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평 이후, 실기 평가
2004년 2월 24일 날씨 : 흐림
이론 시험이었던 종평이 끝이 났다
결과는 궁금하지만,
당락 바로 결정이 나는 실기평가가 이어진다
여태껏 배웠던 방독면 쓰기, 총검술 등
구분 동작으로 하나씩 시험을 보는 것이다
방독면 착용법은 총 4가지가 있었는데,
그걸 다 외워야 했다
옆으로 매어 , 앞으로 매어,
뒤로 매어, 다리 매어
여기에 2가지 착용법이 있다
6개 구령 착용법과 2개 구령 착용법
부사관 조교 : 방독면 앞으로 매어 6개 구령 착용법 실시
하나!
이러면 훈련병들은 그에 맞는 동작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멈춰있어야 하고,
다른 일반 병인 조교가 돌아다니면서, 틀린 걸 체크한다
3번인가 틀리면, 과락자가 되고
다시 재시험을 봐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교가 안 볼 때 슬쩍 움직이면 된다고 하지만,
막상 시험 때 틀리면, 슬슬 움직이기 쉽지 않다
과락을 하면, 한 번에 통과한 훈련병보다는
점수에 불리할 것이라는 부담감과
재시험을 보기 전까지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
이 두 가지가 압박으로 다가온다
알고 있어도, 틀릴 수 있고,
몰라서 틀릴 수도 있다
4가지 착용 법 중, 아는 것이 나오길 바라고,
틀리지 않기를 바라며 실기 시험에 임하는 것이다
시험에 떨어져서 재시험 대상이 되면,
단체와 떨어진다는 단절감이 생긴다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면,
무리에서 떨어진 동물의 신세는 그리 좋지 못한데,
마치 그 심정을 느끼게 된다
동기들과 함께 앞으로 가는 게 아니라
점점 혼자 뒤처진다는 생각이 든다
과락을 하게 되면,
훈련소에 와서 처음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군대에서 걱정은 쓸데없다
과락이 되면, 재시험을 봐야 하고
우울한 마음으로 인해
다른 동기보다 2배 이상의
무거운 마음을 갖게 된다
조금이라도 여유 시간이 있어도,
과락된 과목을 하나하나 연습하며
재시험 때는 통과하길 바라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누구나 지나 온 이야기를 추억으로 이야기하듯
군대에서 걱정은 연예인 걱정하는 것만큼
쓸모없는 일이란 걸 알게 된다
훈련소에서 듣고, 자대 가서도
명언으로 남는 말이 있다
"무슨 짓을 해도 좋다, 걸리지만 마라"
뒤집어 생각해 보면,
걸리지 않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재시험 때 실수를 해도,
실수가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
동작이 틀리면, 검사하는 조교가 안 볼 때
빨리 올바른 동작으로 바꾸는 것처럼 말이다
틀렸으니, 곧이곧대로 틀린 자세를
유지하지 말고, 할 수 만 있으면
바른 자세로 고치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애초에 틀리지 않는 게 제일 좋다
이미 입대하고, 5주가 지나고 있다
군인이 되기 위해 여러 일을 겪었는데,
쓸데없는 걱정으로 세상 다 산 것처럼
굴어봐야 좋을 게 없으니,
좋은 생각으로 시험에 통과하길 바라며,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남들 다 통과하는 것이니,
시험 전에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고
재 시험을 본다고 해서 낙심할 필요 없다
실기 시험도 끝나고
이제 남은 건, 완전 군장 구보와 행군이다
그리고 이번 주가 지나면, 훈련소에서 퇴소하고
각자 배정받은 특기에 따라 특기 학교로 간다
슬슬 말년 훈련병이라는 이야기를
농담으로 주고받는 시기가 된 것이다
그렇게 끝내고 싶은 훈련소 생활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있다가
전역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동기들과 나눌 정도였다
그만큼 이곳 생활이 익숙 해 지고,
조교의 통제에도 익숙 해 진 것이다
자대 가면, 훈련소 생활 어떻게 했지
라는 생각이 들지만, 자대에서 막내 때 받는
스트레스에 비하면, 훈련소가 훨씬 낫다
아직 자대는 어디인지도 모르고,
비행단이 될지, 방공포가 될지
거리는 얼마나 떨어진 곳이 될지
원하는 곳엔 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되고, 궁금한 시기까지 온 것이다
처음 훈련소 때의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갈지 시간도 안 가고 힘들기만 했는데,
뒤돌아보니,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추억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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