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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4] 잊지 못할 첫날 밤과 가입소 기간

by G-Kyu 2020.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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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첫날 밤


입학이라는 제목의 노래 보다, 

졸업이라는 노래 제목이 더 많다


그만큼 살아가면서 마지막이 더 기억되는 경우가 높은데,

군대는 처음도 임팩트가 강하다


군대와 결혼을 빗대어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인지 첫날밤도 공통적인 것 같다


오후 5시부터 6시까지가 정해 진 식사 시간이다


사회와 다르게 지금 밥을 적게 먹어 두면, 

내일 아침까지 배가 고플 수 있다는 생각을 준다


가뜩이나 날도 춥고, 어두운데 공복까지 된다면

군대에서 병이라도 나면 안되므로 사회에서보다는 많이 먹었다


저녁 먹고 스케쥴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심심하게 놀게 한 시간은 없는 것 같다


조교는 우리를 내무실로 안내 했다

겉 보기에는 학교 같기도 한데, 건물로 들어와 긴 복도를 따라 

내무실로 안내 받았다


이 당시 영화 실미도가 유행했었는데, 

실미도의 내무실보다 더 긴 침상과 침구류 그리고 관물대가 보였다


이제 여기서 생활해야 하는 것이다

씻고, 이것저것 했던 거 같다


핸드폰도 안 가지고 왔고, 가져 왔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기도 어색한 시간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우울한 분위기 속에 

아무도 말이 없었다


불과 몇시간 전만 하더라도 사회에 있었고

이런 분위기는 예상했겠지만, 그 분위기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마치 몽둥이로 맞으면 아플 걸 알지만,

진짜 맞았을 때, 그 충격을 느낀 것 같았다


점호를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은 안 나지만

점호 없는 군대가 있을까 생각도 든다


밤 10시에 잠을 자라고 하여 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올리가 없다


여기서 팁이라면, 20대 초반 청년들을 울릴 수 있는 한마디가 있다


"아..엄마 보고 싶다"


이 말 한마디면, 내무실의 절반은 훌쩍 거리거나 뭉클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본인도 그 중 한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이 얘기를 왜 하냐면, 별 도움은 안되지만

그런 상황일만큼 뒤숭숭한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속편한(?) 놈들은 이미 자고, 심지어 코 고는 놈도 있었다

잠을 자기 어려웠던 것은 낯선 환경도 있지만, 시차 때문도 있었다


사회에 있을 때는 밤 12시가 넘어야 잠을 잤는데,

오늘은 밤 10시에 불 껐으니 잠을 자라고 하니,

잠이 올리가 없다


게다가 이제 몇일 뒤면 집에 가는 수준이 아니라 

최소 99일은 지나야 한다라는 생각도 들고

머릿 속이 복잡한 밤이기 때문이다


군대는 취침 후 30분, 기상 전 30분은 이동 금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잘 시간에 여기저기 돌아 다니면 

제 시간에 잠을 못 자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 든다


기상 전 30분 이동 금지는 일어나서 점호 해야 하는데

인원 이동이 있으면 어디로 갔는지 찾으려면 

문제가 되서 아닐까 생각 해 본다


난방은 얼마나 강하게 했는지, 이불을 덮고 있을 수 없을 정도였다

괜히 춥게 했다가 문제 생기면 안되니 가장 강하게 해 준게 아닌가 생각된다


2004년 1월 26일 밤은 잊지 못할 밤으로 기억 되기에 충분했다


건강 해 지는 일정


2004년 1월 27일 (화요일) 날씨 : 맑음


티비에서만 듣던 기상 나팔 소리와 함께 기상한다

밤에 꿈을 꿀 때는 사회였는데, 일어나 보니 군대에서의 첫 날이 지났다


동절기라고 해서 오전 6시 30분 기상이었다

만약 3월에 입대 했으면, 오전 6시 기상이었을 것이다


아침에 인원 보고도 하고, 구보를 했다

그냥 뛰는 거다 


여지껏 살아오면서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건강을 위해 뛰어 본 적이 었던가 생각 해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군대는 인생 살면서 별걸 다 겪게 해 주는 곳이었다

뛰어서 도착한 곳은 식당이었다


운동 선수들이 왜 건강 해 지는지 알 것 같았다

규칙적으로 밥 먹고, 전자 기기 멀리 하고, 술담배 없고, 운동한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그게 좋건 싫건 그렇게 하는데, 몸이 나빠진다면

