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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10] 훈련소 2주차 - 훈련소의 주말

by G-Kyu 2018.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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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의 알찬 하루

지금은 군대도 주 5일제 근무다

아마 2004년 말부터 격주제로 하다가 2005년 주 5일제로 바뀐 거 같기도 한데,

2004년 2월은 주 6일의 근무제였던 걸로 기억한다

 

하루의 시간은 잘 가는거 같은데, 모아 놓으면 몇일 지나지 않은 느낌

하루를 알차게 보내지 못한 미필 남(男)들이 있다면?

 

군대오는 걸 추천한다

타의적으로 알찬 하루를 만들어 주니, 적어도 하루를 소흘히 보냈다는 생각은 사라진다

 

군대는 짬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점호를 취할 때도

처음에는 침상 위에서 점호를 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점호의 위치와 자세도 바뀐다

 

군대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2004년 2월 7일 토요일 날씨 맑음 (추움+바람)

 

사회와 단절된지 2주가 흐르고 있다

사회에서는 한달 중 절반이 지났다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것이지만

100일은 있어야 휴가를 갈 수 있는 훈련병에게 2주는 큰 시간이었다


오전에는 실내 학과가 있었다 

실미도에 대해 이야기 들었는데, 공군과 관련된 부대여서 그런지 관심있게 들었다

수요일에 수진 갔다 와서 받은 감기약이 있어서, 식사 후 먹곤 했다


불침번이 있다면, 밤에 먹지 않고, 가능하며 아침, 점심엔 먹지 않으려 했다

감기약을 먹으면 몸이 나른 해 지기 때문에, 학과 수업을 하는데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사진 촬영이 있는 날이다

매 기수마다 조금 더 근사하게(?) 뒷배경을 바꿔서 사진을 찍는데,

우리 기수는 6.25때 사용했을 법한 비행기 앞에서 경례 포즈를 취한 뒤

사진을 찍었는데, 공짜가 아니었다


회식 비용 + 사진 비용 (2,450원) = 5,000원 정도 지출이 생기는데,

아끼고 말 처지가 아니었다 훈련병 생활을 해도 월급이 나오니, 거기서 차감되는 돈이었다

육군엘 갔다면 병장 때부터는 즐거운 시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일까 생각이 들지만 지금 병장을 바라본다는 건 먼 미래의 이야기 같아서

와 닿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첫 휴가때의 이야기가 더욱 와 닿고,

그 보다 훈련소 수료 때의 이야기가 더 현실감 있었다


이전 기수가 쓴 글을 보게 되었는데, 수료 전 날에 쓴 글이었다

수료가 꼭 좋지만도 않다고 한 내용인데, 배부른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건 안 좋건 지금보다 좋을 것이라는 생각과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회식은 훈련병 마음대로 정하는게 아니라 정해진 날에 할 것인지 

체크 표시를 하는 것이었다

2월 5일 혹은 6일에 회식 한다는 내용에 체크 표시를 하는 것인데,

돈 아낀다고 부자되는 것도 아니기에 체크했다


그리고 이 날 군번도 나왔다

04년도 공군 첫 기수여서 그런지 군번 또한 앞자리였다

04-7000xxx , 공군이라서 70으로 시작한다는데 정말인지 모르겠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1시간 이상 기다린 것 같다

오후 2시 54분, 이제 3중대가 찍는데 기다리는 동안 낮잠을 잘 수 있었다


오후 3시 21분, 사진찍는 조를 짜고 왔는데 23조 6번이었다

밖엔 바람이 많이 불고 있었다


빨래를 하는데 동체련복, 속옷, 모양말 빨래하는데 탈수기 2대 중 1개는

과열되어서 망가졌다

겨울이므로 탈수기 없이 빨래를 널면, 건조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모든 훈련병이 탈수기를 사용하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오늘은 건빵도 나오고 아까 회식에 체크했었는데,

오감자 + 아트라스 + 데미소다 (오렌지)가 회식 메뉴로 나왔다

돈 주고 사먹는 것이지만, 돈이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사 먹지 못하는 상황이니

감지덕지라고 생각하며 먹었다


그리고 오늘 부터는 편지 수취가 가능했다

 

종교 참석

 

2004년 2월 8일 일요일 날씨 맑음 (추움)


군대는 종교의 자유가 있어서, 기독교, 천주교, 불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기독교를 선택해서, 교회에 갈 수 있었다

 

종교 참석을 하지 않고, 내무실에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사역에 동원되므로 차라리 종교 활동 하는게 낫다

 

없던 종교도 만들어 지는 곳이 군대인데는 이유가 있다

 

군대 내 종교 활동의 장점 

 

1. 신앙심을 지킬 수 있다

2. 민간인을 볼 수 있다

3. 간식을 준다

4. 2부 활동이 있다

5. 쉬는 시간이 보장 된다

6. 행사를 볼 수 있다

 

추가로 3번에 대해서 여러 속설들이 있다

크리스마스 때 불교를 가야 오히려 먹을 것이 더 많다

부처님 오신 날은 기독교를 가야 먹을 것이 더 많다 등등

 

각 종교에서 훈련병들을 유혹하기 위해, 먹을 것으로 치열한 경쟁을 하여

특정 종교의 기념일에 오히려 다른 종교를 가는 것을 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당시 훈련소는 이러한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간식은 통일 되었다

 

오리온 초코파이 2개 + 콜라 1캔 (250ml)

 

어느 종교를 가도, 같은 간식이었기에 각자의 신앙심에 맞게 움직이면 된다

 

4번 - 2부 활동이 무엇인가?

