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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9] 훈련소 2주차 - 군대 예절 & 훈련 중 쉬는 시간

by G-Kyu 2018.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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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예절


군대는 계급 사회다

나이가 어리건 적건, 나보다 빨리 입대했건 늦게 했건

계급이 먼저다

 

그리고 모든 보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중요도에 따라서 최상급 계급까지 보고가 올라가지만,

간단한 보고는 바로 윗 선임에게 보고가 이루어진다

 

윗 사람을 만났을 때, 인사를 하고 보고를 한다

이 때, 티비에서 많이 봤던 거수 경례다

 

허리를 숙이지 않고 ,손을 들어서 경례하는 것

민간인 때는 그냥 손만 올려서 얼굴 어디다 대면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절차가 있다

 

거수 경례 방법

 

1. 차렷 자세에서, 오른 팔을 옆으로 90도 들어 기역자를 만든다

   양팔간격 나란히 할 때처럼 말이다

 

2. 오른쪽 어깨는 고정하고, 오른손 손가락을 곧게 펴고 모아 준다

 

3. 그대로 팔꿈치 아래 팔를 들어 오른쪽 눈썹이 끝나는 지점에 가운데 손가락을 댄다

 

4. 손등은 하늘로 가고, 앞에서 봤을 때 손 바닥은 보이지 않게 한다

 

5. 손 끝부터 팔꿈치까지 일직선의 모양을 갖춰야 한다

 

6. 다시 차렷 자세로 돌아 온다

 

이 절차를 공군 경례 구호인, 필승을 외치면서 하는데

필을 외치고, 승을 외치며 5번 동작까지 한번에 마무리 하면 된다

 

경례만 한다고 해서 끝나는게 아니다

자신보다 계급이 높은 상급자가 같은 모습으로 경례를 받아 주는걸 봐야 한다

 

혼자 하고, 혼자 경례를 끝내는 건 예의가 아니다

상급자가 5번 자세까지 돌아온 걸 확인 한 후, 본인도 5번 자세를 취하면 된다

 

그런데 훈련병이 이게 될 리가 없다

조교보다 먼저 손을 내리고, 동기 부여 (기합 또는 얼차려)를 받는 걸 여러번 봤다

 

훈련병 : 필! 승!

조교 : 그래, 필승

 

이 때, 조교보다 먼저 손을 내리면...

 

조교 : 엎드려 -_-

 

아름다운 동기부여 모습을 보게 된다



공포의 무릎 앉아

 

군대는 앉는 방식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무릎 앉아가 있다

 

무릎 앉아

1. 차렷 자세를 한다

2. 그대로 쪼그려 앉는다

3. 이 때, 왼쪽 무릎은 땅에 댄다

4. 허리와 등을 꼿꼿히 펴고 머리를 들어 정면을 향한다 

5. 왼손은 왼쪽 무릎에 오른 손은 오른쪽 무릎에 얹는다

이걸 시킨 사람은 모르겠지만, 이 자세를 취하면

아직 길들여 지지 않은 군화가 왼쪽 발가락을 누르고

다리가 저려오고,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

 

대부분 조교가 전달 사항이 있고, 훈련병들을 앉게 할 때

이 자세를 취한다

 

이 자세의 장점은 빠르게 앉았다 일어났다가 된다

땅에 털썩 주저 앉으면 일어나는 시간도 길고

먼지를 터느라 공기도 안 좋아 지니 말이다

 

훈련소에서만 주로 하는 자세이고, 자대 가서는 할 일이 없다

 

편히 앉아도 만만하지 않다

 

편히 앉아는 양반 다리를 하고 땅에 앉는 자세다

앉는 자세 중 제일 편한 자세지만 문제가 있다면

 

엉덩이가 바닥에 눌리면서 다리에 피가 안 통하고

그로 인해 전기가 오고, 움직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어나야 하는데 혹은 앉아 있는데 이거 다리에 문제가 있다

라고 생각이 들면, 이후 동작을 자연스럽게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

 

그러므로 편히 앉아를 한다고 해도,

다리 상태를 봐가며 살짝살짝 움직여서 다리에 쥐가 나거나

저리게 되는 일을 방지 해야 한다

 

훈련 중 쉬는 시간엔?

 

50분 훈련 , 10분 휴식으로 이뤄진 훈련 과정

학교는 쉬는 10분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

 

그런데 훈련소는 쉬는 시간이라고 해서 널부러져 있을 수 없다

아직까지 계급이 없는 훈련병이므로, 민간인일 때 상상했던 모습은

병장쯤 되어야 볼 수 있었던 모습이었다

 

10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다

화장실 가기 , 앉아 있기 , 무료한 시간을 달래 줄 장기 자랑 보기,

조교의 군생활 이야기 듣기 등등

 

화장실 가는 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화장실 가고 싶은 훈련병이 모여서, 대표로 한명이 조교에게 보고를 한 후

화장실에 가야 한다

 

2열 종대로 줄을 맞춰서 조교에게 간다

 

훈련병 : 필승(거수 경례), 000번 훈련병 000 , 조교님께 용무

조교 : 말 해봐

훈련병 : 000번 훈련병 000 외 5명 용변 지시 받겠습니다

조교 : 갔다와 

훈련병 : 필승, 보고 끝

 

모여서, 대표로 누군가 보고를 한 후 화장실을 다녀 온다

그래고 절차 또한 아주 간단하다

 

그런데, 훈련병이 괜히 훈련병인가?

이걸 못해서 화장실 가기도 전에 동기 부여 (예전엔 기합 또는 얼차려라고 했다)를 받는다

 

앉았다 일어났다 를 시키던지 ,

한마디로 정신 차리란 소리다

 

언어의 창조자가 나타나면, 보고가 희안해 진다

 

훈련병 : 필승 , 000번 훈련병 000 , 조교님께 용변!