그게 더 이상할 노릇이다


사회에 있을 때는 이 모든 걸 지키기란 쉽지 않은데,

군대에 몸을 맡기는 순간 자연스럽게 되는 신기한 현상이다



시간이 멈춘 훈련소, 둘째날 일정


2004년 1월 27일 (화) 날씨 : 맑음


군대는 아침 일찍부터 일과를 시작하기 때문에,

하루가 길다


그것도 엄청 길다고 느껴진다

게다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지내는 시간도 아니고,

해 내야 하는 시간을 견디니 오죽하겠는가


지금까지는 민간인 신분이므로, 군대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테스트 하는 기간이다


입소 후 둘째날 일정을 요약하자면,


아침 식사 -> 옷, 보급품의 치수 기입 -> 기입한 치수대로 옷을 입어 본 뒤, 내무실로 복귀

-> 점심 식사 (당시 메뉴는 카레와 우유) -> 공군 비디오 시청 -> 피검사 -> 저녁 식사


이렇게 하루를 보냈다


이 때는 우울한 감정이 계속 이어지는 기간이다

집을 떠나 온 것이 믿어지지 않고, 학창 시절에 수련회 온 것 같은 느낌도 있다


몇일 자고 나면, 집에 갈 것 같은 기분이지만, 100일 휴가가 주어져야 합법적으로 집에 갈 수 있다

청소 구역도 배정 받았는데, 화장실 청소 중 바닥 청소 였다

대충 물 뿌리고 빗자루질만 하면 되어서, 그리 힘든 청소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 된다


운이 없었는지 내무실 옆자리에 코를 심하게 고는 놈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내무실 곳곳에서 코를 골아서, 서라운드 7.1채널로 들리는데,

옆에 있는 놈은 우퍼 같았다


가입소 기간엔 훈련소에서 양말, 속옷을 따로 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여분을 준비한다면, 같은 양말과 속옷을 5일동안 입고, 신지 않을 수 있다



셋째날 일정


2004년 1월 28일 (수) 날씨 : 맑음


2004년 1월 26일에 입소 했지만, 지금은 가입소 기간이다

아직 민간인 신분이기도 하지만 곧있으면 국방부 소속의 군인이 된다


이 중 몸에 이상이 있어서 집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받거나 자원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훈련병도 

있지만, 입소를 한다는 가정하에 모든 일정을 함께 소화 한다


점점 주변을 둘러 볼 여유가 생겼다

대기할 때 보면, 앉아서 졸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사투리 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모두 빡빡이고, 얼굴 봐서는 엄청 늙어 보이는데 84년생들이 많았다

당시 84년생이면, 21살이었다


구보 -> 아침 식사 -> 파상풍 주사 맞기


파상풍 주사는 정력 감퇴제라는 루머가 있었다 

이걸 맞으면, 정력 감퇴제가 있다면 이런 것일까 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600기로 입소 했던 친구가 있는데, 특정 욕을 하는 조교가 있다고 했었다

설마 볼까 했는데, 진짜 그렇게 욕하는 조교가 있었다


기수가 바뀌어도, 조교도 전역을 하지 않는 이상 별 수 없이 군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다


이후엔 안경 검사 -> 소변 검사 -> X-Ray 검사 -> 점심 식사 -> 종교 비디오 시청 


종교에 관한 비디오 시청인데, 육군 생활이 나오는 비디오였다

공군인데, 예산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육군의 인원이 많아서인지 육군이 배경이었다


같은 군인의 입장으로 비디오에서 훈련 받고 있는 그들이 측은 해 보이기까지 했다

비디오 시청을 한 뒤, 조교가 똑바로 안 하면 집에 보낸다는 협박(?)을 했다


조교가 마음대로 집에 보낼 수는 없을텐데, 겁 주려고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한 녀석이 조교한테 가서 집에 가겠다고 했다


육군에 입대 할 거니까 보내 달라고 했다

결과는 모르겠지만, 퇴소 하려면 적어도 몇일은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보급품으로 흰색 목장갑을 받았다

