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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34 ] 기술학교에서 첫 시험

by G-Kyu 2020.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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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8일 월요일 날씨 : 흐림


전투복을 입고 자서 아침 점호 때, 시간을 절약하려 했지만

아침에 체련복 복장에 복도 4열 점호를 했다

어제나 오늘이나 예측한 점호 복장이 맞지 않아서 시간을 절약하기는커녕

다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번거로움만 생겼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할수록 몸이 건강 해 져야 하는 거 같은데, 어째 사회에 있을 때보다

몸이 더 안 좋아지는 거 같다

환절기인 탓도 있겠지만, 감기약을 늘 상비해야 했다 

애초에 군대에 있지 않았다면, 감기에 걸리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하루다

 

기술학교의 3월은 대학과 같은 면이 있었다

수업을 받고, 복습을 하고, 시험을 본다는 것이 같았고, 그 나머지는 다 달랐다

살짝 얼어있는 물처럼 기술학교 생활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1주 동안 공부를 하고 다음 주 초에 시험을 보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가 시험기간이었고, 심지어 새벽에 화장실에서 틈틈이 공부하는 교육생도 있었다

시험 점수에 따라 자대 선택권의 우선순위가 결정되고, 그로 인해 남은 군생활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니 대부분의 교육생들은 신경이 예민한 상태였다

 

특내 기간


특내 기간 (특별 내무 교육 기간)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 꼬투리 잡는 시기이므로,

조교는 교육생의 허점을 찾아내서 감점 표를 주어서, 비슷비슷한 수준의 교육생들의 점수의 차이를 만들었다

반대로 가점 표를 받아서, 점수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기대하기 힘든 일이었다

수양록도 걷어가서 그동안 잘 썼는지 못 썼는지 검사를 했다

만약 수양록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면, 감점 대상이 될 것이 뻔했다

 

오늘은 내무 검사를 한다

관물함을 얼마나 정리 잘했는가? 각은 잡혀 있는가?

침구류의 정리정돈 상태는 기본이다

 

유치원 때 배웠던 기본적인 사항을 점검함으로 점수 차이를 내고, 특내 기간을 통해

단시간에 교육생들이 기술학교의 규칙을 따르게 함이 목적이었다

그래야 그 많은 인원을 소수의 조교가 통제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특별히 오늘은 교육생들이 오전에 교육을 받는 동안

조교들이 내무실을 돌며 약복에 오바로크 상태를 점검 후, 불량하면 감점 표를

발부한다고 이야기했다

약복에 계급장을 대충 달아 놓으면 안 되고, 전투복처럼 휘갑치기로 바느질을 해야 했다

동복, 하복, 점퍼에 모두 꼼꼼하게 바느질을 해 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해 내야 했다 군대는 안되는 거 안 시키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몰라도 점심 먹기 위해 모였는데, 조교가 약복 오바로크 상태를 점검했는데

엉망인 교육생이 많아서 내일까지 시간을 준다고 했다

 

군대는 내가 속한 부대가 제일 빡세다 라는 법칙(?)이 존재한다

이런 법칙이 기술학교에도 적용되었는지 몰라도

기술학교 2단지는 특내가 풀렸다고 했다

 

우리는 아직도 특내 기간이고 그마저도 특별히 검사하는 것은 내일로 미뤄졌는데,

기술학교 2단지는 도대체 뭐하는 애들인지 궁금해졌다



기술학교 첫 시험


입교 후, 1주 동안 배운 과목에 대한 시험을 보는 날이다

교관이 시험이 있는 날이니 시험공부하라고 하며, 수업을 짧게 하고 시험공부할 시간을 주었다

시험은 객관식과 주관식이 있었고, 주관식은 8점 만점 시험이었다

총점수가 몇 점 만점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객관식, 주관식으로 분별력을 만들어 놨다

내일은 도수체조와 태권도 태극 1장 시험이 있다

만약 군입대를 앞둔 상황이라면, 요즘은 유튜브로 국군 도수 체조, 태권도 태극 1장은

충분히 예습이 가능할 것이다

추가로 총검술은 순서라도 외우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듯 예습하기보다는 가서 배우자는 생각이 크기 때문에 이걸 배우고

입대하는 훈련병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기술학교에서 첫 시험과 앞으로 다가 올 시험을 생각하니, 앞으로 3주 뒤면 이곳을 떠나는 것이

현실이 되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행복 지수


내적 부담이 있는 기술학교 생활 가운데 행복 지수를 만들어 봤다

이유는 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분 좋게 기다리며, 한 주간 동안 희망을 갖기 위해서였다

이곳에서 무슨 낙을 누릴까 생각하지만 간단히 기본적인 것에서 행복을 찾았다

 

월요일 : 8교시까지 수업이지만, 6교시까지 수업 후, 7~8교시는 구보하는 날

화요일 : 점심 부식으로 아이스크림 (예상 메뉴 : 초코 싸만코)

수요일 : 종교 참석 + 부식 (초코파이 2개, 콜라 1개)와 내무실에 보급되는 건빵

목요일 : 점심 부식으로 아이스크림 (예상 메뉴 : 캔디바)

금요일 : 군대리아

토요일 : 오전 수업 후, 일과 끝

일요일 : 군대리아 + 종교 참석 2회 (오전/오후) + 부식 (초코파이 4개 + 콜라 2캔)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한 주간을 돌아봤을 때, 이런 흐름이 이어질 거 같았다

