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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36 ] 야외 실습과 체련 시간

by G-Kyu 2020.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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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10일 수요일 날씨 : 흐림

아침 점호를 위해 체련복을 입고 잤는데, 오늘은 전투복 복장에 야외 점호였다

아침에 환복 시간을 줄이고자 했지만, 편한 옷 입고 잠을 잤다는 데에 만족해야 했다

F-16 학과장을 돌아오는 구보인데, 기훈단 때에 비해면 거리도 짧고 할 만했다

오늘의 사회 소식은 중부, 경북 지방에 비가 온다는 게 전부였다

 

회식 카드

군대는 가만히 있기만 해도 전역할 날이 다가오는 다소 희망적인 곳이다

단점이라면, 가만히 두질 않는다는데 있지만 그래도 뭔가 하지 않아도

시간에 따라서 그에 맞는 보상이 주어진다

월급 또한 마찬가지였다 매일 조교들 아래 복종하고, 언제 감점 표를 뺏길지 몰라하지만

시간이 흘렀다고 월급도 나왔다

회식 카드가 나왔고, 음료수 뽑아 먹는 돈도 환전했다

특례 기간이 끝난다면, 정해진 시간에 적어도 자판기의 음료수를 뽑아 마실 수 있고,

회식 카드를 통해 대표자가 내무실에서 과자, 음료수 등을 신청한 사람들 분량만큼 구매해 온 뒤,

먹을 수 있는 길이 생긴다 

물론 정해진 날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 때나 회식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특례 기간의 끝은 약간의 자유가 보장되기에 그 끝을 기다리게 되었다

 

야외 실습은 전주 타기

오늘은 영상 8도까지 올랐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했지만, 이제 점점 봄이 다가옴이 느껴진다

며칠 전부터 조류 독감 이야기했었는데, 그래서일까? 오늘 점심은 닭고기가 나왔다

조류 독감으로 인해 닭 소비가 줄어들자 군납을 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익혀 먹으면 된다고 했고, 설마 병든 닭을 줬겠느냐는 생각에 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

 

점심 식사 후 춘곤증인지 슬슬 졸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어디서 잠을 잘 수도 없는 노릇이니 잠이 빨리 깨길 바랐다

야외 실습 전, 실내 학과 시간에는 반쯤 졸았던 거 같은데,

다행인지 몰라도 야외 실습 때는 잠에서 깼다

 

야외 실습은 전주를 오르는 것이었다

일명 전주를 탄다 라고 이야기하는데, 전기선이 전주 위에 있으니 보수, 설치 등을 위해

전주를 올라가는 것은 전기반이라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사회에서는 전봇대라고 불렀는데, 군대에서는 전주라고 한 점이 신기했다

 

가뜩이나 하기 싫은 일인데, 실습을 통해 강제로 배워야 한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했지만

특기를 바꿀 수도 없으니, 배워야 했다

영화 본 아이덴티티 (본 시리즈)처럼 기억은 잃었지만, 그동안 자신이 습득한 기술을

무의식 중에 해 내는 것처럼, 배우기 싫은 전주 타기지만 강제로 배워서 무의식 중에라도

해 내는 모습이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전주에는 고압과 저압선이 있다

고압선은 전주가 높고,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인 저압은 전주의 높이가 조금 낮다

고압선은 일명 바가지 차를 타고 전선이 있는 최상단까지 올라가고,

저압선은 사다리를 대고, 어느 정도 올라간 뒤 전주 옆에 있는 볼트를 잡고, 밟고

원하는 위치까지 안전벨트를 차고, 올라간 뒤 작업을 한다

 

교관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전기의 위험성을 알려 주고,

사고사례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그 사고의 주인공이 내가 되지 않길 바라며,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전주를 타기 위해 실내에서 안전모를 쓰고, 안전벨트 매는 연습을 하던 중

밖에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는 약 30분 뒤 그쳤지만, 전주가 비에 젖어서 내일 실습하기로 했다

