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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42 ] 대기업 이사 아들과 동기들

by G-Kyu 2021.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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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16일 화요일 날씨 : 맑음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건강 해 진다는데

군대에서 만큼은 예외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매번 동일한 시간에 먹고, 자고, 몸을 움직이는데

오히려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몸이 축나는 느낌이다

 

규칙적으로 원하는 일을 해야 건강 해 진다는 

이론을 만들어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시간이 지나서 몸이 적응할 법도 한데,

오늘 아침은 몸이 무겁다

 

한 번도 안 깨고 잠을 잤는데도, 실외 점호를 하기 위해

점호장에 나가는데, 눈이 시리다

 

훈련소 생활을 생각하다

군대는 계급이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전역하는 날은 다가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과거를 그리워하는 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립다기보다는 추억 한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 생활했던 훈련병 때를 떠 올린다는 것이다

1~2 주차 때는 대성 박력 동작 신속

3~4 주차 때는 군기 확립 경례 철저

5주 차 때는 강한 공군 정예 신병

 

대학생이 되어서 초등학교 시절을 떠 올리듯

뭔가 유치하기도 하고, 먼 과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때는 왜 그렇게 이병이 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장래 희망을 이등병으로 생각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눈앞에 있고, 조금만 노력하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있다고 생각되어서 그렇게 이등병이 되고 싶었나 보다

 

심리적으로는 그렇고, 실제적으로는 이등병이 되어야

어서 일병이 되고, 나중엔 병장이 되어 전역을 하니,

당연히 시간이 흐르고, 빨리 계급도 없는 훈련병

생활을 벗어나야겠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이때 핫했던 해외 가수 중 한 명은 브리티니 스피어스였다

동기 중 한 명이 편지를 받았던 것인지 모르겠는데,

스포츠 신문에 나온 브리트니 스피어스 사진과

맥 라이언 사진을 보여 주며, 골반이 이렇게 드러나는

바지가 유행한다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였다면, 이 정도 리액션을 했을까?

 

미디어가 제한적인 상황이므로, 사진 한 장 한 장이

소중하고, 그 사진이 마침 핫한 해외 연예인이어서

더욱 그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야외 학과 시간

수도권보다는 따뜻한 진주의 3월이지만,

쌀쌀한 날씨에 방심했다가는 감기게 걸린다

 

사회였다면, 이 정도에 감기가 걸리겠냐마는

이상하게 가면 갈수록 몸이 건강 해 지지 않고,

차라리 더운 게 낫다는 생각에 옷을 껴 입는다

 

야외 학과 시간에 비스듬한 잔디밭에 앉아서

학과 내용을 듣고, 배우고 있자니 저절로 눈이 감긴다

 

날씨에 비해 따뜻하게 입은 옷

적당한 햇살과 봄기운이 눈꺼풀을 무겁게 만든다

 

교관은 이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지 모두 기상시킨 뒤,

야외 학과장을 몇 바퀴 돌도록 시켰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군대에 있으면, 

사회에 있을 때 추억이 떠 오른다

 

그와 동시에 사회라면 이런 것을 할 텐데 라는

생각도 난다

아마 사회였다면, 지금 생각나는 것들이

귀찮아서 실행하지 않을 것들이 대부분이고,

다음에 가야지 라는 마음을 먹을 것들이다

 

예를 들어, 이렇게 날씨가 좋으니

에버랜드 가고 싶다

라고 생각이 든다

 

군대에 있으니, 사회였으면 당장 갈 텐데 라고

생각할 것이고

사회에 있으면, 무슨 에버랜드냐 귀찮으니 다음에

기회 될 때 가야지 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제 점점 이곳과도 이별을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학과 점수에 따라서 자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교관들은 앞으로 이곳을 나갈 이등병들에게

자대 이야기, 배속지 이야기 등을 해 준다

 

모두가 비행단을 가고, 원하는 곳을 갈 수 없기에

만약, 원하는 곳을 못 가더라도 너무 상심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해 주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중, 가장 기피하는 곳이 방공포인데

이곳도 꽤 괜찮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덕분에 방공포에 가더라도 

곧 죽음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가고 싶은 곳은 아니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다양한 동기들

2-3교시는 야외 학과였으나 점심시간을 앞둔 

4교시는 실내 학과였다

 

정신 교육 시간인데,

교관이 오기 전 잠깐의 시간이 생겼다

 

