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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은 돌고 돈다

 

군대에서 받는 훈련은 아버지 세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훈련이 다수다

공군은 뭔가 특별할 줄 알았다

 

휴가 나올 때, 육군처럼 전투복이 아닌 약복(略服 / 정식 복장)을 입고 나오는걸 보면

훈련소에서도 뭔가 깔끔하고 육군과는 다른 모습일 줄 알았다

 

실제로 공군을 지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대 가면 타군에 비해 훈련이 많지 않아서다

 

유격 훈련이라던지 혹한기 훈련, 행군이 없다

무더운 날, 땀흘려 가면서 유격장에서 뒹굴 일이 없고

추운 날 야외에서 텐트 치고, 졸면서 행군하는 그런 훈련이 없다

 

그래서 훈련소 역시 다른 군대보다는 나을 줄 알았다

그런데, 똑같이 구르고, 오히려 공군이 제일 힘든 훈련소 생활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훈련병들이 전해 주는 빡셈 지수 

 

2주차 훈련병으로 훈련을 하기 전, 주기를 한다

 

주기(主記)란?

주인이 누군지 기록하는 것

군대에서 모든 물품이 똑같으므로, 누구 것인지 물건에 이름과 군번을 써 놓는다 

 

양말에도 쓰고, 모자에도 쓴다

제일 귀찮고 힘든 것이 바느질인데, 전투복에는 이름을 쓸 수 없으므로

 

인조 가죽으로 된 직사각형의 이름표를 받는다

사실, 이름표라기 보다 직사각형으로 자른 인조 가죽을 준다

 

거기에 네임펜으로 이름,대대와 소대 그리고 이름을 적는다

그 후, 바느질로 왼쪽 가슴 부근에 꿰메어 부착 시킨다

 

학교 다닐 때, 가끔씩 배운 바느질을 여기서 써 먹다니

이름표를 대충 부착 하기라도 하면 조교가 뜯어 버린다

다시 제대로 하란 뜻이다

 

훈련병들 사이에선 바느질이 화생방에 버금가는 별 다섯개의

빡센 일 중 하나로 여겼다

 

윗 기수가 퇴소하면, 대부분 정리를 하고 가는데

관물대를 열어보면, 이전 이전 기수들이 남기고간 메모를 볼 수 있다

 

"000기 , 우린 퇴소 한다"

 

이런 간단한 내용부터, 어떤 훈련이 빡센지 별표로 남겨 두기도 했다

훈련소에 입소 했다면?

 

보물찾기처럼 여기 저기 뒤져보면, 메시지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동기와 친해지다

 

훈련소 2주차,

이제 가만히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던 때에서 본격적인 훈련을 하는 기간이다

 

시작부터 유격훈련이나 화생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군대에 적응 해 나가는

기본 훈련부터 시작을 한다

 

제식 훈련, 학과 공부 등 실전과 이론을 병행하면서 진정한 군인이 되어간다

그런데 그 훈련을 받는 당사자가 되면, 멋진 군인은 커녕 집에 가고 싶어진다

 

그런데 집에 가면 탈영이다

어쩔 수 없이 적응을 해야 하는데, 혼자 적응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2주차, 저녁 청소 시간으로 기억한다

저녁을 먹은 후, 씻고, 청소 할 시간이 되었다

 

조교가 번호별로 청소 구역을 정해 주었는데,

내무실 건물 밖 계단을 청소하는 것이었다

 

3층부터 1층까지 건물 밖의 계단을 청소하는 일

내무실 청소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청소였다

 

군대의 밤은 정말 깜깜하다

사회에서는 이곳저곳의 불빛이 있어서 밤이라고 해도

그렇게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훈련소는 영업을 하는 곳도 아닌 군대다

그러므로 주변에 불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껏해야 건물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나

가로등(?) 같은 불빛만 있다

 

어둡고 2월 초여서 쌀쌀하고, 청소나 하려니 울적한 마음인데

같은 헤어 스타일을 한 훈련병이 말을 걸어 왔다

 

어디에서 왔냐, 훈련소 짜증나지 않냐 등등

1주가 넘도록 모르는 누군가와 처음으로 말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위로가 되었다

이름은 성현준인데, 키는 송태섭이었다

 

아프다고 참으면 안된다

 

2주차 초반인데, 동기와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씩 적응이 되어갔다

혼자만 있는게 아니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된 것이다

 

