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48] 기술학교 첫 시험일

by G-Kyu 2022. 4. 12.
728x90
반응형

2004년 3월 22일 월요일 날씨 : 흐림 -> 맑음 (뭉게구름)

 

어젯밤에는 과정 근무를 하는 동기가 

교관의 업무를 도우며, 밤 10시에 내무실로 들어왔다

 

마가렛 과자 2개를 가지고 왔는데, 그걸 1/4로 쪼개서

소라과자 봉지에 저장해 뒀다

다람쥐도 아니고 먹을 걸 보면, 즉시 먹을 것과

나중에 먹을 걸 구별하고 있었다

 

다들 자대를 어디에 쓸 것이고, 어떻게 갈 것인지

이야기를 하며, 앞으로 다가 올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C.P. 근무를 서며, 귀신을 봤다는 이야기를 하는 동기가 있는데,

F-16 학과장에 있는 공중전화에서 둘이 앉아서 소곤소곤 

얘기를 하고 있길래, 같이 근무 서는 동기 이름을 불렀더니 

조용해서, 다른 이름을 불렀더니 또 조용해서 

뒤로 돌아 뛰어서 반대로 왔다는 이야기다

 

진짜 귀신 일리는 없지만, 몰래 데이트를 하는 커플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가장 맞는 결론은

헛 것을 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식당에 와서 드는 생각은 입장을 빨리 해서 먹으려면

줄을 잘 서야 한다는 것이다

 

즉, 좌측 열에 서면 입장이 빠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좌측 열에 맨 앞이면,

입장이라고 구호는 외치지만 가장 빨리 입장할 수 있다

좌측 열 뒤로 번호 하면서, 순서대로 식당으로 들어간다 

오늘 아침 메뉴는 떡볶이가 나왔다

신박하긴 하지만 놀랍지도 않은 메뉴 구성이었다

 

첫 시험

3월 말인데도 전 날 비가 오고 흐려서인지

야외 학과장에선 스팀이 가동되었다

 

자대 배치만큼이나 자신들의 특기의 미래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는데,

 

시설 특기 중 초과 저지 , 소방 특기는 할만하다고 하고

전력 운영, 보일러병도 발전기나 보일러로 빠지면 좋다고 하고

1대대 중, 일반병은 안전 관리 특기로 가면, 복지단 간다고 한다

 

이 때는 몸 덜 쓰는 곳이 편한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실제로 군대 갔다 와서 몸이 망가진 사람들의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들었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도 하기 싫은 일 하는 건 매 한가 지니,

좋다 나쁘다의 기준은 크게 없지만 위험하지 않으면서

다치지 않고, 제대할 수 있는 곳이 좋은 곳이다라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오전 10시 15분,

2차 실기 시험이 끝나고 기다리는 중이다

약간의 코감기와 목감기 기운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시험을 본 거 같다

 

교육장 주변은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개나리, 제비꽃, 민들레 모두 활짝 피어있었다

자연은 완연한 봄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그 가운데 올해는 선거가 있어서 휴가가 1주일 밀린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선거랑 우리 휴가랑 뭔 상관인지

아직 받지도 않은 휴가에 대해 벌써부터 힘 빠지는 소리였다

 

과락인지 아닌지는 그 자리에서 알려 주는데,

다행히 과락은 아니었다

 

기훈단과 기술학교를 거치면서, 

단어의 차이에 대해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됐다

 

표준어 : 엎드려뻗쳐

기훈단 : 엎어져

기술학교 : 엎쳐

 

점점 줄어드는 글자 수와 그렇지 못한 동일한 행동

지금은 어떻게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때는 그랬다

 

오후 시험

점심 때는 부대찌개와 삶은 오징어, 오이김치, 김치, 김, 우유

사회에서 오징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오징어를 자주 본다

 

5,6교시에는 군인 정신과 군인 행동 규범에 대한 필기시험이다

A4 한 장 이상에 채우는 시험인데,

시간은 오후 1시 55분부터 2시 36분까지 치렀다

 

