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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47] 생각이 많아지는 일요일

by G-Kyu 2022.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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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21일 일요일 날씨 : 맑음 -> 흐림

근무가 있는 밤은 편히 자는 것이 쉽지 않다

잠을 자다가 다시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잠자리에 들어도

평소보다 더 긴장한 상태로 잠을 자야 하기 때문이다

 

어젯밤에 회식을 할 때, C.P. 근무 때 먹으려고 아껴뒀던

과자들을 양쪽 건빵 주머니에 넣고, 상하 번 지시를 받으러 갔다

 

왼쪽엔 소라 과자 오른쪽엔 약과

바지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잘 넘어갔다

 

3월 말이 되니, 새벽 공기가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3월의 이미지로는 따뜻한 봄날인데, 이미지에 비해서는

추운 날씨지만, 처음 C.P. 근무를 설 때보다는 나아졌다

 

당시에 F-16 학과장 2층엘 가면 당직 사관용 전화기가 있었다

이때 5분 넘게 지지직 소리가 난다면,

도청당하고 있는 것이니 끊으라고 불침번이 이야기해 준 것이

생각났다 

 

그러나 그곳이 근무지가 아니었고, 새벽 시간에 전화할 마음도

없었기 때문에 주의할만한 정보가 아니었다

 

여자 친구 있는 동기들이나 그 정보가 진짜든 가짜든 유용했을 것이다

말년 이병이 되어서 처음에는 하지 않았던 짓을 하는

동기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학과장 근무를 서는 동기는 음료수를 뽑아 마시고,

전화도 하고, 담배까지 피웠으니 말이다

자대 와서 병장이 되어도 이런 짓을 하다가 걸리면

군기 교육대 갈만한 사항인데,

 

교육생 신분의 이등병이 이랬다는 건 

걸렸다가는 다시 한번 전체가 동기 부여를 받아야 할 일이었고,

걸린 당사자 또한 자대 배치에 악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그런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밝아 오는 아침

새벽 3시 30분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누울 수 있었다

얼마 뒤에 아침 점호를 할 테니, 전투복 입고 잠을 자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생각했는데,

 

휴일이라서 그럴까

체련복을 입고 아침 점호를 해서

다시 갈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기훈단에 왔을 때는 아침 7시도 깜깜했는데,

이제는 오전 6시 30분쯤 되니 날이 밝았다

 

시계를 거꾸로 매달아 놔도 국방부 시계는

돈다는 것이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아침은 군대리아와 함께 시작했다

쨈이 많다고, 팍팍 퍼 준다

콜라는 콤비 콜라인데, 이 때는 브랜드에 관계없이

콜라면 그저 좋았던 때였다

 

이곳 생활에 적응이 돼서 그런가

종교 참석을 거부하는 동기들이 생겨났다

 

배가 불러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다음 주에 있을 시험에 대비하겠다는

마음이 있을 수도 있다

 

이때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에 모든 곳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가장 부러운 동기들은 흔히 말하는 빽 (Back)이 있는

동기들이었다

 

친척 중 누군가가 군에서 높은 계급이 있거나

아는 사람 중 그런 계급의 사람이 있을 때,

그 신세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그런 일이 가능한 동기들에게

빽이 있다고 얘기했다

 

이 빽에 관한 소문도 다양했는데,

자대에 없는 T.O. 를 만들어서 보낼 수 있다부터

원하는 자대와 보직에 보내 줄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인생에 치트키를 쓰는 느낌이었다

 

다들 정확한 정보가 아닌 어딘가에서 혹은 누군가로부터

들은 정보로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모든 정보를 믿고 판단할 필요는 없었다

 

이제 1주일 뒤면 이곳을 떠나게 되는데,

처음과 달라진 제도가 하나 생겼다

 

감점 표로 인한 C.P. 근무 서기와 가점 표로 인한

C.P. 근무 제외인데, 이유는 단순했다

 

걸리는 놈만 계속 걸린다는 것이다

가감 점표의 양극화가 일어난 것인데,

이 제도가 계속 유지될 경우, C.P. 근무를 한 번도

안 서고 졸업하는 교육생이 있는가 하면

 

밤마다 C.P. 근무만 서다가 끝나는 교육생이 

생기게 된다

종교 참석

오전 9시 20분, 종교 참석을 위해 집합 대기를 하고

교회에 가서 몸과 마음을 쉬었다

 

물론, 간식도 주지만 내무실-학과장-식당에만 

머물다 보면, 쳇바퀴 도는 삶에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때는 기훈단 때부터 계속 고민해 오던 

자대 배치의 그날이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이제는 언젠가 다가 올 미래가 아닌 현실이기에

더욱 긴장되었던 시기였다

 

비행단을 가느냐 못 가느냐

간다 하더라도 원하는 지역이냐 아니냐의 갈림길에서

앞으로 남은 2년 2개월의 군생활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비행단을 가더라도 거리가 멀면, 휴가 시 오가는 길에

시간과 비용 낭비가 클 것이고,

 

그 마저도 비행단이 아닌 타지에 갈 경우,

근무 환경과 업무가 만족스럽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걱정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비슷한 선택의 기로는 대학 입학 때,

제일 유사하게 느낀 감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도 위안을 삼아야 하는 건

어딜 가도 사람 사는 곳이고,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 놔도 돌아간다인데,

 

머릿속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큰 위로가 되지는 않았던 때였다

 

오후 일과

종참 후, 초코 파이와 콜라를 주는데 이제는 교회 앞에서 줬다

6명을 1조로 만들어서, 초코파이 1 상자를 준다

 

12개가 들어있으니, 각 2개씩 나눠 갖으라는 이야기다

인원에 비해 초코파이가 많이 없어지는 걸 본 교회에서

확실히 정량 배식을 하기로 한 것으로 보였다

 

교회에서 간식 먹고, 돌아와 점심을 먹으니 시간이 

남아서 누워 잘 수는 없었고, 다음 주에 있을 시험공부를

하거나 편지를 쓰는 시간으로 쓰며 보내고 있었다

 

오후 2시 55분이 되자 

체련 활동을 희망하는 교육생들을 모집하는 방송이 나왔다

 

족구, 농구를 하기 위해 100명가량이 모였는데,

웬만하면 나가려 했으나 그럴 마음도 아니고,

그 많은 인원을 보니 섞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일과가 없는 날임에 만족하며, 자대에 대한 생각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라는 걱정 가운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저녁 먹으러 가는 길

이곳이 자대인 기간 장병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보며,

좋은 축구공이란 것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지만

이곳이 원하는 자대란 것이라고 가정했을 때,

시설 좋은 곳에서 근무해서 좋겠다는 생각과

 

이곳에서 훈련받고 지냈을 텐데,

못 떠나고 결국 여기 남았구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저녁에 교회를 가니,

"믿음으로 사는 사람들" 이란 팀이

난타, 노래, 연극을 골고루 보여주었다

 

사회에서보다 여기서 문화생활을 더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휴가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좋기는 한데, 부족함이 느껴지는 걸 보면

이곳이 군대여서 그런 마음이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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