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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38 ] 야외 실습과 특례 끝

by G-Kyu 2020. 11. 18.

2004년 3월 12일 금요일 날씨 : 맑음

군대리아와 함께 시작된 아침

늘 그렇듯 해는 뜨고, 기술학교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오전에는 전봇대 (전주)를 올라가는 실습을 했는데,

전주 2개가 양쪽에 있고, 가운데 나무 판으로 변압기를 올려놓은

전주를 올라가는 것이다

H 전주라고 하는데, 그 모양이 H 모양처럼 생겨서 그렇게 불렀다

 

밑에서 바라보면,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데, 막상 올라가고

올라간 뒤, 내려다보면 아찔한 높이로 느껴졌다

실습을 위해 만든 곳이라서 다행히 전류는 흐르지 않았다

 

그러나  교관은 자대에서는 실제 고압 전류가 흐르니 조심하라고 했다

변압기는 고압(22kv)이 들어와서, 변압기를 거쳐 저압(220v)으로

변압을 시켜주므로, 고압과 저압이 모두 존재하는 곳이다

 

실수로 변압기와 닿거나 만지거나 하면, 감전당하는 일이

발생해서, 죽거나 다치게 된다

 

생각보다 높은 곳에 올라와서 아찔한데, 몸조심하고,

심지어 작업도 해야 한다니 앞으로 군생활이 어떨지

걱정이 되는 실습이었다

 

안전장치라고는 하나 없으니, 전주를 올라가는 동기 중 한 명은

다리가 후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주를 올라가지 않았다면, 이해가 안 되었겠지만,

올라갔다 온 뒤의 모습이라 어떤 마음인지 이해가 되는 모습이었다

 

실습 후, 시간이 남아서 옆에 있는 동기와 이야기를 했다

사회에 있을 때 다녔던 대학교 이야기, 기숙사 생활을 하며

밤에 배달 음식을 시키고, 나갈 수 없으니 음식을 빨랫줄에 매달아

음식을 기숙사 방 안으로 가져와서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모두 같은 처지에 군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자유롭게 생활하던 모습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내무실 일화 중 하나 기억나는 게 있는데,

방송에서 현재 복장 그대로 집합하라는 멘트가 나왔는데,

어떤 동기가 내복 입고 나와서 서 있으니 조교가 들어가서

체련복으로 입고 나오라는 모습이 떠 오른다

 

사회였다면,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군대 와서 사람이 바뀐 건지, 아니면 원래 이랬던 사람인지 헷갈린다

 

이야기를 마치고 생각해 보니,

전주 실습을 해서 일까? 아니면 날씨가 따뜻해져서일까?

이제 내복이 거추장스럽다고 생각되었다



특내 해제

기술학교 생활도 절반 이상하고 있는 이 시점에 기다리던 특내가 해제된다

정확히는 내일부터 해제인데,

오늘부터 자판기 이용이 가능 해 지고, 내일부터는 흡연과 회식도 가능해진다

비흡연자여서 흡연 가능 여부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는데,

흡연자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뉘었다

 

이제 담배를 필 수 있어서 좋다는 동기들과

지금까지 담배 안 피웠으니 이 참에 끊을 수 있는 기회라고 하는 동기

 

그보다 개인적으론 그동안 실내 학과장에서 내려다보던

자판기의 음료수들을 마실 수 있게 되었고,

자판기 커피 또한 마실 수 있게 된 것이 더 좋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자판기 이용 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4교시, 8교시 끝나고 이용 불가

이 시간은 점심시간 시작과 저녁 시간을 앞둔 시간인데,

조교들이 통솔해서 식당에 데려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집합해야 하는데, 자판기를 이용하고 있으면 시간이 지체되니

왜 그런지 이해는 되었다

그리고 오후 9시 이후 이용 불가였다

쉬는 시간에 5분 줄 서서 처음으로 마셨던 포도 봉봉이 아직도 생각난다

 

유머

교육생 생활을 하다 보면, 웃을 일이 별로 없다

그러던 중 고전 유머를 보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이디어가 좋다

 

30대에 20억을 번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생각하니, 자신에게 친구가 없어져 가서 고민을 하던 중, 

그나마 있던 한 친구가 1,000만 원을 빌려 달라고 했다

그래서 흔쾌히 1,000만원을 빌려 주며, 사람은 돈을 쓰고 살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자신이 들었을 때, 정당한 사유라면 

돈을 빌려 주겠다는 내용을 게시판에 붙였다

그리고 그 밑에 한 줄이 있었다

단, 이 돈은 한게임넷 사이버 머니입니다 

 

즉, 그 돈이 실제 돈이 아니고 게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사이버 머니란 이야기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아이디어가 좋은 유머라는 생각에

지금도 기억이 나는 유머 중 하나다

 

그리고 유행했던 글 중 하나는

너희들이 ~ 할 때, 난 군대에서 ~ 했다 시리즈였다

요즘 말로 하면, 라떼 시리즈 같고, 꼰대 같지만

당시로써는 군인의 마음을 잘 표현한 시리즈 같았다

 

너희들이 부모님 보기 싫다고 집을 뛰쳐나갈 때,

나는 훈련소에서 부모님 사진 보고 울었다



너희들이 반찬 맛없다고 투정할 때,

나는 훈련소에서 설 익은 밥이라도 맛있며 먹었다

 

너희들이 걷기 싫다고 버스 탈 때,

나는 훈련소에서 조교 말 한마디에 군장 메고 뛰었다

 

너희들이 선생님 말씀 안 듣고, 반항할 때

나는 조교의 나지막한 한 마디에 연병장을 뒹굴었다

 

너희들이 고작 간식거리로 생각하는 초코파이

나는 군대에서 부스러기 하나 흘릴까 조심하며 먹었다

 

너희들이 아침에 일어나기 싫다고, 이불에서 투정 부릴 때

나는 군대에서 기상나팔 소리에 벌떡 일어나 이불 갰다

 

너희들이 얼굴 탄다며 선크림 바를 때,

나는 군대에서 연병장 먼지로 얼굴을 덮었다

 

너희들이 마음 편히 샤워할 때,

나는 10분 동안 샤워 마쳐야 했다

 

너희들이 비싼 옷 사며, 행복 해 하고 부모님 고생시킬 때

나는 군대에서 부식으로 나오는 간식 먹으며 부모님 생각했다

 

너희들이 이 글 보며 동감하지 못하는 이 시간에도

나는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해야 하는 군인이었다

 

이런 식의 시리즈였다

헤어진 애인에게도 하는 시리즈가 있었다

 

너 다른 남자와 커피 마실 때

난 연병장에서 흙탕물 마셨고

 

너 다른 남자와 길거리 다닐 때

난 군장 메고 총 들고, 연병장 뛰었다

 

너 다른 남자와 패스트푸드에서 햄버거 먹을 때,

나 군용 햄버거 먹으며 행복해해야 했다

 

너 나에 대한 기억 잊어갈 때,

나 이 시간에도 너의 편지 기다리며 하루를 보낸다

 

너 다른 남자에게 화이트 데이라며 사탕 받을 때,

나 건빵에 있는 별사탕 네게 보내려 모았다

 

이렇게 군인으로서 해야 하는 일을 할 때,

헤어진 애인을 생각하며 나온 글들 또한 인기가 있었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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