 

기독교 기준으로 예배가 끝나면, 영화를 틀어 주었다

그 당시 교회에서는 디즈니 만화에서 나온 이집트의 왕자

불교에서는 달마야 놀자였다

 

매일 군대 이야기만 보고 듣다가 이미 봤던 만화지만,

집중하며, 잠시나마 훈련소의 일을 잊어 버리는 일이 가능했다

 

5번 - 쉬는 시간 보장

 

종교 참석 (종참)을 가지 않으면, 내무실에서 사역에 동원된다

이불 깔고 잠 잘 수 있는 곳이 아니란 이야기다

 

어차피 허락된 잠은 밤에만 가능하므로, 쉴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종교 참석하는 것이 훨씬 낫다

 

종교 참석 중엔 조교들의 간섭에서 자유롭다

조교가 통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교는 종교 활동하는 곳까지 인솔하고, 본인들도 참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끝나면 데려 오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조교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시간이 종참 시간이다

 

6번 행사를 볼 수 있다

훈련병 때는 불가능했지만, 추후 CCM 가수들이 훈련소로 위문 공연을 올 때

종교 참석을 하면, 볼 수 있다


훈련소 교회는 생각보다 좋았다

큰 스크린이 있었고, 민간인 여자 2명이 찬송가에 맞춰 춤을 췄다

교회 용어로 하면, 워십 댄스다


훈련소의 희망, 편지

 

훈련병 당시,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쓰면 조교가 프린트 해 와서

훈련병들에게 나눠 주는 제도가 있었다

 

친구, 부모님 등이 편지를 인터넷 게시판에 쓰면, 빠르게 훈련병이

편지를 받아 볼 수 있는 것이다

 

주로 여자친구 있는 애들이 덕을 봤던 것 같다

그리고 하루에 2통인가 제한이 있었다

 

그래도 훈련소의 백미는 점호 전, 민간인으로 부터 받는 편지다

고된 훈련을 끝내고, 편지지에 하고 싶은 말을 하나하나 적다 보면

팔도 아프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렇게 정성들여 사회에 있는 친구들, 부모님, 여자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아무런 답장이 없다면, 인생 헛살았나 생각도 들 것이고

편지 받는 동기들 보며, 상대적 박탈감도 든다

 

아무튼 위로가 안된다

 

그런데, 조교가 편지 뭉텅이를 들고 왔는데, 자신의 이름이 불리워지면

그만큼 기쁜 날도 없다

 

읽는 건 눈으로 읽으니 몇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그 편지를 쓰고, 답장 기다리고, 다시 답장 받는 수고와 노력을 생각하면

읽고 또 읽고 다시 읽는다

 

특별히 부모님 편지를 받는 훈련병은 눈시울이 붉어지기 마련이다

집 떠나오면 효자 된다는데, 딱 그 모습이다

 

군대에서 편지는 우표를 따로 붙이지 않고 간다

군사 우편인데, 편지를 보내고, 받은 사람이 아무리 빨리 써도

답장을 받기까지 일주일 정도는 필요하다

 

훈련병에게 편지만큼 마음의 위로가 되는 건 없다

 

훈련소의 주말

 

훈련소는 훈련을 받고, 익히는 곳이므로 몸과 옷을

깨끗히 한다고 해도 깨끗할 수 없다

 

세탁기로 빨래를 하는 것도 아니고

훈련병이 스스로 보급받은 빨래 비누로 세탁하고, 빨래를 넌다

 

기억에 내무실에 군화끈을 이용해 빨래 줄을 만들고

개인 빨래는 개인 관물함 밑에서 말렸던 걸로 기억 한다

 

밖에다가 잘못 널어 두면, 그걸 훔쳐가는 훈련병이 있다

자신의 것인줄 알고 모르고 가져 오는 경우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잃어버리는 것이니, 주의가 필요했다

 

일광소독을 한다

즉, 햇볓에 침구류를 소독하는 일이다

 

겨울이지만, 퀘퀘하고, 매일 반복되는 훈련으로 내무실은

쾌적할 수 없었다

 

주말에는 모포와 이불을 털고, 햇볓 아래 매트리스와

이불, 베게 등을 햇빛 아래서 소독하는 일을 했다

 

개인 물품도 닦는 일을 하는데, 그 중 하나는 군화를 닦는 것이다

누구 하나 봐 줄 사람은 없지만, 꼬질꼬질한 것은 안된다

 

보급받은 구두 솔로 군화를 털고, 구두약으로 군화에 치덕치덕 바르고

솔로 문지른다

 

열심히 문지르고 노력하면서, 광을 낼 수 있겠지만

광 내서 뭐하겠는가?

 

뭔가 소득은 없는데, 바쁜 것 같은 주말이 훈련소의 주말이었다


이렇게 개인 정비를 하는 시간은 훈련병들끼리 그나마 긴장을 덜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생긴다


마치 예전에 빨래터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아낙네들 같다

여자 친구와 1,000일이 되어도 2달이면 깨지는 곳이 군대라고 하여

여자 친구 있는 훈련병들을 긴장 시키는 이야기 등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시간이다

오늘은 컵라면이 저녁 때 나오는 날이었다


저녁을 먹고, 부식으로 컵라면을 주는데 오후 7시 45분에 모여서

컵라면을 주고, 먹게 되었다


이 때, 친구가 이야기 했던 특이하게 욕을 하는 조교가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우리 1주차 때, 주말에 축구 하다가 다가 부러졌다고 하는데,

하루 아침에 깁스를 하고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훈련병들 중 왼쪽 어깨 견장에 병원 마크를 붙이는 훈련병이 있다

노랑색, 빨강색 2가지가 있는데 감기 환자들이 아니라

허리, 다리 등이 아프기 때문에 동기 부여 때, 아픈 곳에 무리가 갈 까봐

주의 해 달라는 표시였다


환자들인데 우리들은 오히려 그 훈련병들을 메딕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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