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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29 ] 진주에서 맞이한 첫 눈

by G-Kyu 2020. 8. 4.

2004년 3월 3일 수요일, 추움+흐림 -> 오후에 눈

군대는 규칙적이다

지나고 보면, 통제를 위해 그러는 걸 이해하지만

이건 모두 지나온 일을 생각하며,

긍정적인 생각이 옛 기억에 필터링되어서

생각하는 것이다

명령에 대한 복종과 통제에 익숙 해 져야 하지만

20년 넘게 자유와 함께 살아왔으니

쉽지 않은 삶이다

군인과 민간인의 중간을 오고가는 것 같다

 

6시 기상이지만 5시 55분쯤 눈이 떠진다

항상 긴장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푹 잔 적이 없는 것 같다

심지어 잠을 자다가도 중간중간 깬다

늦잠은 생각도 못하는 곳이다

 

기상하고, 이불 개고, 집합 준비를 한다

10분 동안 점호를 하고, 6시 15분에 내무실로 복귀

청소하고, 머리도 감고, 세면도 한다

 

민간인이었다면 어땠을까?

아침에 일어나서 위와 같이 살았을까?

예상컨데, 청소는 절대 안 할 거 같았다

 

만약, 군인처럼 새벽녘부터 일어나고,

침구 정리하고,

체조하고, 씻고, 식사하고

심지어 청소까지 하는 모습의 민간인이라면,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할 정도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요즘 유튜브로 유행하는

가짜 사나이처럼 특수부대 출신이나

어디선가 훈련받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된다

 

제 추워서인지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다

군대에서 다치고, 아프면 그만큼 서러운 게 없다는데,

어제 추웠던 게 화근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희망적인 곳이 군대뿐이라 했던가

아침 청소 중에도 이렇게 기록을 남길 수 있는 건

훈련병 때보다 조금은 더 여유가 생겼다는 증거다

 

복도 청소 당번이어서, 아침부터 복도 청소를 했다

다른 곳 청소는 어떤지 몰라도, 복도 청소로 인해

힘들었던 기억이 없는 걸 보면, 

괜찮은 구역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군생활 중 번거로운 것 중 하나가 근무다

불침번, 여기에 추가로 C.P. 근무

윗글에 CP 근무에 관한 간단한 내용이 있다

CP (Command Post) : 지휘부라고 한다는데,

 

당시 기억으로 학과장, 야외 학과장 근처를

2시간 간격으로 경계 근무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건물 실내에 있다가, 야외 건물 한 바퀴 돌면서

시간을 때우곤 했다

 

오후 6시부터 C.P. 근무를 선다

그리고 다음 날 6시까지 2시간씩 정해진 구역에서 

경계 근무를 한다

 

일과 후 이뤄지는 근무는 잠자는 시간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되길 바라게 된다

 

만일, 새벽 2시부터 근무라면

새벽 2시 ~ 4시까지 깨어 있어야 하고,

곧 있으면 기상이기 때문에 

온종일 피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단점은 종교 참석을 못한다

만일 근무 시간과 겹친다면,

유일하게 내무실과 학과장을 벗어날 수 있는

종교 참석을 하지 못한다

 

사회에서 평일에 교회 가는 게

번거롭고, 이상 해 보일지 모르지만

훈련소에서 혹은 특기 교육 때,

교회 간다는 것은 기다려지는 일 중 하나다

 

조교들의 눈치도 안 볼 수 있고,

초청된 CCM 가수들의 위문 공연,

그리고 간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무실에 있는다고 해서 편한 것이 아니므로

가능하면, 종교 참석을 하는 게 좋다



학과장 도착

 

아침 먹은 뒤, 학과장에 도착했다

8시 7분, 

일어난 지 2시간 정도 되었는데 

정말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과장도 우리들이 청소를 해야 해서,

청소하는 조가 나뉘었다

 

화, 목, 토에 청소를 하는 당번이 되었다

지금은 주 5일제여서 토요일은 쉬겠지만,

이때만 해도 주 5일이 정착되기 전이었다

 

동기들과 이야기하던 중,

어제 장나라가 위문 공연을 왔었다고 했다

 