매일 반복되는 학과, 실습과 압박이 느껴지는 근무 (불침번, CP근무)와 

감점 표를 언제 빼앗길지 모른다는 생각, 시험 점수가 좋아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나름대로 탈출구를 찾아본 셈이다

 

군인 정신


점심 식사 후, 나른한 가운데 있어서 쪽잠을 잔 뒤 오후 학과가 시작되었다

교관이 군인 정신에 대해 물었는데,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자 3월 8일이란 이유로

38번을 호명했다

어떻게 대답했는지 모르겠지만, 교관은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러자 8번을 불렀고, 내 번호 이기에 관등성명을 대고 답을 해야 했다

 

교관 : 군인 정신이 뭘까?

G-Kyu : 군인만이 지니는 정신 같습니다

교관 :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G-Kyu : 나라에 충성하고, 패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관 :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군인은 살인 교육을 받는다 

        경찰은 체포를 하지만, 군인은 살인을 하기 때문에 제정신을 잃을 수 있으니 정신 차리도록

 

생각해 보니 전쟁이 일어나면, 군대는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죽일 수 있게 훈련한 사람들을 모은 집단이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무시무시한 집단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반대로 그 집단이 구성원인

자신을 돌아보니, 대부분 나와 같은 사람들일 거 같은데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든 문답 시간이었다

 

구보


몸으로 때우는 건 훈련소가 마지막이라는 훈련소 조교의 말이 기억에 있는데,

그 말대로 몸으로 구르며 배워야 하는 일은 기술학교에서 없었다

다만 군인의 기본 중 기본인 체력을 위해 구보 시간이 있었는데, 오늘은 7~8교시 시간에 구보를 한다

수업받느니 차라리 밖에 나와 뛰는 게 속 편한 것 같기도 했다

거리는 4.2km였고, 시간을 재 보니 28분 36초 81의 시간이 걸렸다

이대로라면 웬만한 거리는 뛰어다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니, 군인 패치가 점점 되어가는 거 같았다

사실 이 날 구보는 엉망이었다

이전에 선배들이 이야기할 때, 특례 기간을 빨리 끝내려면 구보를 잘하면 된다고 했었다

자기 기수는 구보를 잘해서, 특례 기간이 풀렸다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런데, 이 날 구보에서 한 녀석이 구보 중 화장실을 다녀온 것이다

조교가 왜 뒤처졌냐고 물어보니, 화장실 다녀왔다고 하여 그 사실을 안 것이다

예비군도 아니고,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덕분에 30분 동안 동기 부여를 받았다

동기 부여를 주게 되면, 조교도 사랑의 벌이라고 하는 일지를 작성해야 한다고 한다

왜 동기 부여를 준 이유에 관해 육하원칙에 맞게 쓰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봤다



목욕탕에서 들은 조교의 신병 이야기


시험 보고, 구보하고 이렇게 기술학교의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저녁 식사 전, 목욕탕에서 목욕하는 시간이 있었다

목욕탕은 단체로 이동 후, 가야 하는 곳이어서 담당 조교가 교육생들에게 빨리 모이라고 했다

교육생들은 세면백과 수건 등을 가지고 후다닥 모이는데, 그중 몇 명은 교육생임을 보여주는 배지를

달고 나오지 않았다

동그란 원형의 배지인데, 특기 번호가 적혀있어서 항시 착용해야 했다

색상은 노란색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2020년인 지금은 따조가 뭔지 모르겠지만, 2004년만 하더라도 치토스 과자를 사면, 

납작하고 동그란 원에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장난감이었다

1990년대 말까지 치토스를 사면, 그 안에 들어있어서 모으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모양과 특기 번호가 적힌 배지와 모양이 비슷해서 조교가 따조라고 불렀다

원래는 감점 표를 뺏겼어야 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목욕탕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시간이 남았다

담당 조교는 자신의 이등병 시절 이야기를 해 줬는데, 당시 상병이었으므로 

적어도 1년 전 이야기로 생각된다

꼽창 (후임을 괴롭히는 선임, 고참)을 만났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 괴롭혔냐면, 잠을 자는데 1시간마다 자기를 깨우라고 시켰다고 한다

그렇게 1시간 단위로 깨우는데, 새벽 2시 5분에 깨우니 내일도 똑같이 깨우라고 하며,

한 번이면 될 일을 또 시키게 했다고 하며, 소변기에 대가리 박으라고 시킨 꼽창 이야기였다

 

자대는 이런 미친 사람들이 모인 곳인가 하는 생각이 있었으나 예나 지금이나 그렇듯

지금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로 위로 아닌 위로를 해 주었다

 

저녁 부식으로 사과가 나왔는데, 뛰고, 목욕하고 먹어서 그런지 맛있었다

최근 사회에서는 조류 독감이 유행이라고 했다 닭이 많이 나오는 이유가 그것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조류 독감으로 인해 사망하면 최대 20억까지 배상한다고 한다

당시 조류 독감으로 인해 닭고기 소비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 계육협회에서 

보험 회사와 조인식을 가질 때 나온 기사였다

익혀 먹으면 안전하니, 안심하고 먹으라는 자신감의 표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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