이걸 어디다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손 시려우니 끼라고 준 것 같다


오후 4시 30분 가까이 되서야 신체 검사가 모두 끝이 났다

항문 검사 (이걸 실제로 할 줄이야), 시력 검사, 치아 검사 등이 모두 끝난 것이다


군가 배우는 시간도 있었는데, 군악대 소속인 일병과 병장이 와서 가르쳐 주었다

12주만 지나면 휴가 가니까 참으라는 희망과 함께 공군에서 힘든 것의 절반이 훈련소 생활이라며,

훈련병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군악대 병장은 2002년 월드컵 때 입소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2002년 6월에 입소 했고 당시 공군이 2년 6개월이었으니 2004년 12월에

전역하는 병장이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 병장의 정보에 의하면 2004년 3월부터 공군이 2년 4개월로 복무 기간이 2개월

줄 것이라고 했으니, 군 복무일이 조금이라도 줄 것이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이후, 정밀 검사자 분류 -> 저녁 식사


간단한 것 같지만 마음대로 움직이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검사 받는게 아니므로, 

지겨운 하루고 시간이 안가는 하루다



넷째날 일정


2004년 1월 29일 목요일 날씨 : 맑음


구보 -> 아침 식사 -> 군가 배우기 (오전 9시 ~ 오전 10시 40분)


어제 허접 해 보이는 신체 검사를 했는데, 거기서도 문제 있는 입소자가 발견 되었다

그 정도로 몸이 안 좋은 것인지, 아무리 군대라고 해도 허접하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잠을 자는건 아직도 익숙치 않았다

이를 가는 녀석, 코 고는 녀석 등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서 잠을 자다 보니, 별별 사람이 다 있었다


내일이면 지금 내무반 사람들이 싹 바뀐다

입소 첫날 귀도리를 받았는데, 사회에서는 본 적도 없는 아이템이었다


찍찍이로 되어있고, 헤어 밴드처럼 머리에 차는데, 귀를 덮어 주어서 목도리 + 귀를 합쳐서

귀도리라고 불렀다 


찍찍이가 자꾸 떨어져서 옆 사람에게 실과 바늘을 빌려서 꿰마다가 바늘을 부러뜨렸다

같은 내무반 사람인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어떻게 해 줄 수 있는게 없었다


점심 식사 -> 1,500미터 달리기 


점심 식사 후, 주소지별로 사람들을 모으고,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로 확인 했다

그리고 먼저 입소 했던 친구에게 들었던 1,500미터 달리기를 하는 때가 왔다


자신감을 주기 위해 바보만 아니면 붙는다고 하고, 걷지만 않으면 통과 된다고 했다

달리기를 하기 위해 장소에 모이는데, 옆에 보니 유격 훈련하는 훈련병들을 보니

웬지 부러웠다 적어도 퇴소 시간이 가까워 온 것이 때문이다


연막탄 터뜨리며 연습도 하고, 완전 군장으로 구보 끝내니 군악대가 반겨주는 걸 보니

시간이 흐르기를 바랐다


1,500미터 달리기는 육상 트랙을 도는게 아니라 코스만 육상 트랙처럼 생겼다

자갈밭, 모래밭이 있어서 가뜩이나 힘든데 난코스였다 

기록을 보니 6분 27초였다


집에 가는 입소자를 자가 귀향자라고 불렀는데, 1,500미터 달리기 떨어지면

병으로 인해 입소가 불가능한 입소자처럼 집우로 돌아가야 한다


기록에 따라 5명씩 분류를 했는데, 4그룹 중 2번째 그룹에 속했다

생각보다 상위권이었다 


저녁 식사 


먼저 입소 했던 친구가 이야기 했던 메뉴가 나왔다

닭계장인데, 정말 뼈와 살이 분리되어서 나왔다 당시 유머코드에 비춰보면,

빅장을 맞은 닭계장이었다


그 외 김치, 우유가 밑반찬이었다

우유는 태어나서 처음 만난 부산 우유 (200ml)였다


식사 끝나고 4열 종대로 줄을 섰다

다른 입소자가 나와야 내무실로 이동하기 때문에 기다려야 했다


이 때, 조교가 이야기 했다


" 이렇게 말만하며 지낼 것 같냐? 내일부턴 죽었어 

  조교들이 이번 차수 벼르고 있다

  꼭 개념 없는 놈들이 있어, 그런 놈들 때문에 소대가 잠 못잔다


  그러니까  그런 놈 보이면 밟아 놓던가 해

  조교 성질 건드려 봐야 좋을 것 없다


  탓하려면 먼저 집에가는 너희 동기를 탓해라

  벌써 개념 없는 놈들 나오고 있어, 집에 가려면 곱게 가라"


