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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이야기 (A-604기)

[공군 이야기 5] 훈련소 2주차, 이제 시작이다

by G-Kyu 2018.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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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중요한 훈련소 생활


낯선 환경에 적응이 필요해서인지 모르지만,

감기도 걸린 1주차였다


사회에서는 이렇게 오랜 시간 밖에 있어 본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내복도 입어 보질 않았고, 간단한 점퍼 정도 있으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군대는 왠만하면 밖에 있는 일이 많았다

대기 중에도 그렇고, 물품을 보급 받으러 갈 때도 그랬다


자유가 없이 일정에 맞춰서 긴 시간 동안 이 곳에 있다는 것은

사회와 점점 단절되가는 생각이 들고, 그로 인해 몸도 변화가 필요했던 것 같다


휴가 나온 군인들이 왜 군대 이야기만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안 하려고 해도 할 얘기가 그것 밖에 없고,


군대가 얼마나 힘든 곳인 줄 아느냐?

밖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 줄 아느냐? 라는 마음도 있다


군대 오기 전, 휴가 나왔던 친구들이 왜 그 모습으로 

군대 얘기만 한 것인지 점점 이해가 되었다


군대 오기 전, 필수품으로 꼽혔던 것은 불이 들어오는 볼펜이다

볼펜촉 테두리에 불이 들어오는 볼펜인데,


군대에서 밤에 몰래 편지 쓸 때 유용하다고 해서, 

꼭 있어야 한다고 해서 구매 해 왔다


막상 밤에 쓸 일은 그리 없었지만, 

있어서 손해 볼 일은 없는 펜이었다


컴퓨터 싸인펜 같은 것도 주고, 수양록이란 걸 줬다

소대 번호, 소속, 계급, 성명, 군번을 맨 앞에 적는 수양록


누가 봐도 군대에서나 쓰는 노트였다

뭘 수양하는지 모르겠지만, 일기라고 생각하면 좋다


하루 하루 어떤 생각을 하는지 기록하는 노트이고,

소대장이 그걸 검사하여 훈련병들을 관리하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성인이지만, 하는 일은 유치원생을 관리하는 것 같았다


군인으로 되기 위해 


2004년 2월 2일 (월) 날씨 : 흐림 + 바람 = 춥다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기엔 짬이 안되는 훈련병 2주차

그러나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라는 가사가 와 닿는다


오전 6시 20분 기상, 35분까지 집합을 한다

아직은 길들여지지 않은 새 전투복, 군화를 신고 점호를 위해 집합했다


모두 익숙치 않은 복장이라서 그런지 모두 모이는데 5분여 정도가 늦었으나

동기부여는 없이 가입소 때 부터 했던 구보를 시작했다


매일 같이 구보를 하는 걸 보니, 육해공군 중 공군 훈련소가 제일 빡세다는 이야기가 떠 올랐다

다른 군을 가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그리고 가고 싶지도 않으니, 그냥 그렇게 믿었다


2km 정도의 언덕과 내리막길을 뛰었다

만약 운동 선수 생활을 했다면, 남들 잠 잘 때 새벽에 일어나 이렇게 달리기 하고, 죽어라

운동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고생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구보 후, 아침 식사 후 오전 8시 19분에 내무실에 도착해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

오늘은 오전 10시부터 입단식을 하는데, 9시에 연병장에 모여서 리허설을 했다


왼쪽에 있는 식당에 아이스크림 차가 있었다 어떻게 알았느냐면, 메타콘 사진 3개가

차량에 크게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자니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만약 사회였다면 당장 가까운 마트에 가서 사 먹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입단식을 할 때, 리허설 중인 줄 알았는데 진짜 대대장이 왔다는 걸 중간에 알아차렸다

깔깔이 없이 야전 상의만 입고 나갔더니 이렇게 추울 줄은 몰랐다


사회에서 내복 없이 지냈던 버릇을 이제는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머릿 속에 가득했다