저녁 먹을 때,

기간병 병장들이 약복을 입고 있던 이유가

이제야 납득되었다

 

이때는 같이 고생하는 처지에 우리도 보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련 or 수진

 

기교에서 교육생으로 있을 때는

훈련병과 기간병 사이의 대우를 받는다

 

B.X. (Base Exchange / 매점) 이용은 불가능

그러나 정해진 때의 체련 (체육 활동)은 가능

 

매주 수요일은 체련 시간이 있다

전투 체련이라고도 하는데,

군대에서 하는 건 다 전투, 전쟁이라 그런가 보다

 

이때, 몸이 좋지 않으면 수진을 신청할 수 있다

수진이란, 한마디로 병원 가서 진찰받겠다는 것이다

굉장한 의료 서비스는 없겠지만,

적어도 간단한 약 처방은 받을 수 있다

만약 조금이라도 아플 거 같다면,

신청해서 약을 타 놓는 게

마음이 편할 것이다

 

아침부터 감기 기운이 있어서,

수진 신청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특기에 대해 듣다

 

학과 시간에 특기에 관해 들었는데,

한마디로 3D 특기였다

지난 기수들은 비행단 8명, 방공포 24명,

사이트 16명이 갔다고 한다

 

가뜩이나 시설 대대가 된 것도 싫은데,

특기 조차 그중 빡센 특기라고 하니

이중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하는 위치에 있는 비행단

이왕이면 발전반을 가고 싶은 게 마음이었다

 

운이 나쁘면, 수도권에 자리가 없어서

다른 곳으로 자대를 가야 했다

공군에 온 목적 중 하나는 도심 지역에서

근무하고, 육군에서 하는 훈련을 받지 않고,

군생활을 하다 제대하는 것이었는데

 

특기는 이미 결정 났으니, 자대라도

원하는 곳으로 가지 못한다면 공군에

지원한 이유가 모두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창 밖을 보니, 날씨도 흐리고

3월이 주는 새 생명의 이미지와 정반대로

하늘은 우중충했다

 

더 최악인 건 총선이 있어서,

그로 인해 휴가가 1주일 밀린다는 소식이었다

 

학과장을 둘러보니, 칠판이 앞에 있고,

티브이 2대가 매달려 있었다

채널을 돌릴 때, 드르륵 하고 손으로 돌리던

80년대 보던 티브이가 붙어있다

 

군 입대한 지 약 7주 정도 된 거 같은데,

왼쪽 무릎도 아프고, 오른쪽 발목도 아팠다

무릎 앉아를 하고, 군화를 신고 생활하니

몸이 성할 리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가점, 감점 표에 대한 걱정,

배속지에 대한 걱정을  하다 보니

 

이때만큼은 창 밖의 까마귀나

까치가 부러울 정도였다

 

학과 수업은 각 과목의 교관들이 들어와서,

학교에서 공부하듯 교육 과정을 가르친다

전기에 관련된 지식을 배웠는데,

뭘 배웠는지 기억은 안 난다

 

시험에 나오는 전기 지식을 배우는데,

자대 가서 사용했던 기억이 없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자대에서는

옴의 법칙 (V=IR)만 알아도 충분했다

 

자대 가면, 어려운 건 안 시키고,

안 되는 건 안 시킨다

 

다만 어렵고, 쉽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 모든 것들이 하기 싫은 것들이다

 

교관의 심부름으로 동기 중 한 명이

커피를 자판기에서 뽑아 왔는데,

여분의 커피를 뽑았고,

커피 한 모금씩 마시라고 했다

 

신줏단지 모시듯 종이 커피잔을 들고,

조금씩 마시며, 커피맛을 느껴봤다



수진 신청

점심 먹고, 5교시가 끝난 후

체련할 사람, 수진 갈 사람으로 나뉘었다

 

나를 포함한 3명은 수진을 가기 위해 모였다

대표로 교관에게 경례를 하고, 

 

그리고 다시 내무실로 돌아가서,

수진 갈 채비를 해야 했다

 