목욕 시간


오후 6시 12분 이제 목욕하러 나간다

혼자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내무실 사람들을 조교가 인솔해서 목욕탕에 데리고 간다


조교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뛰어서 이동 시켰고, 도착하니 6시 18분

목욕 하고 나오니 6시 29분이다


옷 벗고, 목욕 하고, 다시 옷 입는걸 감안한다면 실제 목욕 시간은 5분 남짓 될까 말까다

빠르게 움직여서 샤워기를 틀어 보고, 찬 물이 나오면 다른 샤워기로 옮기고

비누도 한정판이어서, 빨리 차지해야 비누칠도 할 수 있었다


조교가 질문 받고, 알려주는 시간 -> 청소 -> 잠


이후 시간은 이렇게 하루를 보냈다


다섯쨋날 일정


시간은 봄을 향해 가는데 어제보다 추운 날이다

아침밥을 먹고, 사복으로 입으니 집에 가는 것 같다 수련회의 끝이라는 느낌이 0.001초 들었다

어제 조교가 질문 받고, 알려 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조교가 편히 대해주는 것은 어제가 마지막이고, 이제 5주 뒤에나 그럴 것이라고 했다

이게 편히 대해 준것이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단 말인가


조교는 81년생이고, 30개월을 조만간 다 채우고 제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기수가 100일 휴가 나가기 전에 전역한다고 하니, 입대한지 5일된 우리들에겐 이 세상

가장 부러운 사람이었다


이미 입대했던 친구들이 했던 말대로 일정이 진행되는 걸 보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한 것 같기도 했다 


추가로 우리 차수부터 유격 행군을 부대 내에서 하는게 아니라 부대 밖의 월아산으로 간다고 했다

이제 지금까지 있던 입소자와 달리 집에 갈 사람 모두 집에 보내고, 본격적인 소대 편성이 있었다


입대 했던 연병장에 모여서 서울, 경기, 인천 등으로 지역을 불릴 때, 뛰어가서 줄을 서야 했다

먼저 뛰어가면 1소대가 되는 것이고, 타이밍 재고 있다가 4중대 편성될 때 뛰어가면 4중대가 되었다


미리 입대했던 친구들의 조언대로 가장 마지막 소대인 4중대를 노렸다

이전까지 나눠져서 생활했던 소대는 자가 귀향자와 입소자가 뒤섞여 있었던 가소대였다


훈련소에서 통제의 편의를 위해 나눴던 것이고, 이제 집에 갈 수도 없는 신세가 된

리얼 훈련병들인 A-604기가 만들어졌다


점심을 먹고, 다시 내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축구 좋아하냐며, 옆에 동기가 말을 걸었다

간단한 대화를 나눈 뒤, 오후 1시에 보급품을 받으러 가야하니 집합하라고 했다


피복 측신표를 기준으로 보급품을 나눠줬는데, 짝수식과 홀수식이 있었다

옷의 사이즈를 100, 105 이렇게 봤을 때, 100사이즈면 짝수식이고 105면 홀수식

이런 식으로 나누고 옷, 신발, 슬리퍼 등을 나눠 주었다



쪼그려 앉아서 기다리고, 피복 받고 하기를 몇시간동안 했다

내무실에 돌아오니 오후 6시 22분이 되었다


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씻지 못한 남자들이 모여 있다보니, 발냄새가 진동했다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났으므로, 식당으로 향했다


부산 우유, 갈비찜, 채장아치, 돈까스가 나왔다

국은 순두부와 김치가 섞인 국이었다 


식사 후 내무실에 복귀 하니 오후 7시 7분이다


그리고 간단한 세면과 양치를 한 뒤, 휴식 시간을 주었다

휴식 시간이라고 해도 말년 병장처럼 누워서 쉬는게 아니라 정자세로 이른바 휴식 군기를

유지해야 했다


오늘이 입소 중 가장 힘든 날이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옷을 받으로 보급대대까지 무리지어 걸어가고, 걸어 오는게

만만치 않은 일 이었다


다음 주 부터는 훈련 보다는 이론을 배우고, 3,4주차에 총검술, 유격 등을 배운다고 한다

미리 준비 해 온 펜도 이때쯤 다 떨어져 가는 거 같아 밤에도 불을 켤 수 있는 라이트 펜을

꺼내야 했다


이후 청소 배정을 받았는데, 건물 밖 계단청소였다

내무실, 화장실에 비해 대충 해도 되는 곳이어서 청소 운은 있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때, 같은 내무반 동기와 함께 청소를 하며 말 할 기회가 생겼는데, 입대 후 4일차까지

