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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7] 훈련소 2주차 - 점점 군바리가 되어가다

by G-Kyu 2018.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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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패치가 되어간다
 
 
군인의 이미지는 어떤가?

 

멋진 제복을 차려 입고, 절도 있는 동작과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는 모습

 

검게 그을린 피부에 근육질, 그리고 빡빡 머리에 머리띠 하나 두르고

바닷가를 군가를 부르며 단체로 뛰는 모습?

 

각자 멋있는 군인의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그러나 훈련소에 와서 훈련하다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군인을 바라 볼 때, 단체로 바라 보면 안된다

개개인별로 다 틀리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에서 지내는 사람의 공통점이 있듯이,

군인도 공통적인 특징은 있지만 100%는 아니란 것이다

 

예를들어, 여자를 볼 기회가 적어서 치마만 두르면 환장한다 라는 이미지

훈련소 생활 시,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중에 나올 이야기지만, 교회가면 여자를 볼 수 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지만, 볼 수는 있다

 

그리고 오히려 여자를 보는 눈이 더 높을 수도 있다

티비로 걸그룹, 탤런트만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 한다

 

군인도 불과 몇주전만 해도 민간인이었다

군인 아저씨가 아니라 사회에서는 오빠 또는 동생으로 불리던 사람들이다

 

몇몇은 결혼 하고 입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20대 초반으로써 군인 아저씨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다

 

군인 동생, 군인형, 군대맨, 군바리 (이건 시비 거는 거고...)

그런데 군인이라 하면, 겹치는 공통점이 있다

 

휴가 때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는데,

그 중 하나는 먹을 것 구매 리스트다

 

예전 영화 해바라기 보면, 오태식 (김래원 역)이 수첩에 버킷리스트 같은걸 적는다

자유가 주어지면 해 보려고 하는 소소한 일들이다

 

군대도 마찬가지다

음식의 선택권이 없고, 행동의 자유가 제한되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하나하나 적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먹어야 할 음식들 리스트가 빽빽 해 진다

식욕이 사라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 휴가 나가면 꼭 먹을 음식들을 적어가며

언젠가 다가 올 휴가를 대비 한다

 

공부가 그리워지는 훈련소

 

학교 다닐 때는 공부가 그렇게 번거로운 일이었는데,

군대 오면 하고 싶은 것이 공부가 된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이렇게 사느니 책상 앞에서 공부하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밖에 나가서 써 먹지도 못할 훈련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공부가 간절 해 지는 것 같다

 

공부라 함은 밖에서 사용이 가능한 학업을 이어가는 걸 뜻한다

수능을 다시 보고 싶다면, 수험 공부가 될 것이고

 

영어 점수가 필요하다면, 영어 공부를 하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 훈련소다

 

20대 초반을 바보 같은 큰 걸음 (팔을 90도로 들면서 걷는 걸음)을 치고,

오와 열 (좌우 & 전후의 줄)을 맞추고, 그것 못하면 혼나는 생활을 하니

더욱 쓸모 있는 걸 하는 것이 낫겠다는 간절함이 나오는 것 같다

 

공군 부사관, 장교들은 훈련소 기간이 일반병보다 훨씬 길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3달은 한다고 들었다

 

공군은 전쟁시 비행기로 타격을 가하는 군대 이므로,

장교들의 훈련이 일반병보다 훨씬 더 타이트하다

 

공부를 하기 위해 연등 시간도 허락 해 준다

 

훈련소에 있는 예비 부사관 / 장교에게 연등이란?

취침 시간인 오후 10시 이후 시간에도 정해진 시간까지 공부를 허락 해 주는 시간이다

훈련소에서 필기 / 실기 시험을 보고 성적이 나오는데, 필기 시험을 대비해서 공부하는 것이다

 

군대는 계급 사회다

사회에서 아무리 뛰어나다 할지라도 계급이 낮으면,

높은 계급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부사관 또는 장교들은 일반병보다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판단했는지,

일반 훈련병들에겐 연등의 시간은 없다

 

당시를 생각 해 보면, 일반 훈련병은 자동차 속의 나사 정도이고

부사관이나 장교들은 엔진 또는 주축이 되는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 시대로 돌아가면, 훈련병은 일반 평민이 부사관이나 장교는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날고 기는 일반 훈련병이라고 해도, 부사관이나 장교는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에서는 노력을 하면, 기회라는 것이 찾아 올텐데

군대는 계급사회이므로 특별한 일이 없는한 역전이 없고, 더 높은 계급으로 진급이 될 수 없다

 

빨리 군대를 벗어나 사회에서 가치를 발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훈련소에서 공부 생각이 간절했던 것 같다

 

 

 

군대에서 목표는 단순 해 진다

 

사회에서의 꿈은 무엇일까?

대기업 사원? 공무원? 사장님?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군대에서 꿈에도 소원이 뭐냐고 한다면?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제대다

조금 양보하면, 말년 병장이다

 

제대만이 살 길이라는 명언을 실감하게 되는 곳이 군대이기 때문이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 놔도 돌아간다는 명언을 믿고,

 

하루하루 살다 보면, 제대하는 날이 다가 오겠지만

20대 초반의 혈기 왕성한 남자들을 가둬놨으니,

제대 한다는 것이 실감이나 되겠는가?