학과장에서 내무실로 돌아가는데,

민간인들이 관광을 온 것 같았다

 

학과장도 둘러보고, 전시 해 놓은

비행기 2대도 둘러보고 있었다

그중에 하나는 팬텀 전투기였다

 

누구는 입대해서 이렇게 있는데,

이 곳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오후 3시 30분쯤이 되자 

흐린 하늘에서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체련 시간이지만,

취소가 되었다

 

가입교 때, 잠깐 눈을 보고 쓸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와는 다른 제대로 된 첫눈이었다

 

첫눈을 맞으며, 수진을 가던 중

토끼가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가는 길에 동물을 보니, C.P. 근무 중 

전설로 내려오는 일화가 생각이 났다

 

밤에 C.P. 근무를 서다가 반짝이는 게 보여서,

돌을 던지니 무언가가 돌진해 왔다고 했다

 

멧돼지였다고 한다

사슴도 살고, 토끼도 살고, 고라니도 산다고 하니

멧돼지가 뛰어왔다는 이야기가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병원에서

내무실과 학과장을 벗어난 모든 곳은 새롭다

매일 같은 곳에서 생활하다가 새로운 곳을 오니,

같은 부대 내에 있음에도 숨이 트이는 것 같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중위 계급을 한 여간호사가 보였다

 

외모는 기억 안 나지만, 남자가 아닌 사람을

만났다는 게 신기했다

 

수진 온 교육생 중 한 명은 열이 39도가 넘어서,

입실을 해야 했다

 

입실을 하면, 지금의 통제에서 벗어나겠지만

몸이 아픈데, 누구 하나 제대로 신경 써 줄 사람 없고

동기들은 학과 공부를 배우기에 

자대 배치를 위한 시험에 유리한 점수를 얻는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게 된다

 

그 결과

통제 아래 벗어난다는 기쁨은 잠시고,

무리와 떨어져서 있는 것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조건에 놓이게 된다

 

창 밖의 풍경은 눈이 오고 있어서

군대만 아니라면 운치 있고, 멋있다고 생각할 정도다

 

이때, 2대대 (A-606기) 애들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아직 가입교 기간인 미래의 후임들이다

 

잠시나마 감상에 젖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단한 진료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약을 받았다는 데에 위안을 가졌다

진료를 받고, 왕복한 시간을 보니 1시간 30분이 지났다

 

종교 참석

열이 있지만, 오후 6시 30분에 출발하는

종교 참석을 빼먹을 수는 없었다

 

내무실에 있다고 이불 깔고 쉬는 것도 아니고,

버틸만하다 생각이 들어서, 종교 참석 (교회)을 갔다

 

교회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20분이다

교회를 가면, 훈련소 동기들도 볼 수 있고

조교의 통제에서 자유로워지며,

무엇보다 초코파이와 콜라를 준다

 

오늘은 CCD 팀인데, 팀 명은 Promise Keeper였다

리더인 남자는 97 군번이며 나이트 웨이터를 하다가 

군대에서 교회 다니게 된 경우라고 이야기하고,

 

또 다른 여자 멤버는 아버지가 사업을 하셔서,

집이 으리으리했는데, 중간에 망해서 지금은

낮에도 이불이 어는 옥탑방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공연도 보고, 사연도 들으며 훈련소 동기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서로 안부를 주고받았다

 

특기, 상황 모두 제 각각이지만

모두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현재 받은 특기가

그리 좋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기술학교 2단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조교가 7명이고, 교육생은 200명이 안된다고 한다

 

우리는 조교가 3명인데, 2배 이상 많은 곳이었다

우리보다 교육생은 적은데, 조교는 많았다

 

서로 안부를 물으며, 초코파이와 콜라를 받고

먹고, 마시고 내무실로 복귀했다

 

첫 C.P. 근무

시간과 장소가 중요한데, 

시간은 새벽 4시부터 5시 40분까지 근무다

 

그나마 말번이어서, 잠을 중간에 깰 일은 없었다

어차피 일어나야 할거 남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근무를 나갈 수 있었다

 

불만을 갖는다고 바뀌지 않으니 말이다

학과장 돌아다니는 근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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