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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41 ] 춘곤증과 내무 검사

by G-Kyu 2021. 3. 31.

2004년 3월 15일 월요일 날씨 : 맑음

아침엔 쌀쌀하고, 낮엔 따뜻한 봄날이다

아침 점호 때는 그렇게 춥더니, 낮에는 내복까지 입으면

덥고, 안 입자니 차가운 봄바람과 실내 기온에 

언제 감기에 걸릴지 모르는 기간이다

 

오늘은 내무 검사가 있다고 한다

구레나룻은 없어야 하고, 옷을 규정에 맞게 입고,

신변 정리를 잘하고, 옷에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해야 한다

 

구렛나루를 없애야 한다는 말에

세면 시간에 모두 거울에 보이는 대로

면도기로 밀었다

그랬더니 구렛나루는 대각선으로 잘려 있었다

 

멋을 내는 곳도 아니고, 멋 낸다고 봐 주는 곳도

아닌 이 곳에서 흠이 될 것은 아니지만,

 

사회였다면 거울 봐 가면서 좌우 균형을 맞춰서

다듬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런 모습이 되어있진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내무 검사 때, 흠이 보인다면 감점 표를 뺏는다

그리고, 감점표의 분량에 따라서 

가장 서기 싫은 시간에 CP 근무를 세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들 고만고만하니까

어떻게 해서든 점수의 차별화를 두어서,

점수로 줄 세우려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오전 일과

햇살은 따뜻하지만 기온은 높지 않아서, 쌀쌀했다

학과 시간 중간중간 자판기로 달려가서

이번에는 커피를 마시도, 다음 쉬는 시간 때는

음료수를 마시면서 점심시간을 기다렸다

 

번갈아 마신 이유는 단순했다

2교시 끝나고 커피 자판기로 가서,

커피를 뽑으려고 보니, 자판기 온도는 67도였다

 

그런데 커피 자판기의 온도는 75도가 되어야 작동을 하니,

정해진 쉬는 시간 때에 커피를 마셔야 하는데,

자판기가 작동을 안 하니, 자판기의 온도가 오르길 기다렸다가

재빠르게 커피를 마시고 학과장으로 달려갔다



커피 한잔이 뭐 그렇게 간절하겠느냐마는

이 곳에서 사소한 군것질은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

스트레스를 풀 곳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이렇게 먹고, 마시는 걸로 풀게 된다

 

문제는 급하게 마신 커피 덕분에 입안이 데었고,

다시 찬 음료수로 식히고자 다음 쉬는 시간 때는

음료수 자판기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마저도 줄이 길어서, 쉽게 뽑을 수 없어서

학과 시간에 늦곤 했다

 

학교에서야 조금 늦는다고 뭔 일이 있겠느냐마는

이곳은 군대다

정해진 시간에 모두 모이지 않았다고 선착순으로

실습장 2바퀴를 돌게 하고, 순위 안에 못 들면

나머지는 팔 굽혀 펴기 몇 번 시키고 수업을 했다

 

햇살이 비추니 따뜻하고,

계절이 바뀌니 몸의 리듬은 갈피를 못 잡고

그러다 보니 잠과의 싸움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점심 식사

닭개장, 김치, 돼지고기 잡채, 우유

지금도 그 메뉴의 맛이 떠 오르는 것 같다

 

식사량을 조절해서 살을 빼고 싶어도,

이 메뉴라면 쉽게 숟가락을 놓기 어려웠다

 

살 빠진다고 누가 칭찬해 줄 것도 아니고,

못 먹으면 결국 내 손해기 때문에

다이어트의 길은 쉽지 않다는 걸

추가로 깨닫게 된다

 

모두 같은 마음이었는지 체형이 모두 비슷하다

배만 볼록 나와있었다

 

티브이에서 보던 근육질의 군인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식사 후 5,6교시는 정신 교육이다

대강당에서 이뤄지는 교육인데,

비디오만 2편 정도 봤다

 

당시 해리포터가 한창 개봉하여

시리즈로 나올 시기였는데,

비디오를 보며 해리포터는 개봉했을지를

생각하며 봤다

 

그리고 대부분은 재미없는 비디오를 보느니

잠을 자고 있었다

불면증에는 이만한 비디오가 없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무 검사

저녁 식사 후, 

예고되었던 내무 검사가 시작되었다

 

원하는 자대를 가기 위해 1점이라도 더 획득하고 싶은데,

이런 검사를 통해 감점이 되고, 그것도 모자라서 

CP 근무를 새벽 2시 ~ 4시 사이에 서야 하다니

여간 스트레스받는 일이 아니다

 

맡은 구역 청소 또한 잘해야 했다

청소 상태가 불량하다고 판단 시,

그 구역 담당자의 감점 표를 빼앗고,

감점시키니 말이다

 

내무 검사는 1시간 40분 정도 이뤄졌다

담당 구역 청소를 시작으로 약복을 입은 모습

그리고 약복의 청결도 등을 봤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 일을 하나하나

검사해 나갔다

약복에 먼지가 있는가? 모자에도 먼지가 있는가?

정해진 단추는 모두 채웠는가? 등등

 

행여나 감점 표를 빼앗길까 봐 교육생들은

바짝 얼어 있었다

 

다른 내무실에서는 내무 검사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서, 구르고 있었다

 

중대장과 훈육관이 내무실을 지나가고, 

들어오면서 내무 검사가 계속되었다

 

이때 훈육관이 들어와서 이야기했다

"훈육관은 그런 사람 아니야"

라면서, 감점 표를 뺏는 것이 어쩔 수 없을 뿐

원래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의미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7,8교시 구보 때, 유턴하는 구간에서

훈육관이 지름길로 턴을 해서 가는 걸 봤기에

뭔가 설득력이 없어 보였다

 

내무 검사가 잘 끝났나 했는데,

내무 검사 후, 교육생들이 자판기로 몰려가서

이것저것 빼먹는 걸 보고

재특 내라는 조치가 내려졌다

 

그냥 조용히 있었으면 될 것을

중대장과 훈육관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열심히 해도 몇 명의 일탈로 인해

모두가 단체 기합을 받는 게 군대다

 

한 명이 잘하면, 다른 사람 모두에게 칭찬을 하거나

상품을 주는 건 거의 못 봤어도,

동기 부여를 줄 때는 기가 막히게 잘 적용하는

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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