우울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훈련소가 이제 적응해야 할 곳이고

더 이상 사회에 미련을 두지 말고, 함께 할 동기들과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다


아마 우울한 훈련병들이 지금까지 있었다면, 청소를 하고 앞으로 5주동안 함께 훈련해야 할

동기와 말을 하고, 생각을 나누면서 많이 풀렸을 것이라고 생각 된다


쓰레기 봉투도 받고, 쓰레기 버리는 법도 배웠다

비닐을 그냥 버리면 안되고, 학창 시절 좋아하는 사람에 주는 쪽지를 접듯 접어서 버려야했다


한가지 팁을 이야기 하자면,

기초 화장품 1~2개는  가지고 가도 좋다


부대에서 보급 받을 때, 로션을 안 가지고 가서

존슨앤존 베이비 로션 분홍색 통을 신청했는데


유전 국가 저리 갈 정도로 기름이 샘솟는 마법의 로션이었다

결국 몇번 쓰다가 결국 쓰지도 않았다



입소 후, 첫 주말과 삭발


2004년 1월 31일 (토요일) , 날씨 : 맑음



사회에서 있었다면 일기의 ㅇ도 쓰지 않았는데, 이곳에선 지금의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서인지

잊어보고자 그런 것인지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싶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걸 기록하려 했다


오전 6시 20분 기상, 35분까지 집합 후 역시나 1.5~2km 정도 구보(뜀걸음)를 했다

날씨가 추우니 보급 받은 장갑과 근무모를 쓰고 뛰었다


옷은 하늘색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체련복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공군의 상징인 하늘색이었다

당시 육군은 어두운색으로 기억하고, 그 이전에는 주황색이었던 것 같다

공군은 남색이 예전 체련복이었고, 후에 자대 와서 알고 보니 짬체련복이라는 단어로 불렸다


내무실에 들어오니 7시 19분이다

세수, 머리 감고 아침밥을 먹고 내무실로 복귀하니 오전 8시 23분이다


2020년 공군 훈련병들은 인권 보호를 위해 삭발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2004년도엔 그런 거 없었다 옆머리를 하얗게 밀 때 쓰는 수준으로 머리 전체를 밀어버린다



유럽 축구 선수들은 삭발을 해도 멋진 게, 과연 어떤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 않아도 봐야 했다

머리를 밀 때, 어디서 오셨는지 아줌마, 아저씨들도 있었는데 그분들께 머리를 밀면 덜 아프게

민다고 먼저 입대한 친구의 조언을 듣고, 그쪽에서 밀기를 바랐다


삭발 수준은 아니지만 이미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갔기에 수월하게 머리를 밀 수 있었다

오늘은 대대 근무자를 뽑는데, 귀찮음 일임에도 분명 가산점이 있고 그로 인해 원하는 자대를

갈 수 있기에 지원하는 훈련병들이 있었다


기준은 1,500m 달리기 5분대에 뛴 사람과 지원자였다


1,500미터는 6분 3초까지 1등급을 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5분대라면 달리는 것 하나만큼은

자신 있는 훈련병이란 뜻이자 말(馬)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내무실에 있으면서 동기들을 둘러보니, 죄다 빡빡이에 지역은 달라도 삭발하니까

그놈이 그놈처럼 보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얼굴이 몇 개의 카테고리가 있고, 거기서

조금씩 변형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

부산 우유, 소고기 버섯국, 잡채, 오이김치, 갈치조림으로 모두 매운맛이다


식사 후, 왠지 따뜻한 봄기운에 하늘을 보니, 아침과 저녁은 겨울인데 한낮엔 봄이었다

오후 1시 43분, 내무실에 오니 이제 슬슬 앞사람, 옆 사람 서로 친해지는 중이다


같은 학교, 같은 학과인데 이제야 서로를 알아보는 동기들도 있었다

주된 주제는 모두 어제까지 우울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제는 그때보다는 감정이 많이

회복되었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이제 집에 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작은 희망을 버리고, 앞으로 퇴소를 위해 집중해야