오전 10시 15분 정도가 되서야 입단식이 끝났는데, 생각보다 간단했다


입단식 후엔 군가를 가르쳐 준 강당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앞으로 5주 동안 어떻게 훈련받고, 어떤 일정이 있을지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이 있었다


시간이 없는지 뛰어서 식당으로 이동 후, 식사 당번을 했다 

식기를 헹구는 쪽에 배치가 되어 훈련병들이 사용한 식판을 열심히 헹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식당을 담당하는 병장이 와서 강한 경상도 억양으로 청소 안 하면, 죽는다고 하는데

지역 감정의 출발이 군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후식으로 아까 봤던 메타콘이 후식으로 나왔다 커피+쿠키엔크림 맛이었는데, 아까 봤던

메타콘을 실제로 먹다니 감동이 밀려왔다



그리고 오늘 저녁 메뉴는 군대리아가 나온다

싫어하는 동기들은 진저리를 치지만,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저녁이 기대되는 날이다


오후 1시 54분, 내무실에 들어와서 이제야 세수를 했다

이 시간에 겨우 세수를 할 정도라니, 잘 보일 사람이 없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오후 2시 5분에 집합해서 연병장에서 제식 훈련을 했다

차렷, 열중 쉬어, 관등성명, 간격 맞추며 좌향좌, 우향우, 경례 방법을 배웠다


우리 소대 담당 조교는 이병이었는데, 홍경민을 닮았다 

기수로는 600기로 알고 있었다 기억이 맞다면, 짝수 기수인데, 어떻게 조교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제식 훈련은 간단하지만 정신줄을 조금만 놓으면, 혼자서 다른 방향으로 가거나

같은 발과 팔이 위 아래로 움직인다


예를들어, 왼발이 나가면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야 하는데, 왼발과 왼손이 함께 나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당연히 동기 부여 시간이다 엎드려 뻗치고, 하나에 정신 둘에 통일을 시키며

하나 하고, 몇초 뒤 둘을 외치는 조교를 보며 퇴소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 속에 가득했다


걸음 걸이도 배우는데, 큰 걸음과 작은 걸음이 있다

큰 걸음은 일반적인 보폭에 팔을 곧게 펴고 손등을 하늘로 하고


걸어 갈 때, 팔을 가슴 높이까지 들며 걷는 것이다

같은 방향의 손과 발이 움직이는 경우도 있는데, 


바보 중의 상바보로 보이는 순간이니 주의 해야 한다

작은 걸음도 있는데, 팔을 30도 정도만 들며 걷는 걸음이다

보통 걸음걸이로 생각하면 된다


군대는 단체가 하나로 된 모습이 중요한데, 땅이 닿는 발이 일치가 되어야 한다

함께 걷기가 왼발이 땅에 닿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 "걸음바꿔 가"를 이용하면 된다


별 거 없다

제자리에서 한번 살짝 점프만 하면 걸음 바꿔 가가 된다


제식 훈련이라고 하는데, 간단한 기초 동작이지만

처음 하는 훈련이니 좌로 가라면 우로 가고


앞으로 가라면 뒤로 가고, 한국말로 하는데도 알아듣지 못하고 혼자 다른 곳을 간다

조교는 보면 볼 수록 속이 터질 일이다


훈련을 생각 해 보면, 어려워서 못할 만한 훈련은 없다

맨 정신에 생각하면 아주 단순한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매는 걸 보면 분명히 머리가 돌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리고 팁을 주자면, 이런 동기 부여 때 최대한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메소드 연기를 하면

적당히 넘어가 주는 경우도 많으니, 안 힘들어도 힘든 척 표정 관리 하는게 센스다


군대는 학교와 달라서 안되면 될때까지 굴린다

굴리는 이유는 안되는건 안 시키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곳이 군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못한다는 건 집중력 부족과 숙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므로 배우고 구르다 보면

어느새 습득이 된다


오후 3시 40분, 제식 수업이 끝나고 제 1점호장에 모여서 총기를 받으러 출발했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사격이 가능한 총기를 받으러 간다


