다

by G-Kyu 2022.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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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24일 수요일 날씨 : 맑음 -> 흐림

오늘은 기다리기도 했지만, 오지 않았으면 하는 

종합 평가 시험이 있는 날이다

 

시험의 끝이 보여서 일까?

불행히도 해피 엔딩은 아니지만 

휴가 나가는 꿈을 자주 꾼다 

 

휴가를 하루만 주고, 빨리 귀영하라든지

먹고 싶은 걸 못 먹고 온다든지 하는 꿈이다

 

아침에 괜히 건빵 먹다가 조교한테 끌려가는 

내무실 동기들을 보며, 별 일 안 일어날 거 같은데

이슈가 생기는 걸 보면, 그것도 희한하다

 

종합 평가

그동안 준비 기간에 비해 많은 학습량을

공부해야 해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종합 평가와 3차 평가의 시험 보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한 번에 A4 2장을 주고, 다 채워야 하는데

오전부터 이렇게 시험을 봐야 했다

 

훈련소부터 오늘의 시험들까지 모두 합산되어서

점수가 나오고, 그 점수에 따라 지망하는 자대로

배치가 된다

 

2달 남짓으로 남은 2년 2개월의 신세가

결정되는 걸 보면, 수능 시험의 압축판 같았다

 

이런 시험은 자대 가서도 보게 되는데,

상병에서 병장으로 진급 시 필요한 시험이다

 

SKT라고 하는 시험인데, 직무 능력을 평가한다

추후에는 없어졌다고 하는데,

계속 떨어지면 최악의 경우 상병 전역을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긴장을 풀지 마라

이쯤 되면, 이제 슬슬 말년 생각도 나고

반면에 이제 바꿀 수 없는 시험 결과에 대해

고민하며, 자대는 어디로 갈까 걱정하게 된다

 

그 뜻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조교들도 이 시기를 알고 있으므로,

다음 주면 수료하는 교육생으로 보려 하지 않았다

사고 나면 조교들과 연관된 사람에게 

모두 책임을 묻게 되기도 하지만,

 

정작 사고 당사자인 교육생이 제일 큰 문제가 된다

몸이 다치면, 좋을 것 하나 없는 군대이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 앞에 집합했는데,

오와 열이 개판이라고 하며, 조교가 식당 앞에서

무릎 앉아를 시켰다

 

그리고 밥 먹고 나와서도 무릎 앉아 

대기 자세를 유지하라고 한다

 

조교 : 움직이지 마, 안 죽어 움직이지 마

 

무릎 앉아 자세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다리 안 아픈 곳이 없다

 

안 죽는다고 움직이지 말라는데,

안 죽으면 안 죽는 대로 문제다

힘든데 죽지 않으니 문제 아닌가

 

5분 정도 지나자

일으켜 세운 다음 식당으로 입장시킨다

 

나와서도 그 자세로 대기하는데,

밥 먹고 나가고 싶겠나

 

불행 중 다행인지

밥 먹고 나와서는 2분 정도 그 자세로 대기했다

 

맑지만 약간의 흐린 하늘 아래

개나리와 벚꽃은 활짝 피었지만, 조교의 말 한마디에

부동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교육생 신분은

3월 초나 지금이나 바뀐 것이 없었다

 

소문으로 가득 찬 내무실

오늘 저녁엔 교회에서 CCM 대회가 있다

시험 끝나고 해방감을 해소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시험을 앞두고 나가는 대회보다는 나았다

 

나가서 입상하면 상품을 주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상의 이름만 다를 뿐 모두 상품을 주었다

 

시험이 끝난 내무실에서 가장 바뀐 것은

대화의 주제와 분위기였다

 

자유 시간 때, 더 이상 시험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었고

이제 대화의 주제는 각자 어디선가 들은 자대 정보와

앞으로의 일에 대한 이야기였다

 

대구의 제11 전투 비행단은 군기가 바짝 들어서,

 지렁이나 새들도 각이 잡혀있다는 얘기다

 

광주의 제1 전투 비행단은 1 비답게

자살률과 구타율이 1위라며 겁을 주었다

 

대구나 광주 비행단을 가고 싶은 동기들이

뻥을 쳐서 자신들만 그곳을 지망하기 위한 전략인지

모르겠지만, 확인할 길은 없었다

사회 소식도 이야기하는데,

이 당시에는 "브레인 서바이벌"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나온 노래인데,

 

"올챙이와 개구리" 노래가 유행이라고 했다

동요인데, 가사만 알 뿐 멜로디는 몰랐다

다들 편지로만 전해 들으니 알 리가 없었다

 

다시 자대 이야기를 하면,

요즘엔 전선을 모두 땅 속으로 깔아서,

전봇대 (전주)를 오를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즉, 지중화 작업을 한 비행단이 많다는 이야기인데

그것도 최근에 지어지거나 지중화 공사가 끝난 곳의

이야기이므로, 모두 맞는 말이 아니었다

 

체련 시간

오후에는 체련이 있었다

3월의 자연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운동을 할 수 있지만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적극적인 참여는 하지 않았다

 

격하지 않으면서 시간 보낼 수 있는 수준으로

축구, 농구 등을 하며 마지막으로 향해 달려가는

기술학교의 일정에 참여했다

 

이발을 하다

훈련소에서 이발하고 처음 있는 일이다

수료가 눈앞이라 사람처럼 보여서 자대로 

보내기 위함인지 모르겠다

 

목욕탕에 신발 벗고 대기하는데

발 냄새가 목욕탕 안에서 진동을 했다

 

화생방을 이런 식으로 또 할 줄은 몰랐지만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이발하는 절차는 간단했다

머리에 물을 축이고, 젖은 상태에서 옆머리와

뒷머리만 바리깡으로 돌렸다

그리고 가위로 대충 마무리

 

한 사람당 1분 정도면 충분했다

오히려 머리 감는 시간이 더 걸렸다

 

CCM 대회

오전 시험, 오후 체련 및 이발

하루가 꽉 차게 돌아간다

 

그리고 저녁 식사 후, 교회의 CCM 대회까지 있으니

우리도 바쁘고 조교도 바쁜 날이다

 

시간이 늦어질 거 같다 군인의 필살기인

구보로 이동했다

이럴 때 쓰라고 그동안 뛰었던 건지 모르겠다

군인은 두 다리만 있으면 어디든 가는 거 같다

 

대회는 순위를 중요시하기보다는

참여한 사람들에게 상품을 주는 게 목적이었다

 

총 13팀이었고, 참가할 때는 그 사실을 몰라서,

열심히 준비했었다

 

결과는 아차상을 받았다

 

작명을 누가 했는지, 아차상이라니

아무튼 헌병 대대에선 조교 코스프레를 했다

 

군대에서만 웃긴 말을 했다

"누가 꼼지락 거려? 딱 세명만 잡아서 족친다"

"너희들 내일 수료하냐?"

"기훈단 있다가 오니까 편하지?"

 

'아닙니다'

 

"너희는 아닙니다 밖에 모르냐?"

'아닙니다'

 

군대에서나 통하는 대화의 맥락이다

 

내무실에 복귀를 했고, 조교는 오늘 받은

상품 (먹거리)은 주말에 먹게 해 준다고 했다

 

아직까지는 먹는 것도 통제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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