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7일 일요일 날씨 : 맑음
기술학교 (기교)에서 맞이하는 첫 일요일이다
종참 (종교 참석)이 있는 날이어서, 합법적으로 내무실과 학과장이 아닌 다른 곳을 갈 수 있다
신앙생활을 하는 교육생이라면, 아마 이때가 신앙심이 인생에서 최대치로 굳건 해 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긴장을 안 한다고 해도 안 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잠을 자도 설 잠을 자는 것 같다
꿈에서도 화생방을 하고, 조교에게 물어 보는 꿈을 꾸질 않나 심지어 휴가 나간 꿈을 계속 꾼다
꿈에서만큼은 자유로운 모습, 휴가 나와서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때도 있다
아침 점호
일요일이라 평소보다 30분 늦게 기상을 했다
군대에서는 먹고, 자는 것 말고는 낙이 없는데, 별다른 제재 없이 30분이나 늦게 일어날 수 있으니 일요일은
여러 의미로 교육생들에게는 좋은 날이다
전투복 입고 하는 줄 알고, 전투복 입고 잤는데, 일요일이라서 그럴까?
오늘 점호는 체련복을 입고 복도에서 점호를 했다
아침 식사는 군대리아가 나왔다 사회에서라면, 빵에 쨈을 바르고 샐러드를 넣고, 패티를 넣고, 치즈 넣은 햄버거를
생각이나 했겠느냐마는 군대에서는 이 모든 것이 새롭고 맛있었다
심지어 같이 나오는 수프 또한 빵과 함께 찍어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밥이 좋긴하지만 사람이 밥 말고도 다른 음식도 먹고 싶은데, 이곳에서는 매점도 없고, 사 먹을 돈도 없고,
그럴 자유도 없으니 군대리아가 몇 안 되는 군것질 중 하나였다
종교 참석
오전 9시 25분 종교 참석을 위해 집합을 했다
물이 고였던 곳은 얼음이 얼었다 3월초의 진주는 얼음이 얼만큼 추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보다 춥지 않았다 마음이 그렇게 느낀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종교 참석은 각 자의 종교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다 절에 가는 교육생도 있고, 성당을 가는 훈련병도 있었다
교회를 갔는데, 어느 곳을 가든 우리가 속한 기술학교는 걸어가야 했다
기술학교 2단지, 정보 통신학교 교육생들은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기술학교 1단지는 걸어 다녀야 했다
목요일, 금요일에 중부 지방에는 눈이 엄청 내렸다 100년만에 3월 폭설이라고 하고, 대전은 49cm의 눈이
하루 만에 온 기록을 세웠다 고속도로에서는 사고가 이어졌는데, 방송이 안돼서 12시간 ~ 24시간 고속도로에
고립된 뉴스가 있었다 기름도 떨어지고, 1만여 명의 운전자들이 길바닥에 있었다고 한다
사회에서는 큰 난리였고, 어려움을 겪었겠지만 지금 이곳에서는 사회 소식을 듣는 것 자체가 그저 하나의 기쁨이었다
교육사 교회
교육사 내에 있는 교회는 예배는 기본이고, 2부 순서가 있어서 군대가 아닌 다른 곳에 정신을 집중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자대 배치, 교육생으로써의 스트레스, 압박감 등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훈련병일 때도, 교육생일 때도 종교 참석은 마음의 전환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 할 수 있다
내무실에 처박혀 있는다고 해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저녁에도 종교 참석이 있는데, 간식 (초코파이, 캔콜라)도 주고,
2부 순서 때는 영화를 보여 주거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이 날은 Are you happy라고 하는 연극을 볼 수 있었는데, 보육원에 버려진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따뜻하게 대해 주니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함께 행복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입대하고 오늘 포함해서 연극을 2편을 본 셈이다
사회에서는 연극을 보러 다닌 적도 없는데, 군대 와서 본 연극이 더 많은 것 같다
공연이 끝이 나고, 초코파이 2개와 캔콜라 1개를 간식으로 받는데 이 날은 동기가 간식을 받았는데,
안 받았다고 해서 콜라와 초코파이를 더 챙길 수 있었다
그래서 덕분에 콜라 2개와 초코파이 3개 (평소라면 콜라 1개, 초코파이 2개)를 먹을 수 있었다
교회를 나서는데, 하늘에 달이 꽉 차가는 모습과 가로등 불빛,
기교 2단지 교육생을 데리고 가기 위한 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들은 걸어가야 했지만, 밤에 이런 풍경을 보니 휴가를 가면 혹은 제대를 하면 여유롭게
밤공기와 분위기를 즐기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기교에서의 경쟁
기교는 학과 시간에 배운 것을 주말 혹은 시간이 남을 때, 복습하여 추후 있을 시험에 대비한다
시험 성적과 내무 점수 등의 합산으로 원하는 자대로 배치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리를 두고, 교육생들이 경쟁을 하는 구조다
마치 고3 수험생들이 어느 학교에 지원할꺼냐고 물어보는 것처럼
동기들끼리 서로 자대 어디로 지원할꺼냐고 물어볼 때,
"아무 데나 갈 거야"
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원하는 곳을 위해 공부하고, 관심 없는 척하지만
점수를 위해 노력하는 게 보인다
그래서 훈련병 때보다 더욱 가까워지기 어렵다
훈련병 때보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보이는 경쟁자들이기 때문이다
서로 가까워지기보다는 미묘한 경쟁 심리가 있어서, 사소한 것 하나에 예민할 때도 있다
함께 하는 동기이자 적이라는 생각이 들자 왠지 서글픈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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