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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46] 특내가 풀린 여유로은 토요일

by G-Kyu 2022.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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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20일 날씨 : 흐림 -> 맑음

이 당시 군대는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기 전이었다

토요일에도 일과가 있으며, 다만 4교시까지 하니

오전에만 일과가 있는 셈이다

 

2005년 7월이 되어서야 완전한 주 5일제가 되었고,

이 때는 그런 날이 올 줄 몰랐으니, 그러려니 했다

 

기술학교 1단지 (현 군수학교) 주변은 꽃나무도 있고,

잘 정돈된 모습이어서 봄이 오는 걸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 증거로 민간인들에게 제한된 시기에 일부 개방해서

벚꽃을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군대에서는 행사하는 것 하나하나가 귀찮은 일임에도

그걸 체감하기 힘든 민간인으로서는 부대를 들어 올 좋은 (?) 기회다

 

민간인 신분으로 부대 들어오는 건 면회가 아니고서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벚꽃도 보고, 군대도 들어와 볼 수 있는 기회다

다만, 꽃의 변화, 햇빛의 따스함을 계속 누리고 있는

A-604 이등병으로써는 전혀 기쁘지 않은 일이긴 하다

 

어떻게 같은 풍경을 보고도 여길 빨리 탈출하고 싶다는 마음과

벚꽃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를까 생각해 본다

 

지금 같아서는 추억의 장소이므로 한 번쯤은 가 보고 싶은 생각이

생기곤 하지만, 기쁜 일이 있어서 방문하는 곳은 아님엔 확실하다

 

20대 초반, 잠깐의 기간이지만 영원 같았던 그 시간을 지냈던

그 장소를 방문한다면, 벚꽃 놀이를 즐기러 온 민간인의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을 것이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다 보면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 날 것 같다

 

계절이 점점 봄의 절정을 향해 가고 있듯이 

기술학교를 나갈 날도 점점 가까워 오고 있다

그와 더불어 첫 휴가라는 전설을 실제로 마주하는 날도 

이제는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간혹 들곤 한다

 

너무 멀리 있으면 감이 안 오지만,

잡을 수 있고,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달 나는 마음과 

비슷한 것 같다

오전 일과

아침에 F-16 학과장 앞을 3바퀴 뛰었다

물론 제정신이라면 안 뛰었겠지만, 아침 구보로 뛰어야 했으니 모두가 뛰었다

군인이 되면 부지런하고, 강인한 모습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할 수 있으면 빠지고 싶은 마음이다

 

오늘은 C.P. 근무를 서야 하는데, 기술학교 생활을 하며

마지막 근무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늘 C.P. 근무를 서면 내일 종교 참석에 갈 수 있다

 

어젯밤에는 동기 중 한 명 (일명 : 블랙죠)이 수진 갔다 온 약을

내무실에 뿌렸다

 

감기 기운이 있는 사람들은 먹으라고 준 것인데,

그 약을 먹었더니 차도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건강 해 진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군대에만 있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안 좋다

음식도 나름대로 신경 써서 나오는 걸 먹는데도 그렇다

 

아침엔 카레, 밥, 깍두기, 계란국이 나왔다

카레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카레를 평소에 좋아했으니

만족스러운 식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크림 케이크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는 걸 보면, 얻은 것보다 얻지 못한 것에 대한

마음이 더 크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학과 준비를 하는데, 방송에서 환경 미화를 한다고 했다

군대는 줄(Line)이라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떤 일에

배정되느냐에 따라서 그 강도가 다르다

 

맨 뒤에 줄을 섰는데, 운이 좋은 건지 발전기 닦는 곳에

배정되었다  힘든 일은 아니었으니, 운이 좋았다고 생각된다

 

같은 시간 옆에 토목반을 보고 있으니,

 나무 잘라 붙이면서 공작물을 만들고 있었다

토목반은 뭐하는 곳일까 생각했다

 

군인 증후군

민간인일 때는 별로 공감도 안 가고 웃기지도 않은 일이지만,

군인이 되어 보니, 같은 상황에 반복적인 일을 하다 보니

이건 군인 패치가 된 게 아니라 증후군이 아닐까 생각한다

 

1) 대답할 때는 "네, 알겠습니다"로 대답한다

2) 누군가의 뒤를 따라갈 때는 좌측 1보 뒤로 따라간다

3) 걸어갈 때는 큰 걸음으로 걷는다

4) 누군가 부르면, "이병 000" 하며, 관등 성명을 댄다

5) 계단을 오를 땐, 왼발부터 오른다

6) 식사할 때는 감사의 구호를 외치고 식사한다

7) 옆 사람과 나란히 갈 때는 발맞춰 걷는다 

8) 먹고 과자 봉지 같은 쓰레기가 나오면, 딱지 모양으로 접는다

 

이게 별 거 아닌 거 같아도 계속 이렇게 생활하니까

이게 당연한 게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반복 학습의 힘이 이런 건가 생각하게 된다

 

사진을 찍다

군대에서 흔히 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사진 찍기다

기술학교 동기들이라고 다 같이 모여서 사진을 찍은 것인데,

5x7 사이즈로 찍고, 1장에 2,000원씩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구매하면, 나중에 자대 가면 준다고 보내 준다고 했던 거 같은데

받지 못한 걸 보면, 당했다 라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청소 때 봤던 토목 애들은 뭐 하나 보고 있으니,

만든 공작물에 페인트 칠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토목은 뭐하는 곳일까

 