동기들 각자 편지로 사회 소식을 접한 터라

모이고 보니, 사회에 없지만 굵직한 소식은

알 수 있었다

 

검증할 길은 없지만, 검증해서 뭐 하겠는가

지금 우리에겐 군대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모두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사회 소식이기도 하지만,

군 입대하기 전에 뭐 하다 왔는지가

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다

그중 기억에 남는 동기는

아버지가 이름만 들으면 아는 대기업 이사의 아들이었다

(물론, 동기의 말이 모두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은 없었다)

 

여기에 할아버지는 합참의장 출신이다

 

사회에서도 이 정도 집안이면,

만만하지 않은 곳이라 생각이 드는데

 

군대에서 전(前) 합참 의장의 손자라고 들으니,

거의 왕족과 같은 포지션으로 느껴졌다

 

할아버지가 말 한마디만 하면,

원하는 자대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심지어 거주 지역은 강남이었다

 

강남 강남 말만 들었지, 

고위층이라는 게 이런 건가 생각을 하게 되는 정보였다

 

또 흥미로운 것은 걸그룹과 친구인 동기다

정확히 말하면, 서로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사적으로 알았다는 게 흥미였다

 

역시,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는 없는 정보다

그러나 흥미를 끄는 이야기임엔 틀림없었다

 

당시 티브이에서 제일 인기가 좋았던 걸 그룹 멤버인데,

아버지끼리 서로 친구라서, 알았다고 한다

 

걸그룹 되기 전에는 핸드폰 번호도 교환한 정도라고 했는데,

지금은 연락이 안 된다고 한다

 

아파트도 비슷한 동에 산다고 한다

동네 친구가 연예인이고, 그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군 생활에 별 도움은 안되지만

가십 거리로는 충분했다

 

시간이 없어 더 이상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없었다

군대 오면 별별 사람 다 만난다고 하는데,

그 말이 떠 오르는 이야기였다

 

수학을 잘하고 싶다면?

앞에 동기들과는 다른 방향의 이야기다

당시엔 수시로 대학을 갈 수 있는 방법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하나의 과목만 잘해도 대학 간다는 일이

현실화되던 시기였다

 

물론, 다른 보조적인 조건을 맞춰야 하지만

그래도 이전과는 다른 입시제도였다

 

많은 학생들을 괴롭힌 과목 중 하나인

수학을 잘해도 대학을 갔는데,

그걸 해 낸 동기가 있었다

 

서울에 소재한 이름만 들으면 아는 대학을 갔다

(서울에 있으면, 웬만하면 다 알겠지만)

 

서울에 있다고 끝이 아니라 

많은 수험생들이 원하는 대학 중 하나인 곳이다

중3 때까지는 남들처럼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수학 올림피아드를 대비하며,

문제를 푸는데 전혀 풀리지 않아서

조언을 구하니, 수학의 정석을 풀면 풀 수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계속 수학의 정석만 풀었다고 한다

17번 정도 풀었는데, 안 풀리는 문제는 답안지

안 보고 몇 시간이고 고민했고, 그러다 보니

재미가 붙었다고 한다

 

그러자 나중에는 80~90년대 수학 문제도 풀었다고 했다

 

수학 잘하는 사람들이 공통적 의견 중 하나는

수학이 재미있었다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감하지 못할 내용이긴 하다

 

처음에는 다 손을 써서 풀어야 했으나

나중에 방정식 문제들은 암산으로도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고 하니,

 

수학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센스도 중요하지만 많이 푸는 게 답이란 결론이다

 

내무 이론 평가

9~10교시는 대강당에서 내무 이론 평가를 보기로 했다

그러나 취소가 되었는지, 시험을 보네 안 보네 하다

결국 시험을 보게 되었다

 

복도에서 시험을 보는데, 

오후 6시 53분에 시험 보고, 오후 7시 48분에 끝이 났다

 

문제도 난이도가 있었다

상식과도 같은 문제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주관식 문제인데, 애국가 4절 쓰기였다

그리고 총검술 동작을 순서대로 쓰는 것도 있었다

 

간 큰 동기 중 두 명은 둘이 짜고 커닝하다가

걸려서, 반성문 같은 거 써 오라는 처벌을 받았다

 

여기에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 하며 회의감이 들 땐,

그저 한국 전쟁이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고,

그게 불가능했다면 남한의 완전한 승리로 끝이 났어야

이 고생을 안 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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