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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40 ] 일요일,나른한 몸과 마음의 기술학교

by G-Kyu 2021.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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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14일 일요일 날씨 : 맑음

기술학교에 온 지 이제 절반 정도 되었다

적응할 법도 한데, 몸과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져 간다

몸이 편해지고, 약간의 자유가 보장되어도,

무의식 속에 있는 걱정이 몸과 마음을 누르는 것 같다

 

어제는 당직 사관이 꼽창이었다

* 부대마다 다르게 부르겠지만,

까다롭고, 괴롭히는 스타일의 상관(간부, 선임)을 일컫는 말

 

점호장에서 내무실을 1분 안에 집합이란 명령으로

왔다 갔다 시키고, 못한다고 총 4번을 그렇게 했다

당연히 수백 명의 사람들이 왔다 갔다가 되겠는가

내무실에 오면, 실내화를 신고 대기하고 그런 일을 한 뒤,

오후 9시 50분이 돼서야 점호가 끝이 났다

 

부사관들은 아침 점호 때, 그런 뺑뺑이를 계속 돌아서

우리들이 식사하러 갈 때까지 했다고 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렇게 굴리는지 모르겠다

 

휴일이어서 그동안 못했던 일을 하기도 하고,

시키기도 하는 날이다

 

그 일과 중 하나는 침구류 일광 소독이다

6일 동안 내무실에 처박혀 있던 침구류를 들고 나와

정해진 장소에서 햇빛으로 소독하는 것이다

 

그런데 황사가 심하다고 해서, 오전에 침구류 

일광 소독은 취소되었다

 

화이트 데이, 종교 참석

 

일요일에는 종교 참석을 하거나 자율 체련을 할 수 있다

둘 중 하나를 고르게 되는데, 정말 체련이 하고 싶어 

미치겠는 상황이 아니라면, 종교 참석이 더 낫다

 

부식 (초코파이, 콜라)도 얻을 수 있고,

지긋지긋한 내무실을 잠시나마 벗어나서 

잡생각으로 인해 머릿속이 복잡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 앞에 도착하니 신병 2대대 훈련병들도 있었다

기훈단 때 조교가 보였고, 신병들의 앞 날이 보이니

한마디로 토 나오는 광경이었다

 

이 날은 CCM 그룹인 B2E가 왔다

지금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여성 그룹이니

인기가 좋았던 걸로 기억된다



밸런타인데이 때는 교회에서 초코파이 1개를 더 받고,

스니커즈 1개를 받았던가 그랬다

 

오늘은 화이트 데이인데,

이 날 캐러멜 땅콩 과자를 추가로 받은 것 같다

 

점식 식사 후, 일광 소독

점심 먹기 위해 기다리는데 수사슴이 보였다

동물원도 아니고, 사슴을 볼 줄은 몰랐다

카레밥에 깍두기가 나온 점심 식사를 보니,

종참 때 군것질 거리를 먹지 못했다면,

서운한 식사가 될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 식사 후, 내무실에서 방송이 나왔다

축구 잘하는 사람들은 집합해서,

부사관들과 축구한다는 내용이다

 

축구를 좋아하지만, 굳이 격렬하게 축구를

할 마음은 없기에 참가하지는 않았다

 

지금 같은 마음으로는 축구를 보러 가거나

야구장에 가서 아구를 보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날씨가 맑아진 오후 1시 20분 즈음

일광 소독을 진행했다

F-15 학과장까지 침구류를 가지고 가서, 

침구류를 널어놓는데, F-15 이글루 문이

생각보다 크다는 생각이 난다

 

오전에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은 따갑고,

놀러 가기 좋은 날씨다 라는 감상에 젖게 만드는 날씨로

바뀌어 있었다

 

기훈단 때 비하면 몸은 훨씬 편해졌는데도,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을 바라고 있다

군것질 거리도 훈련소 때 비하면 자주 먹을 수 있고,

음료수도 사서 마실 수 있지만 사회에 있을 때와

비교해 보면 제한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침구류를 다 빼놓은 내무실을 보고 있자니

뭔가 적막한 느낌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게 이런 걸까?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자유 시간이 생겼다

편지를 쓰거나 학과 공부를 하는 시간이다

 

교육생들에 비해 자판기 숫자는 적었고,

음료수, 커피 자판기는 진작에 동이 났다

 

오후 4시 28분,

일광소독을 했던 침구류를 다시 들고 왔다

 

저녁 종교 참석과 불침번

 

저녁 식사 후, 종교 참석을 또 간다

사회였다면 굳이 가지 않았겠지만,

훈련소 내무실 동기가 교회에서 초코파이를 나눠준다

 

이미 머릿 수대로 초코파이가 배정되므로,

더 이상 줄 수는 없으나 그래도 방법이 있는지

한 개 더 받았다



내무실로 돌아와서,

훈련소 내무실 동기 중 한 명과 이야기할 시간이 생겼다

 

수학을 잘했다고 하기에 어떻게 공부했냐고 물으니,

중3 ~ 고1 사이에 개념원리 + 수학의 정석 (공통, 수 1, 수 2)를 

6번 풀었다고 했다 

 

그 후, 고 2 때부터는 수학 경시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았다고 한다

학교는 경희대를 다녔는데, 군대 오기 전 과외를 하면

 

일주일에 2번 , 1시간 30분씩 공부 도와주고

과외비 30만 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함께 말이다

 

점호 후, 마음 편히 잠을 잘 수는 없었다

오전 12시 ~ 새벽 2시까지 불침번 근무이기 때문이다

 

당시 암구호는 사자 // 도시였다

휴식을 하는 날이지만, 시간이 더디 간다고 느껴서일까?

 

자유가 한정된 시간이어서 일까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긴 하루의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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