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주 6일인 시절, 훈련소의 주말

 

훈련소는 군생활의 압축판과도 같다.

한주 한주 지날 때마다 진급을 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회에 있어서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대우가 달라지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무엇인가 노력을 해서 이루거나 경쟁에서 이겨야만 대우가 달라진다.

그러나 훈련소는 좋으나 싫으나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계급이 올라가는 날이 가까워진다

 

그리고 실제로 대우가 점점 좋아지는 곳이다

군대라는 특성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훈련소에서부터 체감하는 것 같다

 

지금은 주 5일제로 바뀌었지만, 이 당시만해도 주 6일의 훈련소였다

학교 다닐 때, 토요일 수업이 있던 것과 같은 일정이다

 

오전 학과만 하면, 그 날의 일정은 마치는 것이다.

물론 주말이라고 편히 쉬게 두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정해진 학과 일정 보다는 낫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

훈련소 3주차의 주말은 2004년 2월 14일 토요일이었다

 

밖에서는 졸업하고, 발렌타인데이라고하며

이별과 아쉬움 그리고 설렘이 가득하겠지만, 훈련소에서는 빡빡이들이 모여서

 

사회에서 편지 온 것이 없나 기대하고,

부식으로 나오는 건빵의 별사탕을 모아서 화이트데이 때, 보낼까 고민하는 훈련병

낭만이라고는 계절에서 밖에 찾을 수 없는 훈련소다

 

진주의 2월 중순은 봄이 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는 조금 따뜻해진 바람이 느껴지고, 따뜻한 태양, 맑은 하늘

 

군대만 아니라면, 설레이는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풍경이었다

 

화생방 훈련 과정

 

오전 학과는 화생방 훈련 과정을 다루는 학과였다

방독면 착용법, 운반법을 배움으로써 다음 주에 있을 화생방 훈련에 대비하는 것이다.

 

학과 수업도 이제 이론에서 실습으로 슬슬 넘어가는 시점이란 생각이 든다.

실제로 실습을 하게 되면, 머릿 속으로 생각한 것과 몸이 따로따로 노는 걸 알게 된다.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동일한데, 얼마나 빠르게 습득하느냐에 따라서

이론 점수와 실기 점수의 차이가 난다.


방독면 착용도 주어진 구령에 따라 단계별로 해야 한다.

위급 상황에선 그렇게 하기 힘들지만, 정해진 순서를 가르쳐 주고

습득하는 곳이 훈련소 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방독면도 가방에 넣고 다니는데, 접어서 넣는 방법,

상황에 따라 가방을 다르게 매는 방법 등을 배우고 습득해야 한다


이게 다 평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MOPP (Mission Oriented Protective Posture) 단계에 따라 

방독면의 활용법이 다르다


예를들어, MOPP 4단계 (엠오피피 4단계) 가스

라고 이야기 한다면,


9초안에 방독면을 착용 해야 하고,

착용 후, "가스 가스 가스" 라고 하며 방독면을 쓴채 외쳐야 한다


배우면서 느끼는 것은 전쟁은 일어나서 안되고,

화학전 또한 만나서는 안될 일이란 것이다


화학전이 일어난다면, 냄새는 과일향도 있고 무향도 있다

그러나 모두다 골로 보내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어떤 냄새를 맡건

맡지 못하건 죽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풍경과 배움의 시간을 지나느라 정신 없음과 동시에

걱정이 앞서는 때이기도 하다.

 

뛰어난 군인이 되겠다는 마음보다는 좋은 점수를 받아야

원하는 자대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군대에 와서도 시험 성적 걱정을 할 줄은 몰랐다

시간은 성실하게도 흘러간다

 

시간을 다 치루고 나면 걱정이 덜 해 질까?

함께 훈련소 생활을 하는 동기들이 위로자이자 경쟁자다

 

일요일은 종교 참석을 하자

 

기존에 종교가 있으면 선택에 걱정이 없지만,

훈련소에 남아 있느니 종교가 없다면, 없는 종교라도 만들어서 나가야 한다.

 

훈련소 내부에 있는 교회, 절, 성당이지만 훈련소를 합법적으로 벗어난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교회를 갔는데, 지금은 뭘하는지 모르지만  B2E (Back To Eden)이라고 하는

여성 3인조 CCM 팀이 위문 공연을 했다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입대하고 3주만에 처음으로 본 민간인 여자였다

이래서 예전에 우정의 무대라는 프로그램에서 군인들이 환호 했나 생각이 들었다

 

종교 참석의 장점은 지난 2주차 때 설명을 했는데,

군인들의 유일한 낙이 종교 참석이다

 

신앙이 있는 사람이라면, 훨씬 신앙심이 깊어짐을 느끼게 된다.

이 때 느끼는 생각과 감정이라면, 당장 승천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깨달음을 얻는다

 

초코파이 2개와 캔콜라가 이토록 맛있게 느껴지는 적이 있을까?

살면서, 훈련소 때 먹었던 초코파이와 콜라만큼 소중한 간식을 만나긴 힘들 것이다

 

4주차를 앞두며...

 

4주차에는 많은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각개전투, 화생방 훈련, 사격

 

지금껏 훈련소하면 떠오르는 모든 훈련의 대부분을 실제로 하게 되는 것이다

입대한지도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가고, 훈련소의 분위기가 익숙해질 즈음,

 

새로운 일정을 앞두고, 걱정이 앞서기에 충분한 일정이었다

물론, 훈련소의 특성상 내가 무엇인가 하려기 보다는

한다는 것에 수동적으로 잘 따르기만 하면 된다.

 

자의적으로 한다면 그 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중간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훈련소 생활인지라 보통만 하자는 마음으로

걱정을 잠재우는 일요일이다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