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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25] 5주차- 수료

공군 이야기 (A-604기)

by G-Kyu 2019.09.1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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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 28일 토요일 맑음

 

이때의 기록이 없어서 정확한 날은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기억해 본다

각자의 특기를 받고,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통해 특기별로 어떤 일을 하는지 내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원하는 특기를 받고자 했으나 그렇지 못한 다수의 훈련병들은 앞으로 어떤 군생활을 하게 될지 최악과 최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중, 난 전력운영병이라는 특기를 받았다 무선통신 특기를 받고, 통신병이 되고자 했으나 생전 생각지도 않았던 전력 운영병이라니 무슨 일을 하는지 앞이 깜깜했다

 

동기들과 이야기 할 때, 전력 운영병 (특기 번호 : 55310)과 환경 관리병 (특기 번호 : 55910)

전력운영병은 직접 받은 특기였으므로, 좀 더 관심이 갔던 특기고 이와 용호상박으로 쌍두마차를 이뤘던 특기가 환경 관리병으로 기억된다 정확한 명칭은 가물가물하다 왜 이 두 가지가 특기병들 사이에서 관심이 있었느냐 하면,

 

비행단으로 자대 배치를 받는 경우, 두 특기는 두 개의 길로 나뉘게 된다

(비행단으로 배치받아도 안심할 수 없다. 비행단 근처 방공포로 빠지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동기 중 한 명이 비행단에 함께 왔지만, 방공포로 가는 걸 봤다)

이 때는 몰랐지만, 시설대대는 2개의 중대로 나뉜다 보수 중대와 운영 중대

추가로 소방 중대도 시설대로 포함되지만, 내무실도 다르고, 군생활하면서 많이 볼 기회가 없다

소방 특기가 아니므로, 소방 중대는 제외하고, 유지 중대와 보수 중대냐의 선택의 길에 놓이게 된다 

물론, 선택할 수 없다 T/O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순전히 재수가 있어야 한다

 

운영 중대는 말 그대로 현재 시설을 잘 유지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중대고, 보수 중대는 고치고, 설치하고, 한마디로 없는 걸 있는 것으로 만들고, 망가진 것을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는 중대다 멋있어 보이고, 활력 있어 보이지만, 전기 특기로 보수 중대로 간다는 건 고생길이 열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물론, 환경 관리도 그렇다

 

같은 전력운영병이라고 해도, 중대에 따라 배치되는 반이 다르다

 

보수 중대 : 전기반, 배관반, PM반, 토목반, 목공반, 도장반, 중기반 

운영 중대 : 발전반, 보일러반, 급수반 등등

 

 

같은 특기라고 해도 운영 중대냐 보수 중대냐에 따라서 하는 일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

그리고 좀 더 세부적으로 가면, 어느 자대에 배속되느냐에 따라서 특기에 상관없이 다른 삶을 살기도 한다

같이 전력 운영병이었는데, 기무사로 간 동기는 발전기 조차 제대로 시동할 줄 몰랐으니 말이다

 

특기 이야기를 하면, 세부적으로 해야 하니, 여기서 줄이고 다시 훈련소 상황을 볼 때 탐탁지 않은 마음이었다

무선 통신병이 되어서 정통교 (정보 통신 학교)에서 특기 교육을 받고, 자대 배치받기를 원했으나 당시로써는 뭘 해도 싫은 전기와 관련된 특기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들었던 전기반/발전반의 내용이 사실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 앞날이 캄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영 중대에 소속되는 발전반, 보일러반에 가면 병장 때 시간이 남아서 사시 공부를 할 정도라고 했고, 실제로 사시에 합격한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훈련병의 상황에서는 설마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을까 하는 의심이 가득했던 때였다

 

이등병이 되었다는 성취감이 채가시기도 전에, 다시 펼쳐질 앞날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다 

내무실 동기들은 이대로 함께 구르다가 군생활 마무리해도 좋겠다 라는 이야기를 한 걸 보면, 어느 정도 적응했다 싶었는데, 다시 새로운 길을 가야 하니 말이다

 

지나와서 생각되는 것은 훈련소 생활엔 자유가 없다시피 했다

면회, 전화, BX(Base Exchange : 육군의 PX와 같은 곳) 이용, 여가생활 등이 없었는데도 현재 상황으로 제대해도 좋다고 할 정도였다는 건 이 생활에 완전히 적응했다는 것이다

 

각자 받은 특기대로 이제 또 다른 길을 걸어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보급받은 물품을 더플백에 넣고, 이제 훈련병이 아닌 이등병으로써 특기 교육을 받으러 가야 한다

특기 교육 기간이 길 수록 좋은 점은 그만큼 고참 없는 군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굳이 단점으로 뽑자면 아직도 교육생의 입장이기 때문에 통제받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이때만 해도 부대 마크를 왼쪽 팔에 붙였다 어느 부대 소속인지 알 수 있도록 말이다 훈련병 때는 그 부대 마크를 달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 와서 보면 그걸 붙이기 위해 빨리 자대로 가고 싶다 생각하는 건 정말 아니었다 

 

입대할 때는 각각의 옷을 입었지만 이제 특기 학교로 나뉠 때는 동일한 옷과 복장으로 그동안 들었던 정이 쌓여있었다 헤어진다고 해도 같은 특기라고 하면, 또 만날 수 있을 텐데 뭔가 가슴 뭉클함이 있었고, 한 달 넘게 같은 내무실을 썼던 동기들과 헤어진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눈물을 보이는 동기들이 보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과 헤어지고, 새로운 길을 간다는 데에 대한 아쉬움이 커서 눈물을 보였던 것 아닐까 생각 해 본다

 

훈련소 수료할 때는 군생활 다 한 것 같은 마음이 든다고 했는데, 미리 듣고 예상해서인지 그 마음은 크게 들지 않았다

조교 말대로 이제 몸으로 때우는 일은 여기서 끝이라는 생각에 앞으로 이보다 나은 군생활이 기다리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했지만, 전력운영병이고 시설대대에 속한다는 생각을 해 보니, 마냥 그럴 것 같지도 않아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어디로 배속될지 모를 압박감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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