이전부터 준비하던 시험이라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시험이란 게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안심하기 힘들었다

 

시험이 끝난 후엔 기교에서의 마지막 구보가 있었다

시간은 28분 20초 09의 기록으로 마쳤는데

 

기교에는 벚꽃이 흰 눈이 내린 것처럼 활짝 피었고,

04-2차 기수로써 이 자리에서 마지막 구보를 하고 있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 아쉽기도 하지만,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큰 마음이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곳에서 또 적응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귀찮음이 공존하는 마음이 있었다

 

날씨도 맑고 뭉게구름이 하늘에 떠 있는 걸 보면서,

이제 웬만한 거리는 뛰어다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대를 가는 군인

기술학교 졸업 후 자대를 갈 때는 교육사 버스로

역/터미널까지 데려다주고,

정해진 시간의 열차, 버스를 타고 목적지까지 간다

 

그리고 목적지에는 이등병을 데려가기 위해

부대에서 차량을 가지고 나와 기다리고 부대로 데려간다

 

진주에서 목적지로 이동하는 열차, 버스는

민간인들과 함께 가게 된다

 

우리끼리는 모르지만 군인 특유의 냄새가 있어서

민간인의 입장으로써는 같이 있기 꺼릴 수 있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겉모습도 이상한데 냄새까지 있으니,

당연하다 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은 내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과정을 겪어 온 남자들은 군인의 요청을

잘 들어주는 편인데, 이를테면 핸드폰을 빌려서

문자 한번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면 

빌려 준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민간인에게 휴대폰을 빌려서

문자를 하거나 전화를 하는 것이 달콤한 일이었다

 

전화도 제대로 할 수 없는 3달 가까이의 시간을 지났으니

얼마나 통화를 하고 싶었겠는가

 

그런데 이걸 한 명의 군인에게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함께 있는 군인들이 서로 빌려 달라는 모습은

불쌍해 보이기까지 하다

 

속 좁은 동기

시험과 자대에 대한 스트레스만 덜 하다면, 지낼만한 곳이다

자유의 통제에 점점 적응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날 동안 보고 배우는 것이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군인 패치가 점점 되는 것 같다

 

동기들끼리 게임을 하다가 지면, 동기부여 놀이라고 해서

지는 사람은 팔 굽혀펴기 한다던지 무릎 앉아를 한다던지 

그런 걸 벌칙 삼아 놀고 있다

 

이곳 생활도 점점 마무리되는데, 동기 중 한 명이 

내일이 종평과 3차 시험이 있다고 하여, 펜을 빌려갔다

그리고 수요일에는 CCM 대회를 나가기로 했다

 

상품이 먹을 거라고 하니, 안 나갈 수는 없었다

오후 8시 45분,

하사와 전역을 2달 정도 남긴 병장이 탁구를 치고 있고,

 

동기로부터 기술학교 2단지는 감점 표를 뺏기면

C.P. 근무를 서는 제도가 아직도 존재한다는 얘길 들었다

 

우리 1단지처럼 막가는 동기들이 있어서,

뺏겨도 C.P. 는 안 서는 일이 있으면 좋겠지만(?)

거긴 그런 일이 없었나 보다

 

동기 중 한 명이 소라 과자와 약과를 내무실에서 풀었다

함께 먹자는 뜻에서 풀었는데,

 

동기 중 한명이 내게 

"너는 네꺼 먹어, 너 먹는 거 봤어"

라고 하며, 자기 것도 아닌데 괜한 시비를 건다

 

C.P. 근무 때 먹고, 언제 먹을지 모를 간식이니 

남겨 둔 걸 시비 거는 것인데

반격기가 있다는 걸 몰랐나 보다

 

"너는 어제 초코파이 혼자 먹었잖아, 그때 내가 뭐라 했어?"

라고 하니 잠잠 해 졌다

 

먹을 것 하나에도 예민 해 지는 곳이고,

시험기간 중이기에 더욱 그런 거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