점심을 먹고 나니 특내가 풀렸다

흡연자들은 연병장에서 나눠준 담배를 받아,

그동안 참아왔던 담배를 피워대느라 정신없었다

제한된 시간에 피워야 하니, 100여 명이 담배를 피워대니

 

좁은 공간에 그 정도 인원이 다 같이 모여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본 건 이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평가에 반영한다고, 리포트를 줬는데, 문제가 골치 아픈 문제다

 

1) 삼각 함수 문제

2) 동전 10개 중 무게가 틀린 걸 저울 3번 사용하여 찾기

3) 사각형의 통에 물을 1/2, 1/3, 1/4 채우는 법

 

스핑크스가 내는 수수께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생각해서 써야 하는 리포트다

 

오후 3시

애매한 시간인 오후 3시와 5시 사이

딱히 할 것도 없는 이 시간 

 

오후 3시 19분

부사관이 사역한다고 하며, 탁구 잘하는 애들을 불렀다

얼마 뒤인 오후 3시 25분

이번엔 족구와 농구 잘 하는 사람들을 점호장으로 불렀다

 

운동에 환장하지 않은 나로서는 내무실에 있었는데,

시험공부를 하거나 자거나 편지 쓰거나 딴청하고 있다

내무실에서 빈 둥 댈 수 있는 시간이 언제 있겠는가

 

오늘은 기지 강당에서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여 준다고 한다

당시로써는 2달 전 영화를 보여주는 셈인데 우리가 볼 수는 없었다

 

내무실 주변에 평행봉과 철봉이 있는데, 턱걸이 5개를 했는데도 힘들다

군인이 되면 체력이 좋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몸이 안 좋아지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숫자였다

 

오후 4시 22분

커피 (150원) 한잔 마시고 들어 왔다

그러는 중, 하사와 상병이 탁구를 치고 있는데 상병이 담배를 물고

탁구를 치고 있었다

 

친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모습은 빠져 보였다

군기가 빠졌다는 이야기다

 

나중에 자대 와서 봐도 아무리 병장이라고 해도,

그렇게 하며 탁구를 칠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후 4시 50분

이 시간까지 교관의 컴퓨터 작업을 하던 내무실 동기

어니스트가 초코파이 1개를 가지고 왔다

 

이걸 4명이서 나눠 먹었다

지금까지 내려오는 전설로는 12명이 1개를 먹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비참한 일이다

 

저녁을 먹으니

이번에는 하사 조교가 들어와서, 명언 제조를 한다

 

"너희들 주말에 우울한 거 아니까 놀 땐, 놀아야지?

어느 선을 넘지 말고 그 밑에서 지킬 건 지키자"

 

하면서 농구할 사람 찾아다니고 있었다

군대에서 또 하나 배우게 되는 사실은 군대에서

사용되는 단어다

시대와 속해있는 부대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때는 괴롭히는 고참을 꼽창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다 같이 먹을 때, 마지막에 먹은 사람이

함께 먹은 모든 걸 치우는 문화

 

그리고 쓰레기가 나오면, 딱지 접는 모양으로 접는다

 

오후 6시 30분

이번에는 조교가 들어와서 군 생활 팁을 방출한다

누구나 하는 비슷한 얘기지만 그중 하나는 군대는 계급 사회고

그래서인지 높은 사람들은 아랫사람들의 생활을 이해 못 한다 였다

 

즉, 간부는 병의 생활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중에 자대 가서도 병장이 되어 보니,

지나온 세월을 바탕으로 이등병과 일병의 생활이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들의 생활을 주의 깊게 보지 않게 되는 걸 보며,

이때의 말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복음송과 회식

교회는 예배 참석을 해서 초코파이와 콜라를 주지만,

복음송 대회를 한다

심사를 하곤 하지만, 떨어뜨리기 위한 심사가 아니라 형식상 심사다

 

즉, 참가하는 모두에게 과자와 음료수 등을 준다

일단 나가면 된다

 

오후 7시 53분

회식이 있는 날이어서, 내무실로 군것질 거리가 들어왔다

 

초코 레떼 + 미니 약과 (500원) + 소라과자 (550원) + 쌍쌍바 (500원)

또는 크레이지 아케이드 (키위맛 / 500원) + 쵸코쵸코카스 (500원)

 

가격은 소비자 가격이었고, 우리 내무실이 선임 내무실이어서

먼저 고를 수 있었다

 

약과는 기본이 10개 들어있는데, 간혹 11개 ~ 13개 들어있는

제품들이 있어서 골라서 살 수 있었다

 

이때 다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다가 C.P. 근무 때 먹으려고

약과와 소라 과자는 빼 뒀다

 

근무 나갈 때, 과자 흔들리는 소리가 날까 봐

봉지를 뜯어서 공기를 빼고 최대한 구겨서 바지의 건빵 주머니에

넣어 나간다

 

늘 하는 얘기지만 조교는 C.P. 근무 중 전화하는 거 안다고 하며,

걸리지만 말라고 했다

 

군대는 무언가 잘못하는 게 중요하다기보다는

걸리지 않는 게 더 중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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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데보라 2022.04.08 20:04

    군대 이야기 들어 보면 단 세상 같습니다.
    답글

    • G-Kyu 2022.04.09 22:03 신고

      오래간만의 포스팅에 방문 주셔서 감사 합니다 ^^ 사람 사는 곳 다 비슷하다 하지만 군대는 참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