빨간색 건물에 철조망을 둘러 놓아서, 아무나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했다

겨울이다 보니, 이제 슬슬 노을이 지는 시점이었다 


교육사는 넓어서 군대라는 걸 제외하고 건물만 보면, 대학 캠퍼스 같았다

산 아래 아파트처럼 생긴 건물들이 보이니 더욱 그런 느낌이 컸다


지금의 시간에 쌀쌀한 바람까지 부니, 집 생각이 다시 한번 간절했다

저 산을 넘으면 집일까 하며 고향을 그리워 했다는 이야기가 이럴 때 적용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감상은 사치였고, 오랫동안 가지도 못했다 총기를 수여 받은 후, 


"앞으로 밀착"


이라고 외치는 조교의 목소리가 이곳은 군대라는 걸 상기 시켰다


내무실에 도착 하니, 어제 옷가지를 포장 해두었던 택배 박스가 모두 수거되었다

이제 집을 향해 부지런히 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 입장 하는 방법


총 6주간의 훈련소 생활 중, 식당에 들어갈 때 절차가 있다


   (앞)


1 2 3 4

5 6 7 8


이런 식으로 줄을 서게 되는데,

1,2번이 한팀이고, 3,4번이 한 팀이다


여기서 1번인가, 2번이 정면을 보고, "입장" 이라고 외치고

다시 뒤로 돌아서 "입장" 이라고 외친다


다시 뒤로 돌아 정면을 보고, "뛰어" 라고 이야기 하면,

남은 훈련병은 어이 라고 하면서 주먹을 쥐고 몸을 앞으로 15도 정도 숙이고


팔을 90도로 굽히고 뛰어나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 "가" 라고 외치면 훈련 기간에 맞는 구호를 외치며 입장 한다


1,2주차 : 대성 박력 , 동작 신속

3,4주차 : 군기 확립 , 경례 철저

5,6주차 : 강한 공군 , 정예 신병


훈련소 입영 기간 중, 1주차가 가장 시간이 안 가고 

어색하고 미칠 노릇이었다


식당에 들어가기 전, 식중독 예방 포스터가 하나 있었는데

당시 모델이 우희진이었다


손 잘 씻으면 식중독에 안 걸린다는 포스터였다

앞으로 조교와 훈련병 빡빡이들 이외에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여배우였다


참고로 당시는 훈련소 1주차 마지막 즈음, 1,500미터 달리기가 있었다

커트라인이 7분 44초였다 (아래 포스팅 참조)


[공군 이야기 4] 잊지 못할 첫날 밤과 가입소 기간 - [ 바로 가기 ]


간단히 말해서 걷지만 않으면 통과할 수 있는 시간대였다


나중에 자대 생활하면서, 몸의 리듬이 군인화 되었을 때는 별것 아닌 시간인데

이 당시는 민간인의 모습이었으므로, 꽤 힘들다고 생각했었다


자대 생활하던 중, 입대를 위해 면접 보러 오는 미래의 훈련병들을 봤는데

1,500미터 오래 달리기를 이 날 치르는 걸 봤다


불과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 제도가 바뀐 것이다


사회에도 문화가 있듯이 군대에도 문화가 있다

걸음, 말투, 옷차림 모든 것을 새로 배운다


말투는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다 / 나 / 까" 로 끝이 난다

아직은 "요" 로 끝나는게 익숙하여, 배우는데 어색하지만 곧 익숙 해 진다


공군은 자대 배치를 어떻게 결정할까?