학과 시간 (이론 시간)에는 간간히 사회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2004년 당시엔 실미도 사건이 영화화 되어서 이슈였다

 

그 때, 국방부에서 실미도를 인정했다는 이야기를 학과 시간에 들을 수 있었다

원하는 사회 소식을 들을 수는 없지만, 군대 이야기가 아닌 사회 소식을 들으니

아주 단절된 채 살아가는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추운 날씨, 매일 먼지와 단체 생활을 하고,

집 보다는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을 하다 보니 감기 걸린 훈련병들이 많았다

 

나도 그 중 한명이었는데, 군대에서는 가그린 같은 걸 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개인이 건강을 챙기란 것이다

 

훈련소 내의 병원이 있었다

의무실 정도로 생각되는데, 수진 (受診) 신청을 하면 갈 수 있었다

 

수진(受診)이란?

받들 : 수 / 진찰할 : 진

사회에서는 진료라고 쓰는데, 군대는 수진이라고 했다

 

사회의 응급실처럼, 응급 수진도 있었다

밤에 열이 오르거나 긴급하게 병원을 가야 할 훈련병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학교 다닐 때, 조퇴를 한다면 불안한 마음은 그리 크지 않았 것이다

그런데 훈련소는 6주 동안 정해진 교육을 받고, 평가를 하여 자대 배치를 받다 보니

훈련을 빠지면 그만큼 낙오 된다는 불안감이 커진다

 

실제로 낙오하여, 다음 기수와 함께 훈련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더더욱 그 불안함은 커져만 간다

 

지나고 보면, 다 할 수 있는 것들인데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조급 해 진다

군대 시스템에 적응은 해 나가는 중이지만, 몸은 그렇지 않았는지

 

점호 전, 응급 수진도 다녀와 약을 타 왔던 기억이 있다

 

군대에서 아프면, 아프다고 위로 해 줄 사람도 없고 챙겨 줄 사람도 없다

그래서 아프면 서럽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낙오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 최종 평가시 좋은 점수가 안 나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등

갖가지 이유로 아프다는 사실을 숨기고 참으려 하는 훈련병들이 있다

 

그러나 참으면 병되므로,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할 정도의

험악한 분위기라 할지라도 아픈건 아프다고 해야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

 

부식이 기다려지는 식사 시간

 

군대에서 제일 좋을 때는 밥 먹을 때와 잠 잘때다

여전히 식당에 들어갈 때는 절차를 진행하고 들어간다

 

그리고 대성박력 동작신속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머릿 속으로는 빨리 5주차 훈련병의 구호인

강한 공군 정예 신병을 외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공군은 물자가 풍족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밥을 먹을 때, 부식을 기대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부산우유가 나온다

250ml 인데, 사회에서는 200ml가 기본인데 군용인가? 250ml였다

 

그리고 서울우유만 보다가 부산 우유라니,

뭔가 정말 멀리 온 느낌이 들었다

 

정해진 요일에는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콘이 나올 때도 있고, 와플 같은 아이스크림이 나오기도 했다

 

그 유명한 맛스타 음료수도 본 거 같은데,

아이스크림의 임팩트가 강했다

 

휴가 나가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아이스크림인데,

밥 먹을 때, 후식으로 주다니 기대도 안 했던 행운 중 하나였다

 

군가가 나오는 식사 시간

 

공군 훈련소 식당을 들어가면, 군가가 흘러 나온다

다른 군가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 해 보면 기억나는 군가는 하나다

 

"보라매의 꿈"

 

기상의 나팔 소리, 나를 깨우고

우렁찬 폭음 소리 온 겨례를 깨우네

짙푸른 하늘 위에 하얀 줄무늬

오늘도 우리는 하늘에 산다

이 곳이 내 집이다

내 목숨 건 곳, 끝없이 펼쳐지는 보라매의 꿈

 

식당에서 얼마나 들었는지 지금도 기억에 남는 군가다

 

유격 훈련을 할 때, 육군은 올빼미라고 하는 것 같다

공군은 보라매라고 부른다

 

보라매의 꿈을 들을 때 마다, 이 곳이 내 집이다 라는 구절에

늘 저항하는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이런 곳이 내 집이라니...'

 

집의 역할은 해 주지만, 집이란 생각이 안드는 훈련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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