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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27] 기술 학교에서의 첫 날

by G-Kyu 2020.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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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1일 (월) 날씨 : 맑음 -> 흐림

사회에서는 삼일절이므로 공휴일을 즐겼을지 모르겠다

군대에서 공휴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은 몇 개 없는데,

그중 하나는 30분 늦은 기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대에서 동절기는 11월 ~ 2월까지로 정한다

그래서 3월부터 오전 6시 기상을 해야 하는데,

공휴일이라고 해서 30분 더 잠을 잘 수 있었다

오늘부터 3월이라고 해도 하루아침에 날씨가 따뜻한 것은 아니니,

앞으로 30분 일찍 기상한다는 것이 손해 보는 느낌이었다

 

무릎 앉아

훈련병 때부터 지겹게 해 오던 무릎 앉아

군대를 왜 젊을 때 가는지 이해가 되는 항목이다

무릎 관절에 무리를 주는 이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이 때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뭐 했다 하면 무릎 앉아로 듣고, 배워야 했다

무릎 앉아할 때, "실시"라고 복명복창해야 하고

일어나라고 하면, "원위치"라고 복명복창해야 한다

그리고 조교가 무슨 말을 하면,

주목이라고 이야기한다

훈련소였다면, 똑같이 주목이라고 외친 후

조교를 봤어야 했지만 기교에서는 말없이

조교를 쳐다봐야 한다

6주가량을 주목이라고 외치며 쳐다봤던

이등병들은 주까지 이야기하거나

주목이라고 이야기해서, 동기 부여받는 일이

간간히 생기곤 했다

 

주기 (注記)

계급장, 이름표 등을 손수 바느질해서 달아야 했다

이곳엔 양품점이 없어서, 바느질을 해야 했는데

이런 과정을 주기라고 한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단어 중, 일본어에서 가져온 단어가

생각보다 많았는데, 주기, 구보 (뜀걸음), 수입 (手入)등이

생각나는 단어들이다

기교에 오자마자 주기하느라 고생했었다

코피 날 정도로 짜증 나는 일 중 하나였다

 

식당 그리고 인원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는데,

기훈단 때와는 다른 식당으로 갔다

규모는 더 작았고, 기간병들도 함께 사용하는 식당이었다

식당이 작아진 만큼 함께 생활하는 인원도 줄었다

그래도 기술학교로 배치받은 이등병이 더 많았다

조교들은 600여 명의 이등병들을 통솔해야 해서 인지

밥 빨리 먹으라고 연신 외치고 있다

점심 부식은 우유, 저녁엔 사과가 나왔다



선배

우리보다 한 기수 빨리 온 이등병들이 있었다

특별한 호칭 없이 선배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이들은 자대 배치받기 전, 우리 기수와 잠깐 마주쳤었다

저녁 8시 40분 정도까지 내무실에서 군가도 가르쳐 주고,

간단한 이야기 정도를 서로 할 수 있었다

이때, 가장 궁금한 자대 배치에 관해 이야기했었다

등수도 가르쳐 주지 않고, 지망에 상관없이

무조건 등수로 자대가 결정된다고 했다

4주 뒤, 어디로 자대 배치받을지 모르겠지만

그때를 생각하니,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선배들이 군가를 가르치던 때,

창문 너머로 약복 입은 무리가 있어 봤더니

공군 항공 과학 고등학교 학생이라고 했다

20세 때 임관하면 하사 계급이 주어지는데,

나이는 어린데, 건방지다는 이야길 들었다

이 날은 휴가 갔다가 복귀하고, 복귀 신고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들었다

 

기교와 정통교

정통교는 50여 명이 가고,

기술학교 2동은 150명 정도가 갔다고 들었다

지금 있는 기술학교 1동은 약 600여 명이라고 했다

 

정통교 (정보 통신 학교)는 통신병이 되는 곳이다

유선반, 무선반이 있는데

둘 중에 갈 수 있다면, 무선반을 추천했다

우리가 보기엔 정통교로 간 것 자체만으로도 부러웠다

진짜인지 모르지만 정통교는 이곳 기술학교보다는

조금 더 유연한 분위기라고 들었다

그래서 선배들의 분위기에 따라서 전투모의 모자챙을

구부려 준다고 했다

 

이게 뭐 대단한 건가 생각되겠지만,

이 당시 훈련병을 비롯해 기술학교에서는 모자챙을

구부리는 것이 금지되어있었다

자대 가면 구부리든 피든 알아서 하라고 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모자챙을 구부려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힙합이 유행할 때 모자챙을 구부리지 

않는 걸 멋으로 여겼을 때, 당시 기술학교 때의 관점으로

보면 이상한 멋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등병이 되었지만. 아직 교육생의 위치이므로

자유롭다는 생각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내무실 분위기

기훈단보다는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되고,

이게 공군이구나 하는 느낌이다

약 40명이 한 번에 내무 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약 10여 명이 한 내무실을 사용해서 

그렇게 느낀 것 같다

기훈단보다는 내무실이 추웠고, 

감점 표와 특내가 있다

유치원생처럼 잘못한 일이 있을 때,

감점을 하는 것이다

특내 (특별 내무 관리 기간)으로써

이곳에 적응하기 위해 엄격한 규율 안에서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지금보다는 자율도가 올라간다

 

점호

점호가 9시 35분에 끝이 났다

10시 취침까지 약간의 시간이 남았다

오후 9시 48분, 동기생 중 한 명이 콜라를 챙겨 와서

내무실 동기들이 한 모금씩 마셨었다

내무실에서 취식 금지임에도 불구하고, 다 같이 공범이

된 셈이다 다행히 조교에게 걸리진 않았다

내일은 전투복을 입고 점호를 해야 한다고 해서,

전투복을 입고 잠을 자기로 했다

 

CP 근무와 불침번

훈련소에서는 CP 근무가 없었는데, 

기교에서는 CP근무와 불침번 근무가 있었다

근무 시간은 2시간

열외 할 수는 없지만, 이곳에 있는 동안 몇 번 서야 하는

근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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