조교 : 뭐 ?! 나한테 용변 (-_-)?

 

조교한테 용변을 보겠다는 훈련병부터 경례도 안 하고 이야기 하는 훈련병 등

웃으면 안되는데 웃긴 상황이 발생한다



장기 자랑

사회에서 마술을 배우다 온 훈련병이 있었다

노래를 잘 하는 훈련병이 있다면, 노래를 했을텐데 우리 소대에는

마술을 배우던 훈련병이 있었다

 

손을 360도 돌리는 마술인데, 간단하면서 눈 속이는 것이었다

그래도 매번 훈련 하다 이런 풍경도 보니, 새로웠다

 

조교 내무실 이야기

 

조교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훈육 조교와 일반 조교

 

정확한 명칭인지 모르겠지만, 훈육조교는 기수를 훈련 시키는 조교다

즉, 우리 소대의 담당 조교가 훈육 조교다

학교로 보면, 담임 선생님 정도 되겠다

 

그리고 일반 조교는 과목별 선생님이다

기억에 남는 조교는 화생방을 가르치던 조교였는데,

 

어떻게 방독면을 쓰고 벗는지 등을 실습으로 보여주는 조교다

그 당시 일병이었는데, 조교들이 훈련병 앞에서는 폼 잡고 시키지만

 

내무실 가면, 자기는 일병이니 뛰어 다니고, 침상 닦고,

다 한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내무실에서 동기들과 이야기 하는데, 울고 있는 조교를 봤다고 했다

조교라고 해도 내무 생활은 녹록치 않은 것 같았다

 

사투리가 익숙 해 져 간다

 

부산 우유 마시고, 수도권 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

그리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사투리 억양

 

2주차 중반이 넘어가면서 점점 사투리가 익숙 해 져가고 있었다

표준어 억양이 아닌 사투리 억양의 표준어를 배우고 있던 것이다

 

그 중 조교의 기억나는 말투와 억양은

 

~ 하기 싫냐?

해석 : ~ 하기 싫으냐?

 

예문 : 밥 먹기 싫냐?

 

살면서 처음 들어 본 말이었다

싫냐...싫냐..싫으냐의 준말인가?

 

표준어를 쓰는 조교도 있긴 있다

그런데 대부분 경상도를 연고지로 하여, 집 근처에서 군복무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조교가 되므로, 사투리 쓰는 조교

 

그 조교를 통솔하는 부사관들

그리고 훈련병들과 지내다 보니 사투리를 배운다는 것이

이런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04년 2월 6일 금요일 날씨 : 흐림

아침은 군대리아다

패티 1장 + 샐러드 + 우유 + 스프 + 치즈 1장 (매일 우유 흰색 치즈) + 포도잼 + 불고기 소스

사회에서는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조합인가 하겠지만,

별다른 간식거리가 없는 군대에서 이렇게 먹는 햄버거는 별미 중 하나였다


햄버거 빵은 봉지채 쪄서 나왔는데, 그래서 퍼석거리지 않고 부드럽고 따뜻했다 

추운 아침에 먹어도 문제 없었다


오전 학과 중엔 웬 강사 아저씨가 와서, 


'어머님의 은혜 +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게 했다


훈련병들의 울음 포인트를 잘 아는 걸로 봐서, 전문인임에 틀림없었다

훈련병 생활을 할 때, 급양 (배식, 주방)에 차출 되어가는데


오늘은 점심 때, 식판을 헹구는 일이었다

이 날 점심 메뉴는 소불고기 + 부대찌개 + 김치가 대표 메뉴였다

사회에서 이렇게 먹는다고 하면, 좋은 음식의 모습을 기대하겠지만

메뉴가 이렇다는 것이지 전문점에서 먹는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도 후식으로 나오는 초코 싸만코와 함께 먹는다 생각하니,

화룡정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학과는 제식이었다

방향 전환법을 배우는데, 기본 중의 기본인데도 

배우는 과정에서는 역시나 오합지졸의 모습이 나온다


오후 4시부터 3km 맨손 구보를 하는데,  소대장과 조교 모두 함께 뛴다

무리 지어서 구보를 하며, 파란 하늘과 멀리 보이는 산을 보니

이런 신세만 아니면 기가 막힌 풍경이라는 마음이다


중간 중간 함성 지르고, 티비에서 보던 군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저녁엔 부식도 안 나왔다

아침, 점심 때 모든 걸 다 쏟아 부은건지 모르겠지만

부식 없는 저녁은 허전했다


저녁 식사 후 목욕 시간이 있어 목욕탕에 갔는데,

8분 동안 씻고 나와야 했다 

씻는다기 보다는 칠하고 물만 끼얹고 나오는 셈이다


특별 내무 교육도 넘어가고, 휴가 때나 입을 거 같은

동약복 치수가 맞지 않는 훈련병은 교환하느라 10시 7분이 되도록

시간이 흘렀다


평소대로라면 10시면 취침하고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내무실에 어느 정도 적응 되고, 무료한 시간을 느낀 동기들은

당시 권상우처럼 몸을 만들겠다고, 팔굽혀펴기에 한창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퇴소할 즈음에 보면 

권상우처럼 된 훈련병은 아무도 없었다


밤에 불침번 근무가 없으니 감기약을 먹고 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담당 소대장이 내무실에 광쌍탕을 개인당 2개씩 주었다

감기 환자가 많다고 우리 소대에 특별히 준 것인데, 

사소한 것 같아도 큰 힘이 되는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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