한다는 마음이 자리 잡았기에 가능했을지 모르겠다


오후 3시 20분 어제 보급 받았던 피복의 사이즈가 작거나 크면 교환해 준다는 방송이

내무실에 들렸다


저녁을 먹고 관물함 정리도 배웠는데, 처음 해 보는 것이라 각 잡는 게 어려웠다

옷을 개고, 각을 잡고, 양말도 접는 법, 옷도 순서대로 걸어야 하는 등 정해진 규칙에 따라

관물함을 정리해야 했다



1주차 일요일


2004년 2월 1일 (일) 날씨 : 약간 흐림

오늘은 일요일이라 오전 6시 50분까지 잘 수 있었다
주 6일의 일정이니, 일요일 빼고는 모두 일과가 있는 요일이다

입소 후, 합법적으로 가장 오랫동안 잘 수 있는 날인데, 소위(◇)가 P.T. 체조 200번 시키고
팔굽혀 펴기를 시키는데, 하나에 내리고, 둘에 올리는 식으로 시켰다

물론 하나 하고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둘에 올리는데, 쉬는 날인데 근무라서 와서 괜히 시비 건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곳에서는 이동 시 기본적으로 큰 걸음으로 다니는데, 사회에서는 해 본적도 없는
괴상한 걸음 법을 하는 곳이니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구나 하고 이해했다

아침엔 맛없는 떡국이 나왔다
어제 메뉴에 몰빵해서 식사가 부실한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걸어갈 때, 왼발이 앞에 있으면, 오른팔을 앞으로 100도 왼팔은 뒤로 30도 정도 반대 팔일 때도
손만 다를 뿐 각도는 동일하게 한다

훈련소 교회는 어떨까 궁금했는데, 훈련병들에게 교회는 사치였다
오전 8시 46분 어제 배웠던 관물함 정리와 보급품에 이름 쓰기 (주기)를 오전 시간을 보냈다

점심때는 식사 당번이어서, 식당으로 향했고 식판 헹구는 일을 했다
그나마 점심 메뉴는 돼지고기볶음이었다 아침에 비해선 그레이트 한 반찬이었다

식사 당번을 위해 인솔했던 조교는 일병이었는데, 그렇게 빡세게 굴지 않았다
훗날 오늘의 모습이 고참 조교에게 지적 당했는지 퇴소하는 날까지 미친 사람처럼 굴었지만 말이다

점심 후엔 1,500미터 달리기를 다시 한번 했다
체력 검증을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당시 기록은 6분 17초였고, 합격을 위한 최종 커트는
7분 44초였다

시간에 따라 급이 매겨졌는데, A급은 6분 4초 B급은 6분 5초 ~ 30초
3주 차엔 커트 시간이 더 낮아진다 6분 44초 안에 들어와야 합격이다

만약, 오늘 제시간에 못 들어올 시 2주 차에 한 번 더 뛰어야 한다
또 떨어지면, 3주 차에 또 뛰었어야 한다 그래도 안되면 4주 차에 또 뛴다

그때마다 감점이 이뤄지니, 괜히 고생 길 열지 말고 할 수 있으면 최선을 다해서
커트 점수 안에 들어오는 게 몸과 마음이 편하다

막판에 스퍼트 하고, 걷지 않고, 뛰기만 한다면 6분 30초 안엔 충분히 들어올 수 있다
저녁 먹고, 집으로 보낼 옷가지들을 우체국 택배 박스 안에 구겨 넣었다

입대 때, 부모님이 우시고, 택배 박스 받으시고 또 한 번 우신다고 하는데
입고 갔던 옷이며 신발 모두를 보내 드리게 되었으니 마음이 착잡하실 거 같단 생각이 든다

오후 9시 56분 점호를 기다리고 있다
일요일이라 좋은 건 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갈 사람들은 다 가고


지겨운 5일간의 시간이 다 지나가고,

이제 집에 갈 사람들이 걸러졌다


6주 훈련 과정 중, 1주가 지난 것이다

체감상 1년은 지난 것 같다


군대에서 불안한 것 중 하나는 잊혀진다는 느낌이다

사회는 잘 돌아가고 있는데,


여기 갇혀서 썩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사회에 있던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소중하다고 느끼게 된다


지금 가는 사람들은 집에 가는 것 빼고 부럽진 않다

다시 공군에 입대를 하건 육군을 가건

군대를 가야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또 한번 겪는다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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