비가 오려고 해서 그런지 몸이 무거웠는데, 잘 됐다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이 부담감을 내일 느껴야 한다니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련 시간

수요일이 좋은 점은 7,8교시에 체련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선 체육 시간이라고 불렀는데, 군대에 오니 체련이라고 이야기한다

추후 자대 가면 전투 체련이라고 했다

군대에서 하는 건 모두 전투라 그런지 몰라도, 그렇게 불렀다

군대에서 다치는 게 훈련 때 다치는게 아니라 축구하고, 농구하다 다친다는 게

사실이구나 라는 걸 체감하는 시간이다

 

수요일은 평소보다 빨리 일과를 마치고,

체련을 통해 지금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기훈단에서는 체련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기술학교에서는 존재했다

훈련병과 이등병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약 2시간 정도의 시간에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농구, 족구가 있었다

그중 족구를 선택했는데, 4팀이 토너먼트로 하는 경기였다

팀이 잘 짜였는지 우리 팀이 우승을 했는데, 우승이라고 해도

무엇인가 주어지는 건 없다 그저 동기들끼리 이겼다고 좋아하는 정도다

체련 종료까지 20분 정도 남았는데, 교관들이 교육생들을 모아서

축구를 했다 

 

말로만 듣던 군대스리가를 체험하는 순간이다

11 : 11 경기가 아니라 몇 명이 뒤엉켜있는지 모를 정도의 교육생들이

먼지를 뿜어가며 축구를 했다 

 

우리 팀에 간접 프리킥 기회가 있었고, 담당 교관이 프리킥을 넣어서

1:0으로 팀 승리를 했는데, 역시 군대는 짬에 따라서 기회가 주어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다

 

여담이지만 이 경기를 지켜보던 기간 병인 병장이 교육생 중 한 명을

축구 경기 중 나오라고 한 뒤, 자기가 뛰려고 들어왔다

다행인지 몰라도 들어오자마자 경기가 끝났는데, 교육생들 경기에

심심하다고 그렇게 들어와도 되나 싶기도 했다

 

종교 참석

저녁 메뉴는 돈가스가 나왔는다

놀라운 건 후식으로 마이너스 2인치라고 하는 음료가 나왔는데,

양파와 배를 섞어서 만든 음료였다

나중에 그 음료에 대해 찾아보니, 양파 농사의 피해가 있어서

소비를 위해 만든 음료이며, 지금은 단종된 음료라고 했다

처음 먹어 봤는데, 오묘한 맛이었다 

먹을게 하나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맛을 따질 처지가 아니었기에

먹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건 다 먹었던 시기였다

 

저녁 시간 후, 종교 참석을 하기 원하는 교육생들이 모였고,

교회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밤에는 이제 제법 포근한 바람이 불었다

당시에도 군대만 아니면, 밤에 느껴지는 봄기운을 즐길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비록 군대지만 이때만큼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04년의 봄의 밤을

최대한 몸에 기억하기 위해 풍경, 바람, 온도 등을 눈에 담고 이 감정을 잊지 않으려 했다

 

종교 참석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부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인데,

초코 파이 2개와 캔콜라를 먹을 수 있었다

이 날은 찬양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는 CCM 팀이 왔었는데,

정확한 기억은 없다 그러나 서울 기준으로 이 먼 곳까지 어떻게 왔을까 하는

생각이 남아있을 뿐이다

 

다시 돌아갈 때는 기술학교 2단지 교육생이 탄 버스가 최대한 빨리 못 지나가게

인솔하는 조교가 인도 쪽이 아니라 중앙선 쪽으로 붙여서 인솔했다

기술학교 2단지 버스 운전병도 자신보다 계급이 높은 병장이어서 그런지 

그러려니 하고, 클락션도 울리지 않고 따라오다가 넓은 길이 나오자

추월해서 지나갔다

 

종교 참석 때 볼 수 있는 기술학교 1단지만의 꼬장이었다

정보통신학교, 기술학교 2단지는 거리가 멀다고 버스가 지원되는데

기술학교 1단지는 애매하게 가까워서 버스 배차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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