 

2004년 1월 26일에 입대 했으니, 제대는 2006년 5월 26일이다

중간에 1주일 혜택을 받아서, 5월 18일에 제대 했지만

 

겨울->봄->여름->가을->겨울 (2004)

봄->여름->가을->겨울 (2005)

봄->여름 (2006)

 

이렇게 생각하니, 2살 하고도 반살을 더 먹고 제대 한다

사회에서야 재미있는 것도 있고, 자유의 제한이 없으니

시간이 휙휙 가지만, 군대는 그렇지 않다

 

사회에서 느끼는 체감 시간의 몇배는 느리게 가는 것 같다

살아만 있으면, 반드시 이뤄질 꿈인 제대지만 시간은 멈춘 것 같다

 

계급장 없는 모자를 쓰고...

 

훈련소는 신기한게 사회에서 아무리 머리 좋고 똑똑해도

훈련병이 되는 순간 바보가 된다

 

요즘은 힙합 하는 사람들 덕분에 캡 모자를 쓸 때,

모자챙을 평평하게 하는 것이 멋이지만

 

군대 모자는 구부려줘야 간지 나는 걸로 인정 받았다

훈련병들의 소원 중 하나는 조교처럼 모자 챙을 구부리고 계급장을 다는 것이었다

 

훈련소 중에서 제일 빡세다는 공군 훈련소

다른 군대의 훈련소를 가 본적은 없지만, (가고 싶지도 않다)

 

내가 힘드니까 그런거 같았다

 

자대 가면, 지금 하는 훈련 1도 안하므로 훈련소에서 하는 훈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했다

 

공군은 자대 가면, 주특기 교육, 훈련을 하는게 아니라

정해진 보직에 맞는 일로 하루를 보낸다

 

헌병이면, 스케쥴에 맞춰서 외곽을 지키고

항공정비라면, 비행기 정비를 한다

 

훈련소에서 하는 총검술, 각개전투, 제식 훈련, 태권도 1장 , 화생방 , 사격 등

일부는 자대가서 정해진 시기에 하고, 검열 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하루하루를 지낼 때는 훈련소에서 하는 일은 안 한다

훈련병 생활이 공군 생활중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시간이라고 했다

 

물론, 방공포로 자대 배치 받으면 또 다르고,

어떤 보직이냐에 따라 육체적 강도는 다르다

 

아무튼 중요한건 계급장 없는 모자를 쓰고, 귀도리를 하고,

내복에 깔깔이, 전투복을 입고

아직은 길들여지지 않은 군화를 신은 모습이 현재의 내 모습이다

 

군대라고 해서 무식하게 구르지 않는다

정해진 학과 시간이 있고, 그걸 그 시간에 배우는 것이다

 

실내에서 이론을 배우는 학과도 있고,

이 때 끈 없는 가방을 준다

 

여자들 클러치백처럼 작은 건 아닌데, 그런 스타일이다

펜과 공책 정도는 들어가는 가방이다

이걸 가지고 실내 학과장에서 이론을 배운다

 

실외 학과는 일반적으로 군대 하면 떠 오르는 훈련을 한다

제식 훈련, 사격 자세 훈련 (PRI), 화생방 방독면 쓰는 훈련 등등

 

이 때 50분 훈련, 10분 휴식으로 이뤄진다

아무리 구르고 뭘 해도 수업 시간이므로, 정해진 시간에 끝이 나고

정해진 시간에 훈련을 한다

 

정말 군대는 알차게 스케쥴을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2004년 2월 4일 수요일 날씨 : 춥고, 흐림, 맑음 반복

기상 시간이 다가오면서 간간이 잠을 깬다

오전 5시 20분에도 일어나고, 기상 10분전인 6시 20분에도 일어난다

이렇게 긴장 상태로 사회에서 공부 했으면, 인물 되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날의 피로와 상관없이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침 점호 후, 구보부터 아침 식사까지 전혀 바뀌지 않는 패턴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달라진게 있다면 어제부터 그렇게 다짐했던 내복을 입었다

감기 걸려 고생하느니 내복 입는게 훨씬 올바른 판단이기 때문이다

급양하고 8시 30분부터 일과 시작을 하여, 점심까지 실내 학과였다

주된 내용은 국사에 대해 배웠는데, 전쟁에 관한 내용이었다

군대와서도 국사를 배울 줄은 생각도 못했다

 

점심엔 부식으로 캔디바가 나오고, 군대리아가 함께 나왔다

훈련병 생활을 하며, 밥이 아닌 다른 것으로 배채우는 유일한 메뉴였다

오후엔 도수체조

 

국민체조가 있듯 군대엔 도수체조가 있다

훈련소에서 배운 것 중 자대가서도 사용 빈도가 가장 높은 것이다

추후 자대가서 일과 시작 전 매일같이 했던게 도수체조였다

매번 점호를 취하는 제 2점호장에서 학과는 시작되었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도수 체조를 배우는데, P.T.체조 30번, 60번, 120번, 240번

이런 식으로 몸을 예열 시키고, 처음 동작부터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비교적 수월하게 배운 것 같다

일과가 끝나고

 

저녁 먹고 내무실에 오니 오후 5시 58분이다

군화도 다시 닦아야 점호 시간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훈련병들 사이에 오늘 부식으로 건빵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찌보면 아무 맛도 없는

건빵이 이렇게 기다려질 줄은 몰랐다

 

일과가 끝나고 내무실에서 내내 놀고 있는 시간이 없다

소대장이 들어와서 국군의 목표, 공군 이념, 사명 등을 물어 보고, 직속 상관 관등성명도 물어본다

대통령부터 국방부 장관, 참모 총장 등등을 외워야 했다

훈련소의 일과는 다른 생각하며 여유를 주지 않고, 계속 배우고 숙달하는게 일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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