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39 ] 생각이 많은 기술학교의 주말

by G-Kyu 2021. 2. 2.
728x90
반응형

2004년 3월 13일 토요일 날씨 : 맑음

새벽에 잠을 자다 깼다

감상에 젖을 만한 장소는 아니지만, 누워서 창 밖을 보니

달이 어렴 풋이 보인다 반달이었다

이 곳의 시간은 멈춘 것 같은데, 자연의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기상은 오전 6시

기상 5분 전, 점호 복장에 대해 방송을 하는데

나팔 소리보다 이 안내 소리에 잠을 깨고, 하루를 시작할 분비를 한다

이젠 이 모든 게 자연스럽다

사회에서는 티비 소리가 커도 일어나지 않고,

휴대폰 알람이 울려도 못 듣기 일쑤였지만,

군대에서는 마이크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는 소리에도 잠을 깬다

 

점호 시간에 달리기를 했는데, 왜 했는지는 기억 안 난다

그런데 1등으로 들어온 기억은 있다

군대에서는 뭐든 첫 번째로 해 봐야 좋을 게 없다고 들었는데,

이런 건 1등 해도 이득도, 해도 없었다 그냥 자기만족이다

 

식사는 10분 내로 끝내는 게 보통이었다

오늘은 떡국이 아침에 나왔는데, 얼마나 빨리 먹는지 궁금해서

시계로 시간을 재 보니, 7분 55초 56이 나왔다

오늘이 아니더라도 평균 7~8분이면 식사를 끝냈다

 

기술학교에 온 지 2주가 지나는 시점이 되자

동기들 사이에선 흔히 말하는 뺑끼가 늘었다

수진을 가는 이유는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몰래 전화를 할 수 있어서, 수진 신청을 하기도 했다

 

자대에 관한 정보

 

훈련소 때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많다

일기를 쓸 수 있는 시간도 많아지고, 생각할 시간도 많다

훈련소 퇴소 전, 지금처럼 생활하다가

제대해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을 한지 약 2주 만에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훈련소처럼 군생활을 하다가 제대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훈련소에서는 기술학교 보다

씻는 시간이 부족하다 

게다가 육체적으로 구르고, 많은 과정을 단 시간에 배우기에

긴장과 피로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기교가 피로하지 않은 건 아니다)

훈련소에서는 일과가 끝날 때, 한번 씻을 수 있었지만

기술학교 생활에서는 아침/저녁때 한 번씩 씻을 수 있었다

건강 관리는 훈련소가 어려워서 그런지 감기에 걸려도

독하게 걸리는 훈련병들이 많았다

다행히 기침감기는 걸린 적은 없지만, 기침감기 걸렸던

동기의 이야기를 보면, 오바이트 직전까지 기침한다고 했다

 

지금 같이 COVID-19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분위기라면,

격리되고, 다른 조치가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당시엔 기침감기는 약 먹으면 낫는 병이라 생각하고

격리하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굳이 격리가 되면, 전염성이 큰 눈병 정도였다

 

이곳에서 배운 것은 고참이 웃는다고 따라 웃는 게 아니란 거다

아직 고참을 만난 적은 없지만, 군대 분위기를 보고

간간히 교관들과 조교들의 군생활 팁을 들어 보면

알 수 있는 결론이었다

 

우리 기수 때부터인가 방공포도 어디에 T/O가 있는지

알려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0사단은 싸이트인데, 그런 곳은 오산으로 가고

그곳에서 자대와 집과의 거리를 볼 때,

집 가까운 곳으로 우선시하되,

성적순으로 배속해 준다고 했다

 

방공포 (방포)는 지역까지 다 나와서 지망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슬슬 자대에 대해 생각할 때가 되고, 휴가란 것이

그리 먼 나라 이야기도 아니란 생각이 들자

원하는 자대에 가고, 하루빨리 휴가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기술학교의 모습

이 곳의 커피 값은 150원이었다 

해태 포도 봉봉 : 400원

왠지 고급 음료수로 보인 컨피던스 : 400원

어제 쓴 돈을 보니, 커피 3잔과 포도 봉봉 1개 = 850원이다

군대 물가는 사회보다는 저렴하다고 생각되던 지출이었다

 