공군은 점수제로 한다


즉, 자대 배치를 받을 때 시험 성적과 학과 성적 그리고 부가 점수를 더해서

우수한 훈련병부터 원하는 자대를 선택하는 시스템이다


학교랑 별반 다르지 않다

군대에서 시험 보고, 공부를 해야 하다니, 군대에서도 학과 경쟁을 해야 했다


조교가 모든 걸 관리 할 수 없으므로, 훈련병 중 대표 근무자를 뽑니다

이 중 소대 근무 / 대대 근무 / 기수가 있다


소대 근무는 반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4중대 3소대에 배치를 받았는데,


3소대의 반장이다

점호 할 때, 조교한테 인원보고 하는 일을 주로 했고, 구보 중에 구호를 외치는 일도 했다


예전에 MBC 진짜 사나이에서, 점호 때 조교가 들어 왔을 때 

내무실의 인원을 보고 하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별 것도 아닌데, 긴장하고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를 연발하게 되는데, 소대 근무는 이런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도 소대 근무를 하려는 건,

튀고 싶어하는 관종이 아니라, 원하는 자대를 가기 위해 

1점이라도 더 획득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대대 근무는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찾아 보면 알겠지만, 기억 안나므로 패스


기수


구보 시, 깃발을 들고 맨 앞에서 뛰는 역할을 한다

키 크면 자동 선출되는 자리다


깃발이 무거운게 아니라 가벼워서 무게로 인해 지칠 일은 없지만

맨 앞에 서고, 뭔가를 하나 더 챙겨야 한다는 것이 귀찮은 일이다


훈련병 때는 뭔가 나서서 하면, 그게 가점으로 연결되는 근무를 한다

훈련병 때는 아니었지만, 특기 교육을 할 때 이런 말도 있었다


당직 신화 , 과정 불패 , 식기 만세


그만큼 근무자들에게는 가점이 많아서, 원하는 비행단으로 갈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모든 근무자들이 원하는 자대를 갈 수는 없다


말 그대로 가점을 받는 다는 것이지, 우선 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Press of 조교


조교 입장에선 초반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

조교 1명이 40여명의 훈련병을 책임져야 하니, 말 한마디에 불평없이

일사천리로 움직여 주어야 서로가 편하다


군 입대전, 조교들이 처음에만 소리 지르고 그러지

나중에 퇴소할 때는 친해져 있을 것이란 이야기


당시엔  조교도 이등병 계급장을 달았다

그런데 훈련병에게 흔히 말하는 가오가 살지 않아서,


나중엔 이등병이라 할지라도 일병 계급장을 붙인 옷을 입었다고 하는데,

정말 그랬는지 모르겠다


우리 소대 담당 조교는 이등병이었고, 또 다른 조교는 병장이었다

이제 제대가 100일도 안 남은 병장이었다


당시 SK 주유소의 모자가 빨간색이라고 한참 광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훈련소에서 주유소 갈 일은 없었겠지만, 주유소만큼은 SK 안 가겠다는 생각도 했다


조교는 아침 5시에 기상하고, 저녁 11시가 취침이다

즉 훈련병보다 1시간 빨리 일어나고, 1시간 늦게 잔다


그리고 훈련병들에게 시범을 보이는 일을 하는데,

가오를 중요시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2월달인데도 깔깔이 (야전 상의 내피)를 입지 않고,

야전 상의만 입고 다녔다


속에 몰래 쫄쫄이 타이즈 내복을 입었을지 몰라도,

전투복 위에는 야전 상의만 입었었다


조교는 훈련병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했다

군가도 가르치고, 군인이 기본으로 암기 해야 하는 걸 알려 주고, 검사 했다


다시 한번 생각 해 보면, 초등학교로 돌아 간 것 같다

그것도 엄격한 초등학교로 말이다


조교로부터 탈압박 하는 방법은 없다고 봐야 한다

어차피 잘 할 수 없는 일을 한번에 잘 하기를 바라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군대 학원 같은 곳이 있어서 단체로 수강 받고,

한 팀이 되어서 한 소대로 들어오지 않는 이상 어차피 안된다


훈련소 하면 떠 오르는 사람이 조교이므로,

조교에 대해서는 차차 풀어 가도록 하자


2주차의 조교는 기선 제압을 위해 빡세게 한다고 보면 된다

훈련병들은 아직 사회의 물이 덜 빠졌기 때문에,


과한 긴장 혹은 멍때림 현상으로 어이 없는 것에 실수 하고,

다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교도 늘 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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