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모든 것엔 때가 있다. 그때가 지나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겠지만 그때 하면 제일 쉽기 때문에 때가 있다고 한다. 그중 연애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분야이자 연애가 쉬운 시기에 해야 힘을 덜 들일 수 있다.
다른 것은 제외하더라도 각자의 인생에서 외모가 가장 멋있고 아름다울 시기다. 젊음과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 들어서 연애를 하려고 하면 이 두 가지가 빠지기 때문에 연애가 쉽지 않다. 아무리 연애 초반에 괴력의 힘이 나온다고 해도 체력적인 한계가 20대 때만 못하고 그 시기의 감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젊음과 힘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무엇인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들은 대체할 뿐이지 그 이상의 것이 아니다. 다시 돌리고 싶어도 돌아 올 수 없는 20대 혈기 왕성한 때에 연애를 하면 좋겠지만 막상 쉽지만도 않다. 왜 그런 것일까?
상대방도 젊음과 힘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비슷한 또래와 연애를 하기 때문에 나의 장점이 상대방에게도 장점이다. 보자마자 사랑 고백이 튀어나오게 만드는 연예인 같은 외모라면 사기템을 장착한 캐릭터라서 연애가 쉽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그것은 술.
술은 사람을 인사불성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적당한 술은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트리거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일단 깡소주 부터 마시고 다니면 연애가 시작되는 걸까? 당연히 아니다. 주취자로 입건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뿐이다.
그래서 남녀가 술을 통해 사랑의 감정이 어떻게 싹트는지. 왜 그런 것인지 생각 해 본다.
첫 번째 흐려진 판단력
성인이 되면 10대 때는 불법이었던 일들이 합법이 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음주. 미성년자 때는 술 마시는 것이 불법이지만 성인이 되면 합법이다. 그렇다 보니 성인이 되어 모임이 만들어지면 술자리가 빠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술을 좋아하는 건지 문화가 그런 건지 모르지만 술집에서도 술 마시고 식당에서도 술을 마신다.
술은 함께 먹는 음식과 어울려 그 맛을 더 해 주기도 하고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연애를 당장 해도 될 정도의 남녀가 술을 마신다고 가정 해 보자.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적당한 술은 모임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마시는 사람의 텐션을 올려 준다.
그렇다 보니 이성 보다는 감성에 움직이게 된다.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어디선가 샘솟고 평범했던 외모가 달리 보인다. 공간의 조명과 분위기 그리고 자신의 하이 텐션이 함께 한 이성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이것을 사랑에 빠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판단력이 흐려졌기 때문에 그렇다.
연애는 이성보다 감성이 크게 작용한다. 이성적으로는 아닌 걸 알지만 감성이 움직여서 한 사람에게 빠지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이어지려면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야 하는데 이 때 술이 그 역할을 한다. 이성이 마비되고 판단력을 흐려지게 만들어 감성이 자극되도록 뇌를 지배한다.
이것이 좋다 나쁘다 할 수 없다. 너무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좋은 사람을 놓칠 수도 있는데 술로 인해 그 사람과 연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반대로 술만 아니었어도 고백할 일이 없었을지 모른다. 방아쇠를 당겨 총을 쏘는 행동보다 그 결과가 중요한 것과 같다.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일약 스타가 된 사격의 김예지 선수처럼 방아쇠를 당겨 과녁을 맞춰 은메달을 따는 결과를 줄 수도 있다. 반면에 총기 사고로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방아쇠를 당겼을 때 결과가 중요하다.
사랑의 시작도 마찬가지다. 술로 인해 흐려진 판단력으로 고백하고 사랑이 시작되었지만 그 결과에 따라서 이성이 마비된 것이 좋았던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두 번째 무장 해제
판단력이 흐려진 것만으로 사랑이 시작되고 연애가 시작될 수 없다. 흐려진 판단력으로 인해 무장 해제가 먼저 이뤄지기 때문에 연애가 가능하다.
우리는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각자 무장을 하고 살아간다. 남으로 부터 나를 지키고 본인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긴장하고 대비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집에서 가족을 대할 때의 모습과 사회 속에서 생활할 때의 모습이 다르다. 집에서 가족들에게 나의 단점을 보여 준다고 해서 그것이 약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에서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거나 말 한마디의 실수가 자신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무장하며 산다.
이 모습은 술 자리에서도 이어진다. 술로 인해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위기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게 된다. 그러다가 적당한 취기가 오르면 무장 해제가 된다. 평소에는 말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말이 많아진다던지. 소심한 줄 알았는데 대범해진다든지 다른 사람 앞에서 본인을 지키기 위해 했던 모습을 해제하고 본성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이 또한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런 모습이 반전 매력이라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알고 봤더니 개쓰레기라면 무장 해제 한 것이 독이 된다. 문제는 원하지 않아도 무장 해제하게 만드는 것이 술이다. 술이 자백제도 아니고 마신다고 해서 자백하고 그런 매개체는 아니지만 확실히 술을 마셨을 때와 아닐 때와 차이가 생긴다.
음식을 많이 먹고 운동하지 않으면 살이 찌는 것과 같다. 본인은 아무리 먹어도 변화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고 무장해제가 된 상태에서 이어지는 대화는 두 사람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 하게 만든다.
빙빙 돌려 이야기 하지 않고 솔직히 이야기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니 본심을 이야기하게 되기도 한다. 무장 해제가 되고 흐려진 판단력은 때로는 과감 해 지기도 하기 때문에 사랑의 감정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세 번째 고조된 분위기
속설로 고백하면 잘 이뤄진다는 장소가 있다. 물가, 높은 곳 등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심장을 뛰게 만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호텔을 가도 오션뷰를 찾게 되고, 아파트를 구매해도 최상층을 찾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일상에서 보던 풍경과 다른 새로운 풍경이 가슴 설레게 만든다.
술은 물가에 가지 않아도 높은 곳에 가지 않아도 경험할 수 있는 심장 박동을 준다. 혈액이 빠르게 돌며 같은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그 효과가 없고 오히려 발암 물질이라고 한다. 뭐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술을 마시면 혈관이 확정되었을 때 나오는 효과가 눈에 보인다.
중요한 것은 술로 인해 특정 장소에 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효과가 생긴다. 이것은 연애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어떤 사람을 봐도 평온하다면 사랑의 감정이 생겼다고 보긴 어렵다. 그런데 어떤 사람을 볼 때 두근 거리는 마음이 생기면 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사인으로 생각하게 된다. 특정 사람을 봤다고 심장이 두근 거리는게 사랑이 아닐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심장이 두근거리기 때문이다.
술과 사랑
술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심장 박동을 주고 흐려진 판단력과 무장 해제를 하게 만들어 준다. 원인과 결과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술로 인해 사랑이 시작되는 연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지금도 술자리에서 커플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생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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