짬밥이 아무리 맛이 없다고 해도, 훈련소 때보다는

나은 품질의 밥이 나와서, 그렇게 느낀 적은 별로 없었다

현역들도 이용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었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그중에 괜찮다고 하는 메뉴들이 있었다

군대리아, 닭튀김, 돈가스 등 웬만해선 좋아하는 반찬일 때,

더 달라고 하는 마음이 생기는데, 이때 더 달라고 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배식에 문제도 있고,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느라 시간도 지체된다

 

그래서 조교들은 더 달라고 요구하거나 반찬을 퍼 주는

사람에게 몸만 숙여도 -5점 감점 + 새벽 2~4시 C.P. 근무를

2번 시킨다고 알려 주었다

사소한 욕심에 모험을 할 필요는 없었다

 

대통령 탄핵 소식과 자대 소식

이 당시 대통령은 노무현이었는데, 탄핵됐다는 이야기를

교관에게 들었다

거의 실시간으로 사회 소식을 들을 수 있는 통로는

교관이나 조교 밖에 없었는데, 괜한 소릴 하지 않을 테니,

그런 일이 다 있었다 생각을 했다 

 

이 날은 교관의 일을 가끔씩 돕던 동기가

자대에 관한 소식이라며, 우리들에게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교관과 같이 있는 일이 있다 보니,

이런 정보를 접하기 쉬웠을 것이다

 

이번에 자대의 T/O는 비행단 50 : 방공포 50의 

비율로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발전반 70 : 전기반 30의 비율이라고 했다

확률상 비행단을 가도, 전기반으로 갈 확률은 낮았다

교관들은 전기반이 일이 많다고 하며,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서 전기 작업을 한다고 했다

 

이런 정보만 듣다 보니, 전기반에 대한 생각은

그곳은 뭐 하는 곳인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남들과 똑같은 시간의 군생활을 하는데,

작업량이 많다고 오전/오후반을 나누다니

 

추후 자대 가서 보니, 아주 맞는 말도 아니고,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다

 

오후반이라고 하는 건 사실 활주로 비상시 대기인데,

활주로 근처에서 생활하면서 야간에 혹시나 모를

정전이나 활주로 등 보수를 하는 일이었다

 

매일 있는 일도 아니고, 비상 대기 하나는 조건으로

외출 시, 1박을 추가해 주었다 (비행단마다 상황은 다를 것이다)

 

오후 3시 55분, 방송에서 족구 잘하는 교육생을 모집했다

최대한 몸 사리고 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나가서 족구 하고 싶어 하는 교육생들은 중앙 현관에 집합했다

 

이곳에서 지내보니, 100원짜리, 10원짜리가 상당히 유용했다

자판기 안에 음료수나 커피가 있더라도

거스름돈이 금세 동나기 때문에 그에 맞는 돈을 가지고 있는 게 좋다

1,000원짜리 지폐가 아무리 있어도 거스름 돈이 없는

자판기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녁 때는 닭도리 탕을 먹었는데 부식이 없어 아쉬웠다

식사 후 내무실에 있는데

오후 7시 33분, 더플백 지참하고, 카드 들고

집합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회식이 있다는 뜻이다

 

내무실 대표 2명이 나갔고,

오후 8시 4분 

우리 내무실이 선임 내무실이라 해서 먹고 싶은 걸

골라 왔다고 했다

 

KIRIN에서 나온 Jazz라고 하는 빵 (500원)

빙그레에서 나온 초코칩 바 

소라과자 (550원)

빙그레 초코 레떼 드링크 

죠스바와 초코칩 콘 중 택 1인데, 초코칩 콘을 골랐다

 

지금은 포장도 기억 안나는 제품들이고,

한동안 잊고 살았던 간식들이지만

이때만큼은